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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열두시 Jan 08. 2016

그때, 그 찰나의 순간 '쓴소리'

쓴소리,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라디오 주파수를 바꿔버렸던 날


2011년 7월부터 2012년 1월까지의 인턴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내게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고민이 생겼다. 그중 하나는 앞으로 이 일을 생각만큼 즐겁게 할 수 없겠다는 것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이전부터 생각해왔던 창업에 도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앞선 내용은 4년 간 공부하며 그려왔던 것들을 어쩌면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 뒤의 내용은 졸업반으로 치열하게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과 맞물려 어느 한쪽으로 쉽게 기울어지지 않았고, 내 곁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익숙해져 나는 스스로가 그 고민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어느 하나 정해지지 않은 채, 제자리에 머물러 시간을 흘려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 라디오를 통해 나와 많이 닮은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고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들었던 - 여행을 가서도 챙겨 들을 만큼 익숙했던 그 채널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2015년 겨울, 익선동의 어느 카페





처음엔 그랬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답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다시 현실로 돌아와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와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주파수를 바꿔버리곤 했다






좋은 것만, 골라 듣고 좋은 것만, 골라 보는


아직, 어리고 아직, 멀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때는 지난날 라디오 주파수를 바꿔버리고 도망치듯 테라스에 나와 담배 한 개비를 태우며 '그래도 들어볼걸, 내가 하지 못했던 생각이 있었는지 나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는지 들어볼걸'이라는 후회와 앞으로는 꼭 그래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하고 있을 때다. 이 말을 다시 곱씹어 보자면 여전히 나는 좋은 것만 골라 듣고 좋은 것만 골라볼 때가 있다는 것이다.


'실패'도 경험이라며 -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는 창업이지만, 조금 더 냉정하게 돌이켜 보면 그때만큼 누군가의 이야기(그리고 조언)를 내 입맛대로 받아들였던 적도 없었고, 이는 창업을 성공할 수 없었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는 '쓴소리'로 받아들이고 상황을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하는 시점에서 '그래도 우리가 맞아, 내가  맞아'라는 지나친 합리화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합리화라기보다, 내 생각이 맞았으면 하는 바람과 상대방이 틀렸으면 하는 바람을 멋대로 뭉쳐놓은 것일 뿐이지만.





2015년 겨울, 익선동의 어느 카페





그래서, 창업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실패 노트'의 첫 장에 내가 밑줄을 그어가며 적어놓은 내용은 '쓰다는 이유만으로 뱉어내지 말자'는 것이었다.






교정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 게 아닐까
처음부터 그렇게  마음먹으면 되지 않을까
쓴소리는, 나만을 위한 교정이라고







'쓴 맛'에 익숙해지기


'맛'으로 접근했을 때의 쓴맛도 쉽게 적응하기 힘든데, 나와 우리를 꿰뚫는 쓴 소리에 익숙해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하는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나와 주변 상황이 생각보다 빠르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채(쓴소리도 포함되는) 스스로 무언갈 하고, 그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다시 회복하고 일어서기까지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쓰기 전, 커버 사진을 미리 등록해놓았는데 사진 속 남자의 손이 정확한 '대상'을 가리키고 있고, 이 모습이 오늘의 내가 생각하는 '쓴 소리'와 가장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생각보다 스스로의 모습을 둘러보고 살펴볼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 그래서 때로는 달리기를 하던 걷던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를 잠시 멈추고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쓴소리'에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을.





2015년 겨울, 문래동의 어느 골목길





우리가 쓴소리를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간단하다
나보다 나를, 우리보다 우리를
더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아, 그래도 이런 사람은 조심하자.

쓴소리로 가장해 이유 없이 날 선 비판을 하는 사람들.







나는, 오늘도 쓴소리를 들었다
나를 아주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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