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골 생활 먹방과 풍경들
시드니에서 2021년의 연말을 보낸 후, 다시 시골로 돌아갔다.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보통 주말은 시드니에서 보내고 나머지 날들은 이곳에서 집을 얻어서 생활한다.
시골에 가는 길에 운전하다가 발견한 멋진 장소들.
새벽에 출발한 탓에 아침에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경치를 보며 감탄을 했더랬지.
풍경이 정말 아름답더라. 운전할 맛이 났다.
시골집에 오자마자 우동을 끓여서 먹었다. 대략 4시간 운전 때문에 입맛이 뚝 떨어졌다.
벽에 새로 걸린 그림이 상큼해 보여서 좋다.
시골집에 있는 동안, 바나나 블루베리 스무디도 만들어서 먹고..
유부 초밥도 만들어서 먹고..
엄마가 만들어준 냉면 비빔장에 메밀국수랑 야채 넣고 비벼먹었다.
나와 같이 살고 있는 친구인 주주가 만들어준 음식이다. 비주얼은 저래도 제법 맛있다.
볶은 야채를 올린 메밀국수. 주주는 메밀국수에 환장한다. 정말 너무 좋아해..
혼자 커피도 내려마셨던 비 오는 날.
집에서 운전해서 바닷가가 5분이다. 이 날, 시드니에서 막 온 엘리자베스랑 바닷가에 수영복 입고 놀러 나갔었는데, 비가 미친 듯이 쏟아져서 다시 집에 돌아왔다. 비가 그친 후, 다시 갔던 바닷가.
이곳에서 나의 소울 푸드가 된 파이.
따뜻한 파이가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다.
이 마을에서 파이가 발달된 것에 대해 유추를 하자면..
이곳은 관광객들도 있고, 트럭 운전사들이 많이 지나가는 길목인데.. 운전하면서 한 손에 들고 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게 파이라서 그렇지 않나 싶다.
주주의 레시피대로 따라 했지만.. 욕심부렸다가 끈적해져서 망했다.
주주가 자기의 메밀국수가 내 메밀국수의 엉덩이를 걷어찼다고 좋아했다.
의예늬예..
네 맘대로 하세요..
내 스파클링 와인 터트린 날. 이름 기억 안나는 자줏빛의 이탈리안 술을 섞었다.
저기에 원래 오렌지를 넣어야 하지만.. 냉장고에 오렌지가 없어서..
주주가 당근을 가져와서 넣었다. 아놔..
당근이 웬 말이야 와인에.
그래도 맛은 좋았다.
우리 제퍼는 오늘도 저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주주가 집을 비운 주말, 혼자 저렇게 한식을 해 먹었다.
잡곡밥에 양배추쌈에 아보카도 쌈장, 한국 참치.
호주 참치는 정말 맛없어서 못 먹겠더라.
더운 날, 한국 배랑 무쌈을 올린 메밀국수.
매콤한 게 입맛 돌았었다.
우리 제퍼만 보면 웃음이 난다. 우리 제퍼는 덩치는 크지만 고작 13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가이다.
시골 와서 매일 와인..
왜 시골에 알코올 중독자가 많은지 알겠다. 응?
근데, 이곳 시골에서 생산한 와인은.. 정말 맛있다.
시드니 갈 때마다 몇 병씩 가지고 가는데, 선물용으로도 아주 그만이다.
나 저녁 먹었는데.. 주주가 또 만들어준 메밀국수.
맛있는데.. 이제 그만....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바닷가에 가서 카페에서 피시 앤 칩스를 먹었다.
그러고 나서 같이 일하는 친구들에게 혼났다. 아침부터 저런 거 먹으면 속 버린다고.
그래도 너무 맛있었어.
리코타 치즈와 시금치를 넣은 파이. 정말 맛있었다.
난 한국 사람이니까 미친 듯이 핫소스를 뿌려대며 먹었다.
더웠던 날, 일 끝나고 바로 바닷가로 운전해서 갔다.
오랜만에 파도타기 하면서 실컷 수영하고 놀고... 정말 좋았었다.
덕분에 내 피부가 까무잡잡해졌다.
녹차 소면에 콩국수도 만들어서 먹었다.
우리 제퍼는 오늘도 저런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너무 맛있었던 튀긴 프로쉬토(베이컨과 비슷하다. 베이컨보다 조금 더 얇고 고급진 느낌)와 브리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 절인 무화과도 들어가 있어서 무척이나 달콤했다.
시골 생활에 음식들이 물릴 무렵.. 울월스에서 발견한 한국 라면들.
마침 칼칼하고 매운 게 필요했는데.. 구원받은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홀로 외식. 채식주의자와 함께 살려니 고기 먹는 게 눈치가 보여서 이렇게 혼자 몰래 나와서 와규 버거를 먹었다.
일요일 아침에 혼자 호박전도 부쳐먹고.. 샐러드랑 커피를 곁들여서 먹었다. 이상한 퓨전.
또다시 먹은 시금치 리코타 치즈 파이.
주주랑 함께 먹은 베지테리안 버거.
생각보다 의외로 정말 개운하게 맛있었다. 호밀빵 안의 패티는 렌틸콩으로 만들어졌는데, 카레 맛이 살짝 났다. 그리고 온갖 신선한 야채들과 스위트 칠리소스가 서로 잘 어우러졌다.
호주에서 제일 맛있는 파이집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곳에서 구입한 감자 갈레트 스테이크 파이.
다시 시드니로 내려가는 길. 호주는 한국처럼 휴게소가 발달되지 못해서 맥도널드에서 운전하다가 쉬었다가 가고는 한다.
정말 길이 너무 예뻐서 서너 시간 운전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다시 돌아온 시골집에서는 강아지들은 여전히 너무 평화롭게 살더라.
낮잠 자는데 사진 찍는다고 나에게 짜증 냈던 버스터.
이날, 분명히 주주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했는데.. 우리는 함께 초콜릿 크루아상과 커피를 먹었다.
일을 한 시간 늦게 시작하게 되어서 갑자기 여유가 생겼던 어느 날 아침.
카페에 가서 한껏 여유를 부렸다. 멕시칸 스타일의 카페였는데, 제법 맛있었다.
검은콩에 아보카도, 옥수수, 칠리가 들어갔다. 한국 사람에게는 아주 살짝 매콤한 정도.
다음번에는 트리플 칠리를 요구해야겠다. (세배 정도의 칠리..)
주주와 친구들과 함께 해먹은 월남쌈.
다시 시드니로 내려가는 길에 들린 키아마. 이날, 풍경이 유독 너무 예뻐서 한참을 앉았다가 시드니로 돌아왔다.
시드니로 가는 도중, 길거리에서 파는 신선한 농장 자두를 잔뜩 사서 엄마에게 가져다가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집에서 엄마에게 초콜릿도 잔뜩 사다 주었다.
시드니 가기 전날, 주주가 나와 친구들에게 해준 인도 요리.
한 번도 제대로 인도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다는 나에게 충격받은 주주가 솜씨를 발휘해주었다.
친구 중 한 명이 주주의 인도 요리는 짝퉁이라고 놀렸지만 나는 거부감 없이 생각보다 꽤 맛있게 먹었다.
주주가 준비한 와인도 마셨다.
눈치 없이 제퍼는 장난감을 내게 물고 왔다.
시드니에 가기 전, 비치에서 실컷 놀았다.
대학교 동창이랑 같이 일하는데, 그녀와 같이 아침을 먹으러 갔다.
내가 한눈을 판 사이 이미 계산을 다 해버린 그녀.. 하아. 너 무례하다?!라고 말하니 그녀가 꺄르르르 웃으면서 다음에 또 나랑 같이 아침 먹으려고 그랬다고 한다. 그래, 그땐 내가 정말 맛있는 아침 사줄게!
이날, 우리 둘이서 먹어보고 반했던 폴렌타. 원래 이탈리아에서 오래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음식이었다고 하는데, 너무너무 너무 맛있었다. 내 입맛 저렴한 거 인증.
부드러운 폴렌타 로프가 자꾸 생각나서 유튜브에 요리법을 찾아서 그녀와 공유했다. 조만간 만들어봐야지!
(폴렌타는 옥수수 가루로 만든 음식이다.)
바질 페스토도 직접 만들어서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내 시골 생활은.. 그냥, 평화롭다.
이 생활이 너무 특별하고 혜택처럼 느껴져서 참 좋았던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