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우유에서 만든 것은 아니다
한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키아 8110이란 폰이 있다. 일명 바나나폰으로,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해 한때 매트릭스 폰이라고도 불렸다.
그 폰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색도 바나나색이다. 심지어 이름도... 노키아 8110 4G다. 4G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8110이란 이야기. MWC 2018에서 발표했다.
당연히 피처폰이다.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다. 여전히 세상엔 피처폰 시장이 살아있고, 노키아는 그 시장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 1위... 업체다. 그래 봤자 별로 크진 않지만. 그래도, 세계 3대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에선 아직 피처폰이 스마트폰보다 많이 팔린다.
생긴 것도 비슷하다. 바나나...처럼 휘어진 특징도 그대로 가지고 왔다. 스네이크 게임도 내장됐다. 핫스팟 기능도 지원한다. 카메라도 달렸다.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도 쓸 수 있다. 가격도 싸다. 그게 전부다. 기능은 정말 별 것 없다. 그게 장점이고, 그게 단점이다.
별 것은 없는데, 괜히 끌린다. 점점 스마트 기기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가는 지금, 누군가는 정말 이런 폰을 가지고 싶어 할 것 같다. 우리에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한데, 자꾸 그런 시간을 내기 어려워져만 간다. 솔직히 얼마 전에 안 쓰던 피처폰을 다시 꺼내 써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음악을 들으려면 전용 이어폰, 충전도 이제는 집에 없는(...) 케이블을 써야 하기에 포기했지만.
그럴 때 이런 폰을 쓴다면 좋지 않을까? 누가 알겠는가. 우리가 신세대 네오가 될 수 있을지. 물론 한글 지원이 안될 것 같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매트릭스 영화처럼 모피어스가 '빨간 약 먹을래 파란 약 먹을래'하고 물어도 'I don't speak English'라고 대답하며 모른 척할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