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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Mar 20. 2017

괴물의 아이

성장, 뜨겁고 찬란한 너와 나의 순간


- 사-제의 성장에 대하여

영화를 초반에는 쿠마테츠에게 수련하는 큐타의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에 발을 디뎠는데, 큐타와 쿠마테츠의 ‘강함’을 찾는 여행에서부터 시작해, 쿠마테츠를 그대로 모방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더 깊고 다양한 이야기들로 방향을 틀었다. 

큐타는 시장에서 동물계 사람들의 경계와 또래의 폭력을 경험한 후 ‘강함’에 대한 현실적인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 쿠마테츠의 싸움을 보고 막연하게 동경하고 따라 했던 것이라면, 라이벌의 아들들의 힘과 함에 매진하는 자세를 보며 자신과 쿠마테츠의 위치에 대한 실감을 했던 것이다. “맞아 난 약하고 한심해, 나는 그렇다 치고 당신은 어떤데?” 큐타가 고심 끝에 내뱉은 말로 이 둘의 관계는 단편적인 사-제 관계에서 재조정되기 시작한다. 이오젠과의 대결에서 이기고 싶다는 마음에 의례적으로 삼았던 사제관계에서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둘 다 혼자서 세상을 살아가는 고독한 독불장군들이어서 같지만 다른 둘은 서로 부딪히며 서로를 연마해간다.

강함을 찾아 떠난 여행 이후, 큐타가 쿠마테츠를 그대로 모방하는 장면은 그가 자신만의 수련법을 찾은 동시에 쿠마테츠에게는 ‘부모를 따르는 갓난아기’라는 말에서처럼 스승인 동시에 아버지로서의 관계도 새로이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은 이오젠의 인간 아들인 이치로히코와의 일방적이고 일관된 관계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 부성에 대하여

쿠마테츠와 큐타는 서로 비슷한 성격의 외톨이들이 생각과 몸을 부딪치면서 서로에게 자극을 주며 함께 성장해간다. 반면 이오젠과 이치로히코의 관계는 자애로운 부모와 자식의 상하관계였지만, 이치로히코의 물음에는 대답이 없었던 관계였다. 이 부분에서 큐타와 이치로히코의 ‘어둠’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물론 자신이 인간임을 인식하느냐 모르느냐에 차이는 있었지만, 이치로히코가 자신이 인간임을 알아차렸을 때의 이오젠은 자신과 같아질 것이라며 자식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오젠은 아이가 ‘다름’에 대해서 인식했을 때, 대처가 미흡했던 반면, 큐타의 아버지는 자신이 못 알아볼 만큼 커버린 렌의 모습 앞에서 선택은 렌의 몫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시간의 간극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 인간이 가진 어둠이란

극 중에서 인간은 어둠을 담고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 어둠의 이유야 복합적이고 다양하겠지만, 극 중에서는 백경이라는 작품에 대한 언급을 통해서 ‘어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물 세상에서는 인간은 어둠을 품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항상 어둠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큐타처럼 혼자가 된 고독에서 오는 걸 수도 있고, 이치로히코처럼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오는 걸 수도 있다. 항상 지니고 있는 어둠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우리의 큰 과제이다. 카에데는 백경을 해설하면서 다리를 잃은 선장이 고래에게 자신을 투영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치로히코 또한 고래의 모습으로 자신의 어둠을 드러낸다. 어둠은 구멍의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치로히코는 승리를 통해서 구멍을 메우려는 반면, 큐타는 흡수를 하는 그릇으로서 사용하려한다. 후에 그 구멍을 메우는 존재로 쿠마테츠가 가슴속의 검이 되어 큐타의 구멍을 채우는데, 이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어둠은 결코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큐타에게는 카에데가 메어준 빨간 끈을 비롯해서 가슴속의 쿠마테츠의 목소리 등 그에게 ‘관계’와 그 속에서의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 끈들이 존재해 그의 어둠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다.     


- ‘함께’ 하는 삶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들을 다 보았는데,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가족을 비롯한 주인공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이다. 주인공들만으로 타이트하게 진행하는 다수의 만화나 영화들과는 다르게 다양한 가족과 같은 친밀하고 깊은 관계의 인물들이 그려진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썸머워즈>에서는 가족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면, 늑대아이나 괴물의 아이에서는 가족이 아닌 인물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남편없이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유키 옆에는 츤데레 할아버지를 비롯해서 마을의 이웃들이, 그리고 <괴물의 아이>에서는 쿠마테츠와 그의 식솔들이 함께한다. 타타라와 하쿠슈보, 그리고 그들과 쿠마테츠의 관계는 잘 나오지 않지만, 이 셋은 모습만 봐도 서로 남이다. 네 명의 남들이 모여 가족과 같은 관계를 이루는 모습이 영화 내내 그려진다. 영화를 보면서 쿠마테츠와 큐타를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면 놓칠 듯한 인물들의 역할 대해서 큐타가 이치로히코와의 결투를 위해 병원을 나서는 길에서 ‘모두 덕분’이라며 언급한다. 이를 통해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 속 주변 인물들에 대해 재인식하게 되었는데, 그의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은 주변 인물들에게 영향을 받고 그 영향들을 통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대중매체에서 ‘나’에 대한 주체의식은 강조하는 반면 타인과의 관계와 영향에 대한 언급이 적은 것이 안타까웠는데, 그의 영화에서는 나라는 주체를 위해서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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