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칭 후, 내게 쏟아진 질문들
3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준비한 서비스는 런칭 첫 달, 1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오픈에 맞춰 준비한 사전 예약 상품들도 소진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일반적인 과정이라면 기획자이자 PM은 사용자들이 남긴 데이터와 피드백, 우리가 우선순위에 따라 나열한 기능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제품을 개선하는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었다.
그런데 성규님, 이 문의내용에 대한 답변 뭐가 좋을까요? 우리 배너사이즈 가이드 어디있어요? 휴가중에 죄송한데, 신규 사전 예약 상품 업로드 어디서 시작하면 될까요? 등 운영 관련 내부 문의가 물밀듯 들이 닥쳤다.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를 정리해 내부 구성원을 설득, 정해진 범위와 일정에 맞춰 개발하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서비스 운영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던 탓에 모든 업무가 나를 통하고 있었다.
처음엔, 처음이기에 그럴 수 있다는 판단에 자세히 답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답한 내용을 조금씩 정리해 가이드 역할을 하는 문서를 만들었다면 조금 더 수월했겠지만, 당시에는 그 생각보다 빠르게 답변 후 정해진 업무와 개발 일정을 맞추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도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이대로는 서비스에 집중하기보다 내부 문의를 처리하는데 시간을 더 뺏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뉴얼 작성이 필요한 순간
우선 스프린트 진행 전, 사전 미팅을 통해 팀원들에게 앞선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신규 서비스에 대한 업무 매뉴얼 작성의 필요성을 전했다. 개발팀에서도 마침 소스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기에 나는 일주일 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매뉴얼의 의미에 대해 깊게 파고들면 여러 가지로 뻗어나갈 수 있고, 업무 단위가 아닌 프로젝트 단위로 커질 수 있어 나는 ‘업무 가이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렇게 목적과 구성 내용을 하나씩 나열하는 것으로 작성을 시작했다.
서비스 관련 내부 문의 내용(질문 기준) 정리하기
반복되는 내용에 따라 우선순위 설정하기
수동, 반복되는 업무는 자동화 가능 여부 확인하기
업데이트 예정 기능에 대해서도 미리 살펴보고 예상 질문 작성하기
기존 담당자에게 피드백 받기
무엇보다 담당자가 아니어도 내용을 확인하고 바로 적용할 수 있게 작성하기
창업 때, 서비스 런칭 전 나름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 업무 매뉴얼을 작성한 적 있는데, 공유 초기에만 팀원들이 확인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업무를 진행한 것을 경험했다. 제작 과정에서 주 담당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했어야 하는데, 기획자의 관점에서 기획의 흐름에 따라 매뉴얼을 작성하다 보니 실제 매뉴얼을 보고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실용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욕심 부리지 않고 구성 내용에 따라 핵심만 작성한 뒤 피드백을 바탕으로 추가, 개선하기로 했다.
단계 별로 작성하기 시작한 매뉴얼
(1)서비스 관련 내부 문의 내용(질문 기준) 정리하기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 생각했고, 크게 두 가지 채널을 통해 내용을 모았다. 하나는 서비스 내 문의하기와 스토어 리뷰를 통해 등록된 사용자들의 질문이자 피드백이었다. 또 하나는 내부 구성원들이 서비스를 운영, 관리하며 내게 했던 질문이자 의견이었다. 우선 어떤 질문들이 있었는지, 놓친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어디를 통해 들어온 내용인지만 구분해 문서에 정리했고, 답변과 내 생각을 바로 옆에 함께 작성해 추후 상세 내용 작성 시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2)반복되는 내용에 따라 우선순위 설정하기
질문의 빈도가 늘 우선순위 설정의 중요 기준이 될 순 없지만 한 번 더 살펴봐야 할 대상임은 분명하다. 다음 작업은 채널에 따라 등록된 질문을 빈도에 따라 먼저 구분하는 일이었다. 다만, 빈도만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대응 가능한 방법을 함께 고려하는 작업을 잊지 않았다. 예를 들어 빈도는 높은 질문이지만 대응 방법이 단순 문의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기능 개발 또는 개선이라면 프로젝트 관점에서 다시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3)수동, 반복되는 업무는 자동화 가능 여부 확인하기
자동화는 지금도 내게 아주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업무 과정에 꼭 필요한 고려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앞선 과정을 통해 작성된 내용들을 다시 확인하며 완전 자동화, 일부 자동화 등 사람이 수동, 반복적으로 진행하는 업무를 줄일 수 있는 지점을 찾고자 노력했다. 예를 들어, 사전 예약 상품은 진행 상태와 시기에 따라 1:1문의가 몰리는 경우가 있었다. 시작과 동시에 사전예약을 한 사용자, 사전예약을 하러 들어왔지만 이미 마감된 경우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를 미리 대비하기 위해 운영팀은 시작일과 마감일 등을 캘린더에 등록 후 관리하고 있었는데, 내가 일정을 등록하는 것을 깜빡하면 다른 업무를 하며 쏟아지는 문의를 운영팀이 갑작스레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덕분에(?)나는 매일 아침 오늘 라이브 되는 캠페인이 있는지 질문을 받아 했고,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가 높게 설정되어 있었다. 당시 우리는 슬랙을 시범적으로 활용하고 있었기에 나는 캠페인 등록 시점을 트리거 삼아 기획운영팀 채널에 매일 아침 캠페인 상황을 미리 인지할 수 있는 메시지를 자동으로 발송할 수 있는 봇을 활용하기로 했다. 같은 방법으로 운영, 기획 담당자들이 반복적이지만 다른 업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들을 위주로 자동화 가능 여부와 내 선에서 고려할 수 있는 내용들을 함께 기입하는 것으로 세 번째 단계를 마무리 했다.
(4)업데이트 예정 기능에 대해서도 미리 살펴보고 예상 질문 작성하기
모든 기능을 미리 고려할 순 없지만, 우리가 곧 업데이트 할 기능들을 중심으로 간략한 설명과 상황을 덧붙이는 과정도 함께 진행했다. 다음 업데이트 예정 기능이 마감된 사전 예약 캠페인에 대한 앵콜 요청이라면 업데이트 예성 시점과 사용 방법, 사용자 기준 제공해야할 정보는 무엇인지 예상 질문을 미리 뽑아 답변을 미리 작성하는 것이다. 지금은 서비스 런칭 전 FAQ를 미리 작성하며 역으로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지, 런칭 시 문의를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에 대해 정리하고 있는데 오드엠에서의 업무 매뉴얼 작성이 큰 도움이 되었다.
(5)기존 담당자에게 피드백 받기
1-4번은 모두 기획자인 나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작성된 내용이라 실제 답변을 하거나 업무를 담당하는 구성원들의 피드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상적인 방법은 매뉴얼을 활용하는 모두가 내용을 하나씩 다 뜯어보는 것이지만 처음에는 직, 간접적으로 본인과 연관된 내용을 먼저 확인 할 수 있도록 담당자를 함께 기입한 뒤 문서를 공유, 별도 시간을 잡아 리뷰를 진행했다. 이 시간을 통해 내부 업무 가이드에 대한 내용 추가 요청, 사용자 문의에 대한 답변은 톤앤매너 등을 맞추거나 더 간결하게 작성하는 등의 피드백을 받아 다시 한 번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6)꾸준히 쓰게 하고, 업데이트 하기
나 역시 그렇지만, 일정 기간 이상 일을 해왔던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방식'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 방식은 이기적인 방법이라기 보다 조직 내 개인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점점 진화한다. 때문에, 매뉴얼을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하고 이 방법이 우리 모두를 위한 효율성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이해와 안내가 필요하다. 완성된 매뉴얼이 처음부터 잘 작동할 수 없기에 나는 주 1회 월요일 진행되는 주간회의 시간에 지난 한 주 동안 진행된 서비스 관련 업무에서 매뉴얼에 추가 되었으면 하거나 기존 내용 중 업데이트가 필요한 내용을 꾸준히 묻고 들었다. 또 기능 개발로 인해 추가 되는 내용은 사전에 공유해 피드백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업무 매뉴얼은 계속 개선될 수 있었고, 팀원들의 호응도 역시 높아질 수 있었다.
지금도 나는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할 때, 틈틈히 업무 매뉴얼을 작성하고 있다. 기획의 관점에서는 내, 외부를 통해 들어올 다양한 문의와 질문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운영의 관점에서는 담당자 부재 등 이슈 발행 시 매뉴얼을 통해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대비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각 담당자들이 어떤 내용을 미리 살펴봐야 하는지 학습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더 신경써서 작성하고 공유하고 활용할 예정이다.
2023년 07월, 제 첫 도서가 출간되었어요. 제목은 ’10년 차 IT 기획자의 노트’입니다. 브런치 '기획자가 일하는 방법'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사수 없이 일하는 어려움을 저보다 조금 늦게 출발한 분들이 덜 느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9개 노트(기록)를 바탕으로 기획과 PM의 주요 업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리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