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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열두시 Mar 22. 2021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신규 프로젝트 진행 시 내부 구성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법



신규 비즈니스 제안, 하지만


04.팀과 나를 위해 필요한 일을 주도적으로 찾아내는 방법’은 내게 한 가지 기회와 더불어 위기를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먼저 업무를 한 발짝 미리 파악하고 계획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니 담당하는 서비스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기능 단위가 아닌 새로운 프로덕트에 대한 기획을 틈틈이 할 수 있었다.


2016년 당시, 맘 카페 등에서 생활용품에 대한 공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고 게임 사전예약이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상황에서 나는 패션, 헬스 제품도 동일한 방법으로 혜택을 받고 출시와 동시에 바로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내가 담당했던 서비스는 광고주가 등록한 다양한 앱, 웹 서비스를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이 보유한 채널 또는 기타 적합한 채널에 리뷰를 작성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이었다. 광고주는 하나의 서비스에 대한 여러 콘텐츠 확보와 반응이 좋은 채널 등에 대한 정보를, 인플루언서는 설치, 가입 등 자신이 작성한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서비스였다. 신규 서비스를 통해 출시 상품 정보와 사전 예약 기능을 제공하고, 기존 서비스 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하면 사전예약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응을 미리 살펴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1) 우리가 이 서비스를 직접 구축해야 하는 이유 (2) 서비스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목표 (3) 기존 서비스와의 연관성 그리고 기회 등에 초점을 맞춰 제안서를 작성했고, 대표, 부대표님과 미팅을 했다. 그 자리에서 신규 프로젝트 진행이 결정되었고, 나는 제안서를 실무에 맞게 조금 더 가다듬은 후 전체 인원에게 발표했다. 


기존 서비스와 연동이 가능했고, 확장의 개념이 컸기에 구성원들의 공감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반응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발표가 끝난 뒤, 팀 단위로 다시 의견을 물었는데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하나의 프로덕트를 담당하면서도 할 일이 많은 스타트업 특성상, 프로덕트 하나를 더 만들고 운영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것이었다. 



내부 구성원 설득을 위한 작업



나는 나와 회사의 관점이 아니라, 팀원들의 현재 상황에 맞춰 다시 한번 제안서를 들여다봤다. 문서와 제안 초기 특성상, 아무래도 서비스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능 단위보다 기존 서비스 연계 및 수익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팀원들이 서비스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으로 세부 기능 단위에 집중해 문서를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지금도 내가 신규 기능을 개발하기 전 늘 준비하는 ‘스펙 문서'를 처음 접한 순간이기도 했다. 먼저, 내가 제안서에 작성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나열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기능이 필요한 이유와 담당 인원을 함께 작성했다. 담당 인원을 미리, 함께 적은 이유는 신규 채용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팀원들이 기존 업무와 병행할 상황을 미리 안내하고 투입이 어려울 경우 활용 가능한 방법을 논의할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세 가지를 한 묶음으로 20여 개의 기능을 정리한 뒤 다시 한번 팀 단위로 미팅을 진행했다. 미팅의 목적은 이 기능을 어떻게 개발할까? 가 아니라 나열된 기능을 론칭 기준 최소 단위로 줄이고, 현재 진행 중인 업무와 병행했을 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었다. 또 기능 개발 시 우려되는 점, 이슈에 대해 미리 확인하며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용을 구체화하고자 하는 목적도 포함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자주 묻는 질문이 구분에 따라, 구체적으로 제공되지 않을 경우 1:1 문의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운영팀의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이를 수정하기 위해선 관리자 페이지 내 FAQ 관리 기능이 필요, 개발해야 할 기능이 추가되는 상황이라 나는 Zendesk, Intercom 등의 외부 솔루션 활용을 제안했다. 개발팀을 거치지 않고 내가 직접 페이지를 만들고 내용을 언제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전 예약 캠페인 개설 역시 기존 서비스 내 템플릿을 가져와 활용하기로 하는 등 제안서 형태의 문서로 이야기할 때 보다 구성원들은 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했다. 몇 차례에 걸쳐 진행된 미팅으로 통해 론칭 기준 포함될 최소 기능에 대한 정의를 마칠 수 있었다. 


최종 문서에는 론칭 시 필수로 포함되어야 하는 사용자, 관리자 화면 기준 기능들과 담당자, 예상 일정 등이 담겼고, 포함되지 못한 기능들은 다시 한번 우선순위를 설정해 배치했다. 추가로 고려한 내용이 있다면 개발 시 확장을 고려할 수 있도록 최대한 연관 기능 단위로 확인할 수 있게 작성한 것, 론칭 후 주요 지표들과 피드백에 따라 기존 기능을 개선할 수 있도록 나름의 성공 기준(판단 기준)을 함께 작성한 것이다. 단순히 우선순위에 따른 기능 개발이 아니라, 목표 중심으로 프로덕트를 개발하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공통의 기준으로 시작된 프로젝트


이런 노력으로 첫 제안 후 한 달 뒤 100일 기준 프로젝트를 킥오프 할 수 있었고, ‘Premarket’이란 이름의 웹/앱 서비스를 론칭해 같은 달 구글 플레이 스토어 추천 앱에도 선정될 수 있었다. 앞선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 진행 여부가 아니라, 진행에 초점을 맞춰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  

    구성원들이 신규 프로젝트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  

    팀과 회사의 상황을 고려해 인력과 담당 업무를 할당하는 방법  


등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프로젝트 진행 여부 등 논의가 왜? 에 머물지 않고  구성원들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 어떻게? 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할 때 설득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규모와 상관없이 기획자에게 주어진 역할 중 하나는 일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내부 구성원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좋은 기획안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함께 일할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후에도 나는 기능 개발과 신규 프로젝트 진행 전, 1-2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꼭 작성해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우리가 어떻게, 어디까지 먼저 닿을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설정한 뒤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서비스)에 대한 정의  

    우리는 무엇을 해결하기 위해 기능 (또는 서비스)을 개발하는지에 대한 정의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발할 기능 (또는 서비스)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정의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들이 포함될 지에 대한 정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세부 실행 방안에 대한 정의  

    우리가 개발 과정에서 참고해야 하는 서비스와 이유에 대한 정리  

    우리가 개발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서비스)에 참여하는 인원과 역할에 대한 정의  


기획자이자 PM으로 상황에 맞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업무를 할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험상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건, 참여 예정 인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앞으로를 미리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통해 팀이 큰 그림과 명확한 비전에 따라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고, 불필요한 논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07월, 제 첫 도서가 출간되었어요. 제목은 ’10년 차 IT 기획자의 노트’입니다. 브런치 '기획자가 일하는 방법'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사수 없이 일하는 어려움을 저보다 조금 늦게 출발한 분들이 덜 느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9개 노트(기록)를 바탕으로 기획과 PM의 주요 업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리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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