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을 잃어버린 디자인은 흉하다
이번 MWC 2018은 아이폰 X 카피캣 디자인 스마트폰이 판을 쳤다. LG전자는 구형 모델 개선판인 V30s 씽큐를 내놓으며 이 판을 조용히 지나가나 싶었다. 아니었다. 일부 바이어를 초청한 자리에서, G7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게 뭘까. 또 다른 아이폰 X 카피캣이 여기 있네?
사실 올해 G 시리즈가 또 나올지, 그 이름을 유지할지 아닐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목업인가? 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벤처비트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제품이 얼마 전 유출된, 6월 공개 예정인 코드명 JUDY라는 이름을 가진 신형 LG폰이 맞다고 한다.
코드명은 네오. MLCD+ 패널 6인치 풀 스크린 스마트폰이다. V30의 노치 디자인 버전이라고 해야 하나. 스냅드래건 845를 채택했고 당연히 듀얼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 카툭튀는 없다고 한다. 이 제품과 함께 Q7과 V35도 공개했다. 새로운 안드로이드 워치도 있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당황스럽다. 크게 히트 치지는 못했지만, 뷰- 시리즈 등 다양한 디자인 시도를 한 적도 많았고, 지금은 거의 표준으로 자리 잡힌 백버튼도 가장 먼저 디자인했던 회사가 LG다. 폰 설계 능력은 G4부터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지만, 디자인 독창성은 분명히 인정받았다. 그런데 음, 이게 뭘까.
이번 MWC에서 선보인 아이폰 X 카피캣 디자인 스마트폰만 해도 에이수스 젠폰 5, 오우키텔 U18, 울레폰 T2 프로, 리구 S9, 노아 N10, 빈시 6205 등 한 둘이 아니다. 3월에 선보일 화웨이 P20도 노치 디자인이라고 알려졌다. LG G7(?)은 그 흔한 디자인 폰 중에 하나가 됐다.
... 이러니까 '애플이 함부로 디자인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 거지.
나는 아이폰 X 노치 디자인이 좋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흉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다른 폰들은 이게 트렌드라고 다 따라간다. LG도 따라갔다. 샤오미보다, 비보(Vivo) 보다 못한 짓을 했다.
나는 새로운 LG 스마트폰이 이 디자인으로 나오길 원하지 않는다. 지금 유출된 사진이 루머이길 바란다. 자기 자신이길 포기한 사람이 꼴사납듯,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린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자존심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