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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Jul 29. 2019

계속 가는 거야

<델마와 루이스>, 1991, 리들리 스콧


  영화 <델마와 루이스>는 이른 나이에 결혼 해 남편에게 꽉 잡혀 사는 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루이스’(수잔 서랜든)이 여행을 하면서 시작된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에는 두 사람에게 친구로서의 ‘닮은 점’은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델마는 보수적인 남편에 억눌려서 세상물정 모르고 여리게만 살아왔던 반면, 루이스는 똑 부러지는 성정으로 독립적으로 살아왔다. 여행가방을 꾸릴 때에도 여행이 처음인 델마는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쓸어 담아오는 반면, 루이스는 딱딱 필요한 것만 챙겨 담는다. 어쩌면 두 사람의 여행가방은 두 사람의 현재의 상태인 동시에 앞으로 있을 여행의 전조였을지도 모르겠다. 

  여행 전의 델마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보수적인 남편 아래에서 종속된 존재였다. 소리 한 번 크게 지르는 것도 쉽게 하지 못했던 그녀의 마음은 델마가 꾸린 여행가방처럼 뒤엉켜있다. 그녀는 한 가정, 한 남성에게 종속되어 있기에는 자유로운 한 인간이다. 그녀가 필요한 삶의 반경은 독립된 개인으로 삶을 꾸리고 있는 루이스보다 더 넓을지도 모른다. 속박되어 있던 그녀가 여행에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을 때 델마는 돌아갈 수 없는 사실에 흔들리는 루이스를 단단히 붙든다. 

  루이스는 ‘쿨’하다. 똑 부러지고 시원시원한 성격, 웃음, 태도 그녀를 이루는 모든 것이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루이스는 언제든 떠날 사람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짐도 딱 필요한 만큼만 챙긴다. 더할수록 거추장스러워 진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삶에서도 많은 것을 뺐다. 오랜 그리고 괜찮았던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결혼으로 잇지 않고, 직업 또한 언제 어디서 할 수 있는 웨이트리스로 삼았다.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녀는 어딘가 도망치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델마와 함께한 여행 속에서 루이스가 도망치고 있었던 것은 과거의 상처 (남성으로부터 가해진) 라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루이스는 자신의 자유를 최대한 지키면서 나름의 ‘정상’ 상태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음이 확인되자 그녀는 모든 것을 잃은 듯 무너져 내린다. 한 번 무너졌던 삶을 견고하게 각을 잡아 다시 세워놨던 루이스는 ‘돌아갈 수 없음’에 좌절한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는 델마가 있다. 델마는 “확실해?”라고 묻는 루이스에게 “가자”라고 말한다. 

  영화는 두 여성을 수많은 남성들이 쫓게 만든다. 델마에게 가해진 겁탈이라는 위협과 그것에 반작용으로 루이스가 쏜 총격이 그녀들이 남자들에게 쫓기는 사건의 발단이다. 폭력에 맞선 방어였지만, 총이 누군가를 죽인 이상 두 사람은 쫓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여정이 계속될수록 그 총을 당긴 것이 과연 루이스라는 여성 개인만의 행동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델마와 루이스는 계속해서 압력을 받아왔다. 루이스는 텍사스에서 델마가 당했던 폭력과 유사한 경험(심지어 그 폭력은 묵살되었던 것으로 보인다)이 있었고, 델마는 가부장적인 남편 아래서 쥐 죽은 듯 살아왔다. 여행이 시작되기 이전에 있던 압력이 루이스의 방아쇠를 당기게 했다. 그리고 그 총격이후로 두 사람은 다시 ‘남성들’의 추격이라는 압력을 견디면서 총알이 되어 전국을 누빈다. 그리고는 끝내 절벽에서 발사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다. 두 사람은 함께였고, 하늘로 자동차를 쏘아 올리는 총격은 델마와 루이스를 억압이 아닌 자유로 발사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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