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열두시 Apr 13. 2020

그 때, 그 찰나의 순간 : 두 번째 싱가포르

한 걸음 더 가까이, 그남자와 그여자의 싱가포르 이야기


첫 째날 : 그 남자 이야기


과거와 현재가 함께 머무르는 곳 : 내셔널 갤러리

처음은, 싱가포르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2층 버스에서였다. 신호대기로 잠시 멈춰선 버스 밖으로 빛을 잔뜩 머금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순간이 처음이었던 그날, 우리에게 기억된 시빅 스트리트와 내셔널 갤러리의 모습은 그랬다.











“이렇게 큰 건물이었나?”
“건물 안에 또 건물이 있는 거야?”
“나무를 닮은 기둥이 있네!”
“제대로 압도되는 기분이야!”






1년 반 전, 고작 한 면으로 느꼈던 내셔널 갤러리는 눈에 띄는 건물로만 남아있었는데, 한 걸음, 두 걸음 안으로 내디딜 때마다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공간의 구성과 곳곳에 담긴 이야기들로 인해 우리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셔널 갤러리’는 시청과 대법원 건물을 하나로 연결해놓은 구조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나무를 닮은 기둥이 건물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던 이유도, 건물 안에 또 다른 건물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 이유도, 거대한 천장 구조물을 통해 빛이 계속 스며든 이유도 두 건물이 하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셈. 그러니 내셔널 갤러리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모두 세 개의 건물을 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다.











이곳을 둘러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는 가장 위층에서 한층씩 훑고 내려오는 방법을 택했다. 잠시 후 만나게 될 에스플러네이드 베이 극장에서 노을을 보기로 했으니 루프탑 갤러리에서 어둠이 삼키기 전의 전경을 보고 싶었기 때문. 내셔널 갤러리의 5층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면, 또 하나의 극적인 순간을 만나게 된다. 건물을 포근하게 덮고 있는 물 위로 싱가포르의 스카이 라인이 잔잔하게 펼쳐지고, 따뜻한 빛이 내려앉은 길을 따라 테라스로 이동하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과 함께 시빅 스트리트 곁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어떤 공간에 들어서건 이렇게 다채로운 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내셔널 갤러리'의 가장 큰 매력임을 다시금 알게된 순간.











다시, 감미로운 공간들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분명, 실내에 있는데 - 한쪽 건물에서 반대편 건물을 본다거나, 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는 연결통로를 통해 실내에 자리잡고 있는 양쪽 건물을 한 눈에 바라보는 경험은 우리의 또 다른 처음을 채워주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과거에서 현재를 끊임 없이 넘나 들게 되는 경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왜 이같은 구조를 선택했는지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 (내셔널 갤러리의 현재 모습은 싱가포르 국민들이 참여해 선택했다고 한다)


동남아 현대 미술 작품 8,000여점 이상이 모여있는 그 규모 자체도 우리에겐 소중했지만, 오래전 재판이 열린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기도 하고, 각기 다른 목적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이 오갔을 공간에 입혀진 전시들을 확인할 수 있기에 더없이 소중한 공간으로 다가왔다.




(노트) 그 여자 추천

전시도 좋았지만, 건물 자체가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전시가 비싸진 않지만, 전시를 보지 않더라도 건물 내부는 꼭 들어가 보세요! 꼭!


(노트) 그 남자 추천

우리는 전시를 좋아하기에 크고 갤러리나 박물관을 자주 찾는 편이에요. 지금은 이사를 갔지만 대림미술관 옆, 사진 위주 전시관 ‘류가헌’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외관은 한옥 그대로를 유지하고 내부는 갤러리와 같이 꾸며놓은 곳이었어요. 마당에 서면 빛을 등지고 작은 카페와 내부 공간을 한 눈에 볼 수 있거든요. 전시는 이처럼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시작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내셔널 갤러리는 더없이 완벽한 곳이었다고 생각해요. 공간에 담긴 이야기와 그 공간에서 진행되는 전시를 하나씩 담아오는 즐거움이 있는 곳!











노을을 마주보며 걷기, 에스플러네이드 베이 극장에서의 저녁

꽤 오랫동안 기억될 내셔널 갤러리를 뒤로한 채, 걷기로 한다. 이곳 사람들이 ‘두리안’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에스플러네이드 베이 극장으로 향하는 길. 덥지만 아직 바람이 좋은 4월의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마리나 베이와 다채로운 건물들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발걸음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극장 앞에 모여 낮과 밤이 바뀌는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뒤로는 ‘두리안’을 쏙 닮은 건물이, 앞으로는 자신만의 색을 뽐내기 시작한 건물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완전한 밤을 기다리기에 더없이 좋은 순간이다.




(노트) 그 여자 추천

에스플러네이드 앞에서는 버스킹도 즐길 수 있고 간단한 간식도 즐길 수 있어요! 맥주 한캔과 야경을 즐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노트) 그 남자 추천

내셔널 갤러리가 위치한 시빅 스트리트에서 걸어오는 코스로 꼭 방문해보세요. 시간대까지 더하자면 노을이 시작되는 시간을 추천합니다. 바닷바람에 밀려오는 맛있는 향과, 싱가포르의 야경을 한 눈에 즐길 수 있는 곳이기에 더더욱 매력적인 곳이에요! 











기분 좋은 소란스러움과 함께 행복한 향이 몰려온다. 눈과 발로 열심히 읽어본 오후와 저녁의 싱가포르를 넘어 이제 입이 즐거워질 시간. 에스플러네이드 베이 극장 옆으로 자리잡은 마칸수트라 글루턴스 베이 호커 센터로 향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메뉴 칠리 크랩은 물론 인도네시아식 꼬치 요리인 사테 세트, 무르타박, 볶음면의 한 종류인 호키엔 미까지 한 곳에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노트) 그 여자 추천

일정이 짧아 싱가포르의 대표음식을 맛볼 수 없다면?! 호커센터를 추천해요! 칠리크랩, 하이난 치킨 덮밥, 사테요리, 무르타박 등 한 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노트) 그 남자 추천

한강에서의 치맥, 광안대교 아래서의 회! 특정 장소에서만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는데요! 싱가포르에서는 바닷가의 호커센터가 그렇답니다.












둘 째날 : 그 여자 이야기







싱가포르에서의 온전한 하루가 시작된 이튿날. 뜨겁긴 하지만,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다니.. 오늘의 날씨가 더없이 만족스럽다. 서둘러 외출 준비를 하고,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한다. 한국에서 열심히 준비해온 오늘의 일정은 가볍지 않다. 그렇기에, 우선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다.






가성비 갑 오브 갑, 잠잠의 무르타박






가게로 들어서자 낯선 사람들 바로 옆으로 안내를 해준다. 짐이 많은 상태로 왔다면 좁은 자리가 불편했을 테지만 또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하는 공간이 나쁘지만은 않다. 우리가 선택한 메뉴는 실패 확률이 낮은 비프 무르타박과 치킨 브리야니 그리고 두 잔의 테아이스. (테아이스는 아이스밀크티라고 생각하면 된다!) 110년 된 레스토랑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문 받는 시스템이 낯설지만 재밌다. 무르타팍은 밀가루 반죽 안에 다진 고기와 야채를 넣고 구워낸 음식이다. 아주 얇은 밀가루 반죽 때문인지, 밀가루 반죽이 쫀득쫀득. 속재료도 거부감 없이 잘 맞는다. (막걸리하고도 잘 맞을 것 같다!)









(노트) 그 여자 추천

가격이 참 매력적. 한국과 비슷한 물가의 싱가포르지만, 무르타박은 저렴하고 맛도 좋다!


(노트) 그 남자 추천

음식이야 언제나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두 번 모두 만족스러웠던 곳. 잠잠이 위치한 건물, 그 곳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없기에 더더욱!






빛의 사원, 술탄모스크






잠잠 바로 맞은편, 황금빛 돔에 시선이 멈춘다. 싱가포르의 이슬람 사원 술탄모스크다. 신발을 벗고 사원 내부로 들어가본다. 입구에 짧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위한 옷이 준비되어 있어, 여름 옷차림에도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다. 기도하는 공간은, 사방에서 들어오는 깊은 빛으로 근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여행 중 방문하는 그들만의 고유의 공간에 들어설때면 그 무게감이 가슴을 누른다. 이날 빛과 어울린 공간에서도 그랬다. 내부에 깃든 빛과 공간을 둘러본 뒤 입구에 가지런히 벗어 놓은 신발을 다시 신었다.











술탄모스크는 외관이 참 매력적이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건축물이기에 더 그럴테지만, 싱가포르의 청명한 하늘과 술탄모스크의 황금빛 돔, 그리고 야자수의 짙은 녹색과 알록달록한 상가들을 한눈에 즐길 수 있기에 더없이 매력적이다.




(노트) 그 여자 추천

빛이 잘 내려앉는 동네, 술탄모스크 앞에서의 기념촬영은 필수! 술탄모스크 바로 앞에서 보다는 골목 중간쯤 상점들과 함께 담아보세요!


(노트) 그 남자 추천

내부에 꼭 들어가보세요! 흐린 날 보다는, 빛을 잔뜩 만날 수 있는 날을 추천해요. 넓은 창들이 자리잡고 있어 사원 내부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 깊게 느껴볼 수 있어요.





색감 천재, 하지레인

술탄모스크 앞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상점들이 자리 잡은 아랍스트리트를 만나게 된다. 그 옆으로 난 좁은 골목길 내 화려한 건물들이 얼핏 얼핏 보이는데 이 골목이 싱가포르의 핫플. 하지레인이다.











선명한 색감이 이렇게 잘 어울리기도 쉽지 않다. 상점마다 개성 강한 외벽에, 관광객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좁은 골목길이다 보니, 서로가 서로의 엑스트라가 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한 집 건너 한집에 들러 옷이며 악세사리를 둘러본다.


“여기 가볼래?“

“쪼리? 이거 발 아프고 별론데..“











별 기대 없이 들어간 가게에서 1시간 가량 쇼핑이 이어졌다. 컬러는 물론 다양한 파츠와 트윌리로 하나뿐인 플립 플랍을 만들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가게. 샘플로 만들어놓은 신발이 이뻐 하나씩 자꾸만 욕심을 낸다.











파란 하늘과 바다, 푸르른 나무들과 잘 어울리는 노란색의 플립플랍이 완성되었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여행지에서의 하나뿐인 신발도 괜찮지 않을까? 라고 위로 하며 오늘의 스타일에 더해본다. 답답한 컨버스에서 플립플랍으로 갈아신으니 이렇게 가볍고 시원할 수 없다.




(노트) 그 여자 추천

옷 소품 다양한 구경거리가 많아요! 길지 않은 골목이지만 시간을 여유 있게 잡고 재미있는 가게들을 놓치지 마세요!


(노트) 그 남자 추천

골목의 골목을 하나씩 들어가보세요. 짙은 주황, 밝은 파랑 등 정말 다양한 컬러를 만날 수 있고, 그 곳을 배경으로 여자친구의 사진을 찍는다면! 칭찬 릴레이는 덤 :)






작은 나라의 거대한 포트폴리오,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싱가포르는 여전히 파랗고 선명하다.


서울만한 크기의 도시 국가라 지하철도 잘 되어 있고 복잡하지 않지만, 우리는 버스를 더 자주 이용했다. 2층 버스 가장 앞자리에서 도시 곳곳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한가한 오후 시간, 도심을 지나 도착한 곳은 대표적인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앞. 싱가포르 어디에서건 다양한 여행객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지만, 유독 이곳에선 백팩과 캐리어,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많다. 첫 여행 시 꼼꼼히 둘러보고 머물렀던 이 곳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가든스 바이 더 베이로 향한다. 지하도와 호텔에서 연결된 브릿지로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마리나베이더샌즈 호텔의 뒷마당 같은 느낌!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바오밥나무를 본따 만든 슈퍼트리를 구경하기엔 오후의 햇빛이 가혹하기만 하다. 슈퍼트리의 거대한 아름다움을 하나씩 담아내고 싶지만, 먼저 실내에 위치한 플라워 돔으로 향한다. 여느때였다면, 식물원은 들어가보지도 않았을 테지만, 싱가포르를 더 깊게 보고 싶었기에!











두개로 이루어진 플라워 돔에선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다. 365일 뜨거운 싱가포르다 보니, 온대, 열대 식물들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첫 번째 돔에 들어서자마자 살에 닿는 시원함은 어떻게 된 걸까 싶다. 플라워 돔은 캘리포니아 및 사우스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의 건랭 기후를 모방했기에 시원한 온도를 유지한다. 그렇기에 쾌적한 관람이 가능하다. 온실 형태의 건물로 싱가포르의 빛은 그대로 받으면서, 시원한 실내 온도는 우리뿐만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만족스러운 것인지, 서두르는 이들은 없어 보인다.











두 번째 돔은 마치 영화의 결말을 먼저 보여주는 형식 같다. 클라우드 마운틴에서 떨어지는 35m 길이의 인공 폭포를 먼저 만나고, 그 안의 이야기들을 듣는 형태로 동선이 짜여있다. 시원한 폭포 앞에서 물을 맞더라도 인증샷을 남기고자 하는 관광객들로 입구부터 발이 묶인다. 이 웅장함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싶지만, 포기하지 않는 사진작가들이 많다. 오늘의 인스타는 여기다.











클라우드 마운틴을 돌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향한다. 한 층, 한 층 돌아 내려오며 걸음 걸음에 담긴 이야기들을 살펴본다. 강하고 화려한 겉모습 안에 제법 단단한 마음을 지닌 것 같다.




(노트) 그 여자 추천

아침에 공들인 화장이라면 슈퍼트리보다는 플라워돔을 먼저 방문하세요!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쉽게 이동이 가능합니다.


(노트) 그 남자 추천

오후 늦게 입장해 플라워돔을 먼저 둘러본 뒤, 불을 환하게 밝힌 슈퍼트리를 둘러보는게 좋아요! 낮의 슈퍼트리가 궁금하다면, 플라워돔으로 향하는 시간을 활용하면 된답니다!






싱가포르의 밤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 레벨33






마리나베이샌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스탠다드차타드 빌딩의 33층. 그 곳에 멋진 저녁식사를 준비해 뒀다. 싱가포르의 야경은 다양한 포인트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에스플러네이드 앞이나 머라이언 상 앞, 그리고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루프탑, 플라이어까지. 하지만 모든 포인트를 가본 우리의 픽은 바로 이 곳. 레벨33이다. 뷰가 메인이고 음식이 서비스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물론,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색다른 모습과 노랗게 빛나 거대한 두리안처럼 보이는 에스플러네이드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레스토랑이다보니, 직원들의 촬영 능력도 수준급. 화려한 야경과 인물을 정직하게 담아준다. 음식 양이 아쉽지만,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그마저도 금방 잊게 한다. 우리의 시간만 멈췄을 뿐. 싱가포르에서의 두 번째 날은 마무리되고 있었다.



(노트) 그 여자 추천

지정된 자리이기 때문에 다른 관광객들에게 가려지지 않은 야경 촬영이 가능해요! 오래 앉아서 구경해도 걱정이 없습니다! (레벨33은 여행 전 미리 예약을 해야 테라스 좌석에 쉽게 앉을 수 있어요. 테라스 좌석 예약 시 1인당 60싱달 이상을 주문해야 해요. 예약은 이메일을 통해서만 가능!)


(노트) 그 남자 추천

플라이어를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싱가포르에서의 야경은 이 곳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해요. 왼쪽으로는 시빅 스트리트가 포함된 도시뷰를, 오른쪽으로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 포함된 오션뷰를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












셋 째날 : 다시, 그 남자 이야기


포트 캐닝 파크 : 덥지만, 기분 좋은 순간

오늘은 여행을 떠나며 약속한,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 결혼을 앞두고 계절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의 우리를 기록하기로 했고, 그 첫 장을 여행 3일차에 하기로 했던 것. 어느날 보다 더 신경써서 옷을 차려 입고, 한국에서 가져온 아담한 부케까지 챙겨 숙소를 나섰다.


센토사 섬을 제외한 싱가포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것이 바로 ‘언덕’인데 포트 캐닝 파크는 입구부터 눈높이가 달라진다. 영국군과 일본군의 전투 등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이자, 오늘날엔 다양한 쉼이 묻어나는 이 곳에서 우리의 발걸음은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공간으로 이어졌다.











크고 작은 돌로 만들어진 계단, 높낮이에 따라 자연스레 만들어진 곡선, 그리고 하늘과 맞닿은 동그란 천장까지. 이 곳이 왜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이는지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서있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구도와 풍경에 한참을 머물며 때론 서로의, 때론 우리의 모습을 담아냈다.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목적'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에게 포트 캐닝 파크는 보물 찾기와 같았는데, 서로의 모습을 다채롭게 담아낼 수 있는 ‘의외의' 공간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여자 추천

포트 캐닝의 나선형 계단은 언제나 사람들이 붐벼요. 여유롭게 촬영을 하고 싶다면 아주 이른 시간 방문하는 것이 좋답니다. 계단 중간 난간에 앉거나 서서 찍는 것이 근사하게 나오지만,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 카메라를 바닥에 가깝게 내려 둥근 창 넘어로 보이는 나무와 함께 촬영해보세요!


그 남자 추천

포트 캐닝 파크는 스냅 촬영 등의 목적으로도 많이 방문하기에 여행 중 서로의 모습을 함께 기록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 다만 입구에서 중심으로 이동할 때 계단이나 오르막을 종종 만나게 되니 옷차림을 두 번 신경쓰는 것이 좋아요!






포트 캐닝 파크에서 차임스까지 : 도보 여행의 즐거움






덥지만, 계속 걷기로 한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이 좋았고,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들이 즐거웠으며, 방금의 추억을 곱씹기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포트 캐닝 파크에서 클락키로 이어지는 길은 다양한 장소들이 자리잡고 있기에!


언덕을 내려가 먼저 만날 수 있는 장소는 바로 싱가포르 내 가장 오래된 박물관인 ‘국립박물관'. 시간 상 내부 전체를 둘러볼 순 없었지만, 싱가포르에서 방문한 특정 장소 중 내셔널 갤러리와 함께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외관을 지닌 곳이었다.











박물관을 나와 조금 이른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딘타이펑으로 향하는 길, 금세 익숙해진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첫 째날, 내셔널 갤러리에서 받았던 스티커는 그 날의 셔츠에 그대로 붙어 있었는데. 누구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몰라도 이 재치있는 장난이 우리에겐 또 하나의 문화이자 작품으로 다가왔다.(이 스티커는 싱가포르 내 국립 갤러리, 박물관의 입장권을 대신한다)











우리 가족은 내가 어릴 때부터 여행을 자주 다닌편이다. 아버지는 여행 일정을 출력해서 늘 우리에게 먼저 보여주셨는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같은 시간에 각기 다른 맛집이 2개씩 포함되어 있던 것이다. 혹여나 A 맛집이 문을 닫았을까 근처의 또 다른 맛집을 항상 찾아두셨던 것. 그 영향으로 나 역시 여행 일정을 꽤나 상세하게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이번 여행 3일차, 내부 공사로 인해 관람이 어려웠던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 앞에서 그 생각은 쉽게 무너져버렸지만. 3일 차 일정 중 포트 캐닝 파크와 함께 정말 기대했던 곳이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다행히 주변의 장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트리플' 덕분에 우리는 첫 번째 싱가포르 여행에서 근사한 저녁 시간을 보냈던 ‘차임스'를 다시 한 번 느껴보기로 했다.











숙소의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순 있지만, 이번 일정에서 가장 많이 스쳐 지나간 곳이 바로 ‘차임스'다. 주요 관광지로 향하는 버스 노선이 대부분 이 곳을 지나기 때문인데, 과거 수도원으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예식장, 카페, 크고 작은 레스토랑들이 자리잡아 매력적인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곳이기도 하다.


재밌는 점은 겉에서 보는 매력과 안에서 보는 매력이 각기 다른 대표적인 장소라는 점. 밖에서 보면 사진 속 세인트 성당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낮고 긴 벽을 먼저 확인할 수 있으며, 안으로 들어서면 성당 뒤로 지하 공간 내 작은 대리석 폭포와 넒은 마당에 모여있는 다양한 가게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여자 추천

싱가포르에서 뚜벅이 여행은 눈이 제법 즐거워요. 하지만, 언제나 나그네를 힘들게 하는 햇님. 뚜벅이 여행을 할땐, 아이스음료를 들고 시작해봐요!


그 남자 추천

실내의 냉방 시설이 매우 잘 되어 있는 싱가포르기에 걸음을 쉬어갈 수 있는 장소를 알아두고 출발하는 것이 좋아요. 거리도, 그 위의 다양한 건축물도 매력적인 길이기에 꼭 한 번 걸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차이나타운 : 어쩌면, 하이라이트!

첫 번째 여행 전, 한 레스토랑의 칠리 크랩 사진 한 장은 우리를 극도로(?) 흥분하게 만들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사이즈에,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요리까지. 그래서 우리는 두 곳의 칠리 크랩 맛집을 찾아두었는데 한 곳은 한국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진 ‘점보 레스토랑'이었고 또 한 곳은 현지인이 추천해준 차이나타운의 ‘씨푸드 레스토랑'이었다. 차이나타운 지역 내 골목 골목을 다시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이 곳에서 먹은 ‘블랙 페퍼 크랩'을 잊을 수 없어 우린 여행의 마지막 밤을 차이나타운에서 보내기로 했다.











1년 반 전 메뉴를 그대로. 그만큼 우리에게 깊은 맛이었나 보다. 시리얼 새우와 볶음밥, 그리고 거대한(?) 블랙 페퍼 크랩과 시원한 맥주까지 더해지면 마지막 밤의 아쉬움은 금세 잊혀진다. 다음 여행에서도 이 곳은 우리에게 여행의 시작 또는 마무리를 알리는 특별한 장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배도 부르고, 조금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기본 좋은 시간이다. 차이나타운의 즐거움 중 하나는 구석구석 이어진 다양한 골목길을 탐색하는데 있다. 스리마리아만 사원과 같이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들을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갈래의 길이 이어지는데, 그 중 어느 곳으로 들어가도 후회는 없다.










다양한 색으로 입혀진 숍하우스들과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 무엇보다 노을이 질 때 차이나타운의 골목길에 서 있노라면 수많은 창문에 스며든 빛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도심에서의 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노트) 그 여자 추천

어느 나라에서도 만날 수 있는 차이나타운이지만 싱가포르의 차이나 타운은 좀 다르게 다가와요. 특히, 한 건물일지라도 개성이 묻어나는 다양한 색의 창문들. 창문 사진만 찍어와도 그림인 곳!


(노트) 그 남자 추천

한국은 물론 그 외 국가에서의 차이나타운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 두 번의 싱가포르 여행에서 연달아 찾아간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씨푸드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기념품을 살 수 있는 다양한 숍, 초저녁 시원한 바람이 파고드는 골목 골목까지! 더없이 매력적인 장소랍니다.











그 남자는 누구에요?

가치있는 서비스를 만들고픈, 찰나의 순간을 붙잡고자 노력하는, 오늘과 내일이 만나는 열두시가 좋은 사람!


그 여자는 누구에요?

오늘도 감성적인 것들을 배우고, 담는 사람.

https://www.instagram.com/joiful/


맺음.

트리플 - 싱가포르 관광청을 통해 문화 컨셉의 여행으로 항공권을 지원 받을 수 있었고 2019년 04월. 두 번째 싱가포르 여행을 떠났어요. 2017년 11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만난 싱가포르. 지금은 어디든 쉽게 떠날 수 없는 상황에 있지만, 언젠가 또 다른 컨셉으로 방문하고 싶은 국가이자 도시였어요! 처음 써본 여행에세이였는데, 분량 조절에 실패한 것 같은 느낌도 많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마무리 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그 때, 그 찰나의 순간 : 나의 익숙함과 당신의 처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