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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Apr 22. 2016

티맥스OS,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낸다고?

세상엔 자랑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 봐야할 것이 있다

티맥스, 그 어려운 것을 자꾸 해냅니다



티맥스OS 발표회장, 티맥스OS를 소개한 연사는 프레젠테이션 마지막에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나왔던 대사를 집어넣었다. 자랑스러웠나 보다. 하지만 회장 곳곳에선 실소가 먼저 흘러나왔다. 이게 정말 그렇게 자랑스러운 소프트웨어일까? 글쎄...

이번 티맥스OS 발표를 둘러싸고 이뤄지고 있는 논란은, 사실 과한 면이 있다. 블로터의 기자간담회 기사를 봐도 알 수 있듯, 티맥스는 이 제품이 유닉스 계열 OS인 'Free BSD'를 기반으로 자신들이 개발한 커널을 합친 형태의 OS 임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해봤던 티맥스OS도, 성급하게 선보인 티는 역력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 물건을 가지고 사기 치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 했다. 다시 말해, 적당히 돌아갔다. 시연 PC의 성능을 생각하면 별로 잘 돌아갔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면?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티맥스는 사람을 잘 모른다. 이 사람들은 지금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다.


현장에서 체험한 티맥스OS는 의외로 멀쩡하게 돌아갔다



티맥스가 OS를 내놓은 이유


티맥스는 왜 데스크톱 OS를 자꾸 만들려고 할까. 현장에서 만난 몇몇 임직원들은, CEO 개인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개발진들이 이 소프트웨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다기보다는, 사장이 만들자-라고 하니 만들었다는 뜻이다. 

정말 그럴까? 티맥스는 미들웨어와 DBMS로 회생에 성공한 기업용 SW 전문 기업이다(한번 거의 망할 뻔했다.). SW 성능보다는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미들웨어 분야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날 계속적으로 반복된 '클라우드'라는 말은 향후 티맥스 소프트가 나가려고 하는 방향을 말해준다. 바로 PaaS (Platform as a Service) 사업자가 되는 것.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미들웨어와 DBMS에 더해 아예 개발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스크톱 OS까지 합쳐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B2B나 B2G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흐름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도입은 느린 편으로, 작년 9월 '클라우드법' 시행 이후에야 올해부터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기관과 회사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데스크톱 os 비용인 만큼, 액티브 X를 일정 부분 사용할 수 있는 데스크톱 OS 와 함께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티맥스 소프트는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대충 티맥스 소프트가 왜 데스크톱 OS를 만들고 있는지는 이해가 된다. ... 음, 그런데 왜, 이렇게 대대적으로 발표회를 진행했던 것일까? 아직 오픈 베타도 할 수 없는 클로즈드 베타 수준의 OS를 가지고?

티맥스 OS 발표회 현장 모습


티맥스는 사과를 먼저 해야 했다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축제를 만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티맥스 소프트, 그동안 B2B 시장에서 너무 편하게 지냈다. 이 회사, 사람을 만나고 설득하고 이야기하는 방법을 다 까먹었다. 그러니까 이 회사는 ... 자랑스럽게 말하기 전에, 먼저 사과를 했어야 했다. 

지난 2009년, 우리(티맥스 소프트)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그때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서,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고. 그래도 독립적인 OS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개발했고, 우리가 만든 결과물로 우리도 이익을 보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티맥스는 그렇게 얘기해야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튀어나온 것은 '사람들이 OS를 잘 모르고 있다'는 뜬금없는 강의와 CEO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 별것 아닌 것을 가지고 우리가 얼마만큼 멋진 것을 만들었는지 알아 달라는 떼쟁이 같은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애당초 클로즈 베타 수준의 OS를 가지고 발표회를 여는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OS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티맥스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순서가 틀렸다. 사람들을 들러리 취급해선 곤란하다. 많은 이들은 2009년의 사건을 기억하고 있고, 그래도 새로운 OS가 궁금해서 그 자리에 갔다. 그렇다면 사과가 먼저다. 그리고 어떻게 함께 이 OS를 성장 시키고 싶은 지를 얘기해야 했다. 

늦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를 원한다면, 사람들과 얘기하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할 필요는 있겠다. 그리고 티맥스OS는 자신이 거짓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한다. 그러니까 진심을 보여라. 쓸데없는 거만함과 자기 포장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그런 진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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