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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Jun 06. 2019

[제 19회 KQFF] '퀴어넘어' 볼까요?

  지난 전주 국제영화제에 키노라이터로 참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운이 좋게도 제 19회 한국 퀴어영화제의 소식을 전하는 기자단으로 뽑혔다. 퀴어 영화제의 존재는 작년 처음 알게 되었다. 영화제를 지나고도 한참 지나고 알게 되어서 다음 해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각 날 때마다 눈팅을 한 결과로 기자단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 

  2001년 단 한 편의 영화로 시작한 한국 퀴어 영화제는 올해로 19회를 맞았다. 올해는 ‘퀴어넘다’는 슬로건으로 관객들을 찾아,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름으로 그어진 선들을 뛰어넘어 보자고 제안한다. 매년 무럭무럭 성장해 온 한국 퀴어영화제의 개막작 후기를 맡게 되어 영화제의 개막식부터 볼 수 있었다. 첫 영화제의 개막식. 한 개의 관에서 진행된 단출한 규모였지만, 영화관은 자리를 가득 채운 관객들의 들뜬 열기로 가득했다. 크리에이터 수낫수와 배우 손수현의 진행으로 시작된 영화제 개막식은 트레일러 소개로 시작해 가수 강아솔의 축하무대로 끝을 맺었다. 

  영화제의 트레일러는 선이 그어지기 전의 퀴어들을 담으며 시작한다. 순수한 어린시절의 퀴어들의 모습. 그 모습에는 어떠한 선도 그려져 있지 않지만, 그들은 자라면서 ‘다름’을 만나게 된다. 그들이 트레일러를 통해 털어 놓는 짤막한 고충과 그럼에도 살아가겠다는 의지는 ‘퀴어넘다’의 뜻과 맞닿아있다. 

  가수 강아솔의 목소리는 ‘푸른밤 이동진입니다’에서 월요일마다 들었던 목소리라 낯이 익다 못해 반가웠다. 초면이고 비록 H열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내적 친밀감은 매우 높은 상태로 이번에는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대여, 난 온전한 그대를 원해요’ <나의 대답>의 한 가사가 마음에 박혔다. 사람과 사랑에 둘러진 치장들을 꿰뚫는 ‘온전한 그대를 원해요’라는 읊조리는 듯한 한 마디가 한 사람의 퀴어로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다. 

  개막작으로는 <위 디 애니멀스>가 상영되었다. 짧게 깎은 같은 머리모양을 하고 무엇이든 함께 하며 위태로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서로에 의지하면서 성장해가는 매니, 조엘, 조나 형제의 이야기다. 영화는 그 중에서도 소년에게 끌림을 느끼는 막내 조나의 목소리로 진행된다. 퀴어로 성장해나가는 그 혼란스러운 과정을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빌려 곳곳에 삽입한 것이 특징적이다. 영화는 조나가 다름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서 조나와 그의 형제들이 ‘우리’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평면적이고 얄팍한 것인지를 드러낸다. 조나는 결국 다름을 인정한 채로 그들을 떠나, 상공으로 날아오른다. 그가 밤에 꿈 대신 그렸던 그림처럼.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의 자유를 찾은 조나의 모습을 보고, 타인이 그은 선을 ‘퀴어넘는’일이 개인의 자유를 위해 얼마나 기초적이고 중요한 일인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오늘도 물에 뜬 기름 같은 기분을 종종 느끼곤 했던 나는 ‘퀴어넘는’일이 매 순간 절실하다. 아마 영화제가 끝나면 선들을 ‘퀴어넘던’ 무중력에서 벗어나 다시 무거운 중력을 맞게 될 테지만, 잠시라도 나도 나로서 자유로울 수 있음에 감사하다. 



- 제 19회 한국 퀴어 영화제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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