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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열두시 May 23. 2016

언제부터 였을까 '변덕'

소중한 시간임을 알기에, 점점 더 심해지는 변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15년 봄, 부암동 창의문





내일이면 빗물에 쓸려 내려갈 봄꽃일지라도
내일이면 다시 느끼지 못할 오늘의 봄일지라도
짧은 시간이든 긴 시간이든
 함께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점점 짧아지는 봄의 시간에 더 몰입하고 싶었던 걸까.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던 걸까.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쉬웠던 순간들보다 좋았던 순간들을 더 많이 떠올리고 싶었던 걸까. 분명한 것은,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지 않겠노라며 메모장에 써놓은 글이라는 점이다.





2013년 가을, 가회동의 어느 갤러리





조금씩 무뎌지고 있지만, 나는 올해 서른 살이 되었다. 작년 말, 서른 살이 두려웠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스무 살로 시작된 20대의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달리 말하면, 아직 서른 살로 시작되는 30대를 맞이할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창업을 마무리하고, 실패 노트를 작성하며 '만약에'라는 늪에 빠지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20대의 끝무렵,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덫에 빠져 버렸다. 진한 아쉬움으로 가득한 시간들, 그래서 더 돌아가고 싶은 시간들이 계속해서 몰려왔다. 한참을 허우적거리고 발버둥 치다 빠져나왔을 때 이미 나는 서른 살이 되어 있었고 그렇게 '변덕'이 시작되었다.





같은 아쉬움과 후회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다시 또, 늪에 빠지지 않길 바라는
그렇게 되돌아봤을 때
더 가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변덕'





2013년 가을, 부암동의 어느 골목길





나에게 주어진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과정에서의 '변덕'이 아니라 나의 선택으로부터 시작되는 일들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변덕'이 시작된 것이다. 이미 서른살, 30대가 되기 전 내게는 여러개의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일을 시작했다는 점. 이로 인해 학교를 다닐때 보다 오롯이 내 자신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으며,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고 있는 만큼 스스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욱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배우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들도 함께 늘어나게 되었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그 시간을 활용해 하고 싶고, 해야할 일들이 많아지는 상황속에서 아직 20대의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 있는 내게 또 다른 '변덕'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주어지는 시간이 당연하다는 '오만과 사치'로 시작해
끝내 아쉬움으로 가득차버리는 상황은
내게 더 잦은 '변덕'을 가져다 주었다





2013년 봄, 부암동 윤동주 문학관





돌이켜보면, 언제나 변덕은 있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무언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더더욱. 재밌는 점은 그 선택지들 대부분이 같은 성격들 중 하나라는 사실이었다. 좋아하는 것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기에, 싫어하는 것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기에 변덕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다만, 20대라는 짧지만 긴 시간을 보내며 그 변덕은 조금 더 신중한 의미로 내게 다가왔고, 앞으로도 더욱 깊어질 것 같다.





수국의 꽃말은 '변덕'이지만,
수국이 모인 다발의 꽃말은 '진심'이라고 한다
서른살, 나와 우리의 변덕이
진심에 닿을 수 있기를
그렇게 후회없는 시간으로 채워지는 출발점이기를






그렇게 서른살의 나는, 오늘도 다음을 위한 '변덕'을 부.











한 번에, 긴 글을 다 써내려가진 못해요. 어렵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그래서 저는, 인스타그램에 짤막한 글과 사진을 올려두고 한 번씩 모아 쓰고 있어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작은 조각들도 괜찮으시다면, 함께 해요 :)


https://www.instagram.com/a_split_sec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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