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생님, 린다에게.
TAFE에서 미술을 배웠을 때, 호주의 다양한 미술 선생님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중에서 잊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현재 호주의 유명 예술가가 된 린다 드레이퍼(Lynda Draper)이다. 린다가 이렇게 유명해질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린다는 호주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비주얼 아티스트인데, 주로 도자기 분야에서 작업한다. 이 몇 년 동안 호주 미술 대회들의 큰 상들을 휩쓸면서 호주 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유명한 아티스트 중의 한 명이 되었다. 현재는 내셔널 아트 스쿨(National Art School, NAS)에서 도자기과 과장(Head Teacher)으로 일하고 있다.
린다가 호주 미술 국립 학교로 떠나기 바로 전에 만났던 학생 중의 하나가 바로 나이다.
작년 전시회에서 린다를 만나고 눈물이 핑 돌았었다.
"엘레인. 나는 아직도 너의 그 모습을 못 잊어."
필자의 그 모습이란.. 린다의 마지막 수업 날, 필자는 꽃을 사서 린다에게 전해주었다.
이미 린다의 차가 떠나고 있었는데, 필자는 전속력으로 뛰어가서 차를 멈추고 꽃을 차에서 내린 린다에게 전해줬다. 린다는 필자를 꼭 안아주었고, 그 자리에서 필자와 린다는 엉엉 울었다. 그 후에 린다는 이렇게 본인이 만든 화병에 꽃을 꽂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TAFE에서 모두가 내가 원어민도 아닌 영어도 못하는 동양인이라고 안된다고 비웃었을 때, 그녀는 나를 믿어주고 이끌어주었던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믿음과 따뜻함이 어떤 기적을 부를 수 있는지 나는 이러한 사람들을 통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받은 따뜻한 마음들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른 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이 마음들이 없었다면 난 절대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2014년도에 만들어진 린다의 작품인데, 수업 시간에 린다가 나에게 이 작품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지 물어봤었다. 순진했던 나는 눈에 보이는 대로 '도넛'이라고 말했었고, 린다는 소스라치게 놀랐었다. 이 작품은 우주를 표현한 것이었는데, 필자는 당시 미술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무지해서 이걸 도넛으로 봤었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도넛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나에게 추억이다. 린다의 작품들을 볼 때면 마치 린다 본인의 내면 속의 어린아이 시절 속의 환상과 순수한 마음을 놓지 않으려는 듯이 느껴진다. 린다의 작품들은 린다의 동화 같은 상상력 속에서 호주에서의 새로운 환경과 결합되어 조각난 이미지로 형성된 환상에서 진화돼서 새롭게 태어난다. 린다의 작품들은 어디에 있든지 시각적인 촉감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이고 매혹적인 공간을 만든다. 그녀는 주로 어린 시절의 많은 추억들에서 오는 즐거움과 위안을 중심으로 작품을 구성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도자기의 촉각적인 특성,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만나는 발전과 놀라움들에 이끌려서 도자기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녀는 항상 전통과 혁신 사이의 결합을 연구했고,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의 삶의 상황에 따라 진화하고 달라졌다.
예술가의 입장에서 이러한 부분들이 가장 하기가 어렵다. 어린애처럼 순수해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마음속에 더 이상 순수한 것들이 남아있지 않은 나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고, 계산적인 어른이 되어버렸으니까 말이다.
나에게 나의 예술 작품은 항상 무언가 보기에 굉장히 전문적이어야 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 그걸 내려놓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아마 영원히 못 내려놓을 듯싶다. 그래서 나는 린다의 작품들을 동경한다. '가시나무'의 노래 가사처럼 내 속에는 내가 너무 많아서 나 자신조차도 쉴 곳이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내려놓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나는 참 어리석다.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한가 보다. 그러면 작품도 내가 만족하는 작품들이 나올 수 있을까.
그녀는 학생들에게 항상 이렇게 조언한다. 작품을 만들 때, 마음을 따르고 본능을 믿고 무한한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보라고 한다. 실수와 실망으로부터 배워야 하며, 사람들의 반응과 성공적인 작품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과 서로 작품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으며, 항상 관대한 태도를 가지라고 말한다. 항상 계속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즐기라고 말한다. 만약 작가가 작품에 좌절감을 느끼는 것을 놓아준다면 린다는 그 순간에 나타나는 결과들이 놀라울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만약 린다가 필자에게 친절한 행동과 마음들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현재까지도 공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나는 주변의 모지리들이 하는 "넌 못해"라는 말들을 듣고, 모지리처럼 포기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린다는 현재까지도 그녀의 학생들이 개별적인 예술적 목소리를 찾도록 도와주고,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들을 도움으로써 그들이 예술가로서 나아갈 수 있게 지원해주고 있다.
다음번에 린다를 만날 기회가 생길 때, 꼭 저 분홍색 카네이션을 들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