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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May 22. 2017

애플은 우리가 수리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디지털 거인들은 디지털 수리 권리법 방해 로비 중

지난 1월, 미국 5개 주에서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법이 발의됐다. 발의한 주는 캔사스, 네브래스카, 미네소타, 매사추세츠, 뉴욕 다섯 개다. 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은 전자 기기 같은 제품을 자가 수리할 수 있도록 매뉴얼과 부품을 일반인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법이 발의된 이유를 찾아보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밀레니넘 저작권법(DMCA)에 따라,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기기가 고장 날 경우 소유자가 이를 직접 수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작년부터 수리할 권리 디지털 연합체가 법안 지정을 요구한 것이다.


http://www.itworld.co.kr/t/54651/%ED%83%9C%EB%B8%94%EB%A6%BF/96711  


이에 대한 반응으로, 미국 5개 주에서 '수리할 권리' 법안이 제출됐다. 법안을 제출한 네브래스카 지역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애플 같은 대형 IT 업체들 때문에 제출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건 부수적인 것이었고, 문제는 농업이었다고. 


요즘은 트랙터 같은 장비에도 SW가 다 탑재되는 추세라, DMCA를 따를 경우 농부들이 농사 지을 시간에 농기계가 고장 나면 농사도 못 짓고 수리하는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야만 했단다. 네브래스카처럼 인구의 1/4이 농업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주에서, 이건 꽤 심각한 문제였다고.


... 그러니까, 전자기기 수리까지 가능한 법안이 제출된 것은 일종의 사이드 이펙트란 이야기. 

 

https://www.engadget.com/2017/05/19/tech-companies-are-trying-to-crush-mom-and-pop-repair-shops/


아니나 다를까, 이 법안을 저지시키기 위해 열심히 로비를 했던 모양이다. 최근 공개된 '공공 윤리에 관한 뉴욕 합동 위원회(New York's Joint Commission on Public Ethics)의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버라이즌, 도요타, 렉스마크 등의 기업이 이 로비에 참여했다.


알다시피 제품 수리를 제조사가 독점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를 지키겠다는 명목 하에 이뤄지는 수익 행위다. DMCA에 따르면 제품을 구입한 사람이 온전히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실질적으론 '산 것'이 아니라 '영구 대여'한 것과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번 발의로 인해 해당 법안이 실제로 입법될지는 알 수 없지만,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 입법 결과는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좀 더 쉽게 자가 수리를 하거나, 사설 수리점을 이용할 수 있게 될 테니까. 고장 난 내 물건을 내가 수리할 권리가 없다는 것,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음, 미국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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