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라타스와 메가보츠 로봇 대결이 열렸다
이게 뭐라고 계속 기다렸을까. 세계 최초의 거대 로봇 대결, 미국 메가보츠 vs 일본 쿠라타스 대결을 지켜보면서, 속으로 픽-하고 웃었다. 그러니까, 무려 2년 3개월 만이다. 메가보츠가 쿠라타스에게 도전장을 던졌던 때가, 2015년 7월이었으니까.
메가보츠가 농담처럼 세계 최초의(?) 인간 탑승형 거대 로봇으로 발표된 쿠라타스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쿠라타스가 그 제안을 덥석 물었다.
사실 처음부터 로봇 대결, 엔터테인먼트용 로봇으로 만들어진 메가보츠와는 달리 쿠라타스는 '인간이 탑승해서 움직이는 거대 로봇'이라는 형태를 실험해 보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라서, 정말로 대결을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10월 17일, 정말 우리가 꿈에 그리던(?) 거대 로봇 대결이 시작됐다. 3번 싸운 끝에 2번 메가보츠가 이기고 쿠라타스가 1번 이겼다. 처음부터 승부는 결정되어 있었다고 봐도 좋다.
1 라운드에서 대결한 메가보츠의 '아이언 글로리(마크 2)'에 비해, 2/3 라운드에 붙었던 '이글 프라임(마크 3, 높이 4.5m, 무게 12톤)'는 체급부터 달랐으니까.
인류 최초의 거대 로봇 대결이긴 했지만, 동작은 느리고 굼떴다. 기대했던, '기동전사 건담 오리진' 같은 곳에 나오는 프로토 타입 모빌 슈트들의 대결 같은 것은 볼 수 없었다. 뭔가 멀뚱멀뚱 서있는 바보들이, 어쩌다가 한 번씩 힘을 겨루는 모습이었다.
...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또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영화와는 다르게 '실체'를 가진 대형 로봇들이라, 어설프게 움직이는 데도 부딪히는 장면마다 힘이 느껴진다. 이건 CG가 아니라 진짜 철로 만들어진 로봇이니까. 게다가 탑승하고 있는 조종사도 진짜 사람이라, 1라운드에서 한 방에 마크 2가 나가떨어질 때는 심장이 덜컹했다.
로봇들이 굼뜨게 움직일 것이라는 사실은 양쪽 다 알고 있었다 생각한다. 그래서 관객들의 즐거움을 위해, 이것저것 다양한 장치를 해뒀다. 양쪽 로봇 곳곳에 장착한 카메라를 비롯해, 전투 시에 보여줬던 페이크 모션, 로봇이 움직이면 같이 무너지고 부서지면서 화려한 효과를 연출해줄 경기장 세트까지(이런 대결 자체가 홍보 용이다.).
앞으로 생길지도 모를 '로봇 스포츠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참 많은 것을 알뜰하게도 준비했더라. 그렇지만 이게 어딜까. 이글 프라임은 철인 아톰의 백만 마력에는 까마득히 못 미치는 430 마력 엔진을 가지고 있지만, 제작비만 250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2014년에 킥스타터 펀딩... 을 시도했다가, 목표액 180만 달러에 도달하지 못해 취소된, 누군가가 사기치고 있다고 생각됐던 그 로봇이, 2015년 메이커 페어에 프로토 타입을 공개하더니, 2017년에는 진짜 로봇 대결을 성사시켰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담이었다. 이번 경기 내용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지 모르겠지만, 뚜벅뚜벅 어쨌든 계속 걸어가는 것을 보면 조만간 진짜 로봇 경기 대회가 벌어질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우린 또, 왜 우리는 이런 로봇 못 만드냐고 언론에서 뭐라고 떠들어 대겠지.
물론 우리에겐, 메쏘드 2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