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영재 Feb 03. 2023

5개월 만에 기업가치 3배 올랐습니다.

스타트업 #5 - 후속투자유치편

우리는 작년 12월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첫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그리고 정확히 5개월 후, 월 반복 매출이라고 불리는 MRR(Monthly Recurring Revenue)을 0원에서 2천만 원(계약서상 정가로는 5천만 원)까지 달성하면서 프라이머사제와 발론캐피탈로부터 116만 불(한화 약 15억) 투자를 유치하였다. 프라이머사제는 미국 실리콘벨리 투자회사인 사제파트너스와 한국의 대표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가 공동 설립한 투자회사이며 발론캐피탈은 샌드버드로 유명한 김동신 대표님이 설립한 투사회사이다.


펀드레이징 트리거

우선 숫자가 좋았다. 앞서 말한 MRR은 계속해서 상승세였고 어렵게 얻은 기회들이었지만 세일즈 미팅을 하면 50%의 확률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잘하는 스타트업의 계약성사율(Win rate)이 15%에서 30%이니 그 당시 우리의 Win rate은 참으로 놀라웠다. 채용도 경력직 엔지니어분들과 사업부 운영 매니저분들이 합류해 주셨고, 회사는 이제 창업자들이 꿈꾸고 상상하던 공간에서 목표를 실행하는 장소가 되었다. 이 정도 초반 성과면 빠른 성장 전략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우리는 안전하게 롱런하는 사업보다 빠르게 고객사를 확보해 시장을 점유하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빠른 성장은 곧 짧아지는 런웨이를 의미한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달리는 곳을 런웨이라고 하는데 런웨이 마지막까지 비행기가 못 뜨면 어떻게 될까? 스타트업에서는 잔고를 매월 사용하는 손실금액으로 나눈 개월수를 런웨이라 한다. 스타트업도 런웨이 안에는 무조건 유의미한 성장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더 공격적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은 채용, 개발, 마케팅 등에 비용을 더 많이 쏟겠다는 얘기이고 이는 런웨이가 짧아진다는 의미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미국법인으로 플립

우리는 브릿지 펀드레이징을 결정하자마자 시드 펀딩 때 얘기 나누던 프라이머사제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고 당시 대표님은 우리의 성장세를 인정하시며 빠르게 투자를 결정해 주셨다. 6월에 시작한 펀드레이징은 애초에 10% 지분투자를 계획했지만 프라이머사제, 발론캐피탈 포함 25%의 커밋을 받았고 아쉽게도 몇 개의 투자사들의 제안은 거절해야만 했다.


투자를 진행하면서 미국법인으로 플립 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받았다. 한국 법인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보다 미국 법인으로 해외시장을 타겟해야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플립 하신 기창업자분들의 의견과 투자사 분들, 그리고 로펌 등에 여러 자문을 구했고 결국 플립 하기로 결정했다. 플립까지는 약 2개월 반 정도 소요되었는데 여간 쉽지만은 않았다. 기투자사들과의 조율, 신투자사들과의 협의, 높은 플립 법률 비용 그리고 말라가는 잔고..


투자유치 완료 그리고 새로운 런웨이!

결국 8월에 확정한 투자는 10월 납입받으면서 클로징 할 수 있었다. 그간 가격 정책을 다시 수립하고 본격적인 세일즈를 준비하는 등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마음고생도 심했다. 약 2~3개월간 잠을 편히 자는 날이 없었을 정도로 아주 예민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리 순탄하다 하더라도 납입 전까지 아무도 모르는 게 투자이고 세일즈 역시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으면 이번 투자가 무색하기 때문에 신경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미국통장으로 납입이 되었는데 이번에도 살면서 처음 보는 달러가 내 스마트폰 속에 있었다. 사실 납입 후에는 조금 편할 수 있을까 기대했었는데, 역시나 아니다. 이번 투자로 인해 약 18개월의 런웨이를 확보했지만 보통 펀드레이징이 3~5개월 걸리니 다음 투자까지는 약 13개월이 남았고 그러기 위해서 만들어야 하는 또 다른 MRR 목표는 12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 이걸 매월 계획으로 나누면.. 더 바빠졌다.


나는 스타트업이 마치 긴 터널을 뚫어가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한다. 헤드라이트 하나 끼고 작은 드릴로 바로 앞 막힌 벽을 열심히 뚫다 보면 이 길이 맞는지, 잘하고 있는지 끊임없는 의심이 생긴다. 하지만 아무도 터널을 뚫어 갈 생각을 하지 않던 이 길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돌아가는 게 익숙했던 그런 길을 우리가 개척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여기서 가끔 이런 좋은 투자사들에게 투자를 유치할 때는 마치 우리가 가는 길이 옳고 이 터널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햇빛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려주는 소중한 이벤트가 된다.

작가의 이전글 1년 동안 20명 넘게 채용 한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