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키보드를 엿먹이고 싶은 것이 분명하다
이 글의 원래 제목은 '아이패드 프로를 엿먹이는 한국 앱들'이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아닌 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황이라면 아이패드 프로 + 스마트 키보드 조합은 한국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 이상할 정도로 한국 앱들은, '세로' 모드만 지원하지 '가로' 모드를 잘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쓰다보면 진짜, 가로 모드에 무슨 원수졌나.. 싶을 정도로.
나는 스마트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스마트 키보드를 쓸 수 없는 일반 아이패드(2017) 버전을 쓰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이패드 프로를 산다고 해도, 스마트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노트북의 모든 것을 아이패드가 대신 하기엔, 한국에서 만들어진 글쓰기나 글읽기 앱들이 너무 구리다.
... 앞서 말한 대로, 가로 모드를 지원하지 않는다. 스마트 키보드를 썼다가는 목이 꺽일 판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온라인 글쟁이들이 가장 많이 쓸 것만 같은, 네이버 포스트와 브런치 앱을 보자. 모두 스마트 키보드를 장착하고 글을 읽기 위해선 목을 꺽어야 한다.
물론 이 두 앱의 오리지널(?)이 되는 미디엄은 가로 모드를 잘만 지원한다.
다른 오피스 앱들이야 당연히 가로 모드를 잘 지원하니 예외로 하자. 또 하나 이상한 것은 '동영상/멀티미디어' 앱을 제외한 콘텐츠를 읽는 앱들도 가로 모드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 전자책 읽거나 웹툰 보려면 또 목을 꺽어야 한다.
웃긴 것은 막상 메인 UI 에서는 세로 모드만 지원하다가,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려고 들어가면 가로 모드가 지원된다는 것. 일단 목을 꺽어서 풀어주고 다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라는 세심한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둘도 아니고 상당히 많은 한국에서 제작된 앱들이 이 모양이다. 스마트폰용 앱을 그냥 확대만 해놓은 느낌이랄까.
... 스마트폰 앱은 가로 모드를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가로/세로 모드 동시 지원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앱들이 차라리 가로 모드를 더 잘 지원한다. 반면 최근 앱들은 그냥 가로 모드 같이, 많은 사람들이 안쓴다고 여겨지는 모드는 무시하고 지나가는 모양이다. 아니면 UI를 양쪽에서 다 잘 보이게 디자인 하기가 정말 정말 싫거나. 만드는 사람 편의대로 보는 사람이 봐야 한다고 강요하는 셈이다.
예전에는 그냥 넘어갔지만, 아이패드 프로 구입을 고려하면서 스마트 키보드를 살까?하는 생각을 해보니 숨이 턱-막혔다. 이거 샀다가는 농담 아니고 진짜로 목이 삐뚤어질 판이다. 예전에 브런치는 아이패드에서 가로 모드 지원한다고 공지도 한 것 같은데, 그 공지는 '글쓸 때만'이었지 글 읽을 때는 아니었나 보다. 이용하는 입장에선 뭔가 기분 나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게임이야 인터랙티브하게 반응해야 하니 가로/세로 고정 화면 모드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글 쓰고 글 읽는 앱들은 왜 이런 불편을 강요하는 걸까? 진짜 알다가도 모를 한국 앱이라고 해야하나... 설마, 진짜 귀찮아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 에이- 그거 몇이나 쓴다고, 그냥 그거 무시하고 넘어가- 이런 식이 된 것은... 에이,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