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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Apr 17. 2017

정말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있을까?

회사 인간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The three most harmful addictions are 
heroin, carbohydrates, and a monthly salary.’
— Nassim Nicholas Taleb



나는 가까운 나라를 여행하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돈 벌면서 여행도 하니 좋을 것 같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루에 4시간씩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여기에 여행을 온 건지 살러 온 건지 모를 때가 더 많다. 


시작은 단순했다. 과연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며 시도해봤고, 그게 됐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렇게 살고 있다. 남들이 생각하는 여행과는 많이 다르지만, 나는 이런 삶이 좋다. 쓸데없는 호기심으로 중무장하며 살고 있으니까.


편하지는 않다. 글 쓰는 사람이 돈도 넉넉하게 버는 경우는 드물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놀고먹는 한량으로 생각한다. 가끔가다 글이나 써서 용돈이나 버는. 타인에게 무시당한다는 것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꽤 불편하다. 정말로. 



물론 그래도 좋다. 좋아하니까 이렇게 산다. 나만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정은길 아나운서의 오디오 클립 '좋아하는 일만 하는데 돈이 따라온다?'를 듣는데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사는 법』이란 책이 나왔다고 한다. 예전에 누가 "조금만 이기적이면 인생이 즐겁다"라고 했던가. 딱 그 말 그대로다.


조금 신기했다. 같은 날 읽은 『You are a Badass』도 딱 그와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이 책은 2013년에 나왔다. 스티브 잡스의 말마따나 "인생은 유한하다. 타인의 인생을 살아서는 안된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라"는 류의 메시지를 담은 책은 어제오늘 나온 말이 아니니까. YOLO도 마찬가지고.


그게 쉽냐고? 그럴 리가. 쉬웠으면 벌써 다 자신의 인생을 살았겠지. 지금은 '자기만의 인생을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는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그런 사람들은 계속 등장한다. 까놓고 말하자면, 이제는 그래도 되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아래 링크한 아이즈의 기사는 책 소개와 더불어 이미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라고, 우리에게 말해준다.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6041012257261652


이런 트렌드가 나오는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생활비는 엄청나게 높아졌고, 우린 돈이 없고, 열심히 일해도 돈을 버는 것은 회사다. 돈이 없으니 뭔가를 사려면 돈을 빌려야만 하고,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또 일해야만 한다.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은 공포다. 개인-가족-지역-국가로 이어지는 사회적 관계망이 깨져 있으니, 내가 실패했을 경우 기댈 버팀목이 없다. 그래서 월급은 마약이 된다. 내가 절대로 놓기 싫어하는, 두려워하는.


역설적으로 이런 세상이 되었기에, 새로운 형태의 직업군이 태어나고 있다. 관계가 없기에 관계에 대한 부담이 없다. 가진 것이 없기에 좋아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할 용기가 생긴다.

 

사실 다 알고 있잖아. 나 하나 덕질 한다고, 좋아하는 대로 산다고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지도 않고,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은 그렇게 살아도 되는 시스템으로 이미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행복하냐고? 그것과는 좀 다른 문제다.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행복해질 리가 없다. 우리 내면의 피쓰(Peace)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을 혼자 사랑하고 혼자 인정해 봤자 무슨 소용일까. 


책에서는 다들 자기 자신을 먼저 찾아라, 스스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자각해라-라고 말을 하지만, 그건 월급 시스템에서 빠져나올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그런 것이고. 자뻑만 가득해 봤자 행복해질 리가 없다. 


유감이지만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서가 아니라, 의미 없는,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는 노동을 하고 있어서인 경우가 더 많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받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애덤 스미스 할아버지의 말마따나 우리는 항상 두 가지 평가를 받는다. 세상의 평가와 내면의 관찰자가 내린 평가다. 세상의 평가만 좇아도, 내면만 좇아도 우리는 불행해진다.


좋아하는 요리를 혼자해서 혼자 먹는 행복과 남이 맛있게 먹어주는 행복은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일도 세상과 연결될 때 의미와 재미가 생긴다. 어려운 부분이 바로 여기다.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로 연결시킬 것인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고 싶다면, 이 부분을 고민해야만 한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도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 방법을. 그럼 정말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 수 있냐고? 당연히. 우리는 이미, 잉여를 해석하고 정리해 줄 사람이 필요한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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