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이라는 꿈의 틀에서 벗어나게 된 순간
기관사가 될 거예요!
매일 열차를 탈 수 있으니까요!
누구에게 직접 배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땐 꿈이 장래희망의 다른 말인 줄 알았고 어린 마음에 정말 많이 바뀌기도 했었다. 그러다 '언제부터 였을까 열차'에서도 신나게 써놓은 것처럼 어느 순간 '열차'에 푹 빠지게 되었고 그렇게 한동안 내 꿈은 기관사가 되었다. 누군가 내게 '성규야, 넌 꿈이 뭐니?'라고 물어보면 '기관사가 될 거예요!'라고 말하곤, '기차를 매일 탈 수 있으니까요!'라는 말을 꼭 덧붙였다고 한다.
그 뒤로(기관사가 꿈이라고 말한 이후로),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꿈이 반드시 장래희망이 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몇 번에 걸쳐 깨닫게 된 것 같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 6학년 때로 그때, 그 찰나의 순간 '장작'의 주인공인 담임선생님 덕분이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님의 영향으로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고 독후감도 꾸준히 쓸 수 있었는데, 한 번은 '하늘을 나는 자전거'라는 책을 읽고 뒷 이야기를 써서 제출한 적이 있었다. 그 날 점심시간, 선생님께서는 내게 '성규야, 넌 꿈이 뭐니?'라는 익숙한(?) 질문을 하셨고 나는 별생각 없이 당시 나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축구가 떠올라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당신은 환한 미소와 함께 일기도 좋고, 오늘과 같은 독후감도 좋고, 낙서도 좋으니 글은 계속해서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당신 앞에 놓인 이면지 묶음을 내게 건네주셨다. (그렇게, 나는 부족한 실력이지만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다)
만약, 그날 선생님께서 내게
성규야 너는 축구보다 글 쓰는 게 더 어울린다
라는 말을 건네셨다면
그 뒤로도 오랫동안 나는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장래희망과 연관 지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생이 되니 어느 대학을 가느냐만큼 어떤 공부를 더 할 거냐는 중요한 순간에 다다르게 되었다. 담임 선생님과의 진로 상담이 끝나고 아직은 답답한 마음에 1학년 때부터 함께 해온 동아리 '신문부'를 봐주셨던 분께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다.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것들은 모두 '좋아서'였지, 그 이상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선생님께서 내게 건네주신 말은, 지금까지도 가슴 한편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좋아서 하는 것도 좋고, 여러 가지를 꾸준히 하는 것도 좋은데 잃지 않기 위해 가장 노력할 수 있을만한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말.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꿈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뒤로 한 번씩
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운이 좋다고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나는 좋은 선생님들의 마음이 담긴 조언을 통해 꿈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해볼 시간을 갖게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2년 전, 나는 오랜만에 나라는 사람의 꿈에 대해 한참을 바라보게 되었다. 창업을 마무리하고 일을 시작한 '위자드웍스(Wzdworks/솜노트와 테마키보드를 서비스 중)'에서의 회식때였다.
당시, 위자드웍스에는 하계 인턴십을 통해 외국인 인턴 2명이 일을 하고 있었고 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다. 나는 2명 중 한명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고, 그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술이 조금씩 들어가고, 한 두명씩 취해가던 때 그녀는 내게 '넌 꿈이 뭐니'라는 질문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질문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요약하자면 좋은 기획자이자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 그러자 깜짝 놀라며, 그게 전부냐고 되물었고 나는 다른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은 '탐스(Toms)'와 같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에 사회에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에게 꿈이란
좋아서 시작했지만 쉽게 바뀌지 않을,
잃지 않고 꼭 닿기 위해 노력해야 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다
꿈을 이룬 사람은, 누군가의 꿈이 된다고 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꿈'을 대표하는 직업과 같은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아닐까? 2년 전 여름,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할 때 그 어느때보다 반짝이는 눈을 보여주었던 그녀처럼 말이다.
오늘, 오랜만에 묻게된 말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