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를 읽고 든 작은생각
『안녕이라 그랬어』는 2025년 교보문고 소설가 50인이 선택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수많은 책 애호가들과 북인플루언서들이 극찬한 책이었다. 그 사랑에 힘입어 교보문고 온라인 채널에서 랜선 팬사인회가 진행되어 운좋게 친필 사인본을 구했다.
하지만 왜인지 손이 잘 가지 않는 책이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구매 한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혼모노』 역시 나란히 먼지만 쌓여가며 서재 한 켠에 놓여있다.
그렇다. 나는 (전)서점 마케터이기 전에 자칭 책애호가의 삶을 살면서 소위 '요즘 잘 나가는 책'에 대한 '의리 구매'를 이어온 출판계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다. 한 달에 책 구입비로만 평균 30만원은 쓴다. 나는 무조건 '종이책'파다. 서재가 미어터져 전자책으로 사고 싶어도, 보고 싶은 책은 전자책이 잘 안나오기 때문이다(이건 어른의 사정이 있음).
전업 작가가 된 이후로는 '레퍼런스'를 핑계로 책에 대한 욕심이 더 심해졌다. 신간, 구간, 중고 정말 '닥치는대로 산다'는게 맞는 표현같다. 당장 3월 한 달간 시나리오 집필에 필요한 책 15권을 독파해야 하는데, 어제 또 새 책을 주문하고 말았다. 인정하겠다. 나는 책 애호가를 넘어 '책친자'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해서 이번 트레바리 모임 책으로 『안녕이라 그랬어』가 선정된 것을 보았을 때, 드디어 마음의 부채(남들은 다 읽었다는데 나만 안 읽은)를 덜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후회했다. '진작 읽을걸!'하고.
앞서 밝힌 것처럼 읽은 책 보다 산 책이 많은 책 애호가로서, 내 통장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나름 좋은 책을 선별하는 기준이 있다. 바로 '제목과 본문의 일치성'이다. 특히 『안녕이라 그랬어』처럼 다수의 매체에 기고한 글을 한데 묶은 소설책은 더더욱 표제작(책의 제목으로 채택된 대표 작품)이 중요하다. 표제작이 곧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녕이라 그랬어』 는 아주 성공적인 표제작이자,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에 뽑힐만 했다. 자본주의에 찌든 인간 군상을 어쩜 이렇게 우아하게 돌려 깔 수 있는지. 이건 소설이 아니라 하이퍼리얼리즘에 가깝다 생각했다. 이토록 세속적이고 찌질한 우리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디 안녕하길, 평안하길 바라는' 작가의 인간을 향한 연민이 느껴졌다.
이 책의 해설을 쓴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평이 참 적확하다 생각했다.
'김애란의 재현에 대해서는, 누군가를 사회학자라고 규정할 자격이 사회학자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면, 나는 김애란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다.'
'좋은 예술은 공동체를 제 마음과 대면하게 함으로써 의식의 부패를 막는 '약'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안녕을 위해 김애란의 안녕을 기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마지막 작가의 말도 너무나 인간적이다. 치매로 딸의 책을 더 이상 읽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책의 한 면을 빌려 사랑을 전하는 마음이라니... 나는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에 필요한 정신이 이런 거라 생각한다. 소중한 사람을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 조금 못나고 추해도 그마저 인정하고 끝내 서로를 껴안고 사랑하는 인간성 같은 것들.
『안녕이라 그랬어』 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애써 덮어놓고 살고, 모른척하던 '인간다움'을 상기시켜 주는 문학의 순기능을 보여주었다. 역시, 남들이 좋다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4월 모임 책 『혼모노』도 얼른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