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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Oct 30. 2018

샤오미 포코폰 F1에 대해 궁금한 것들

가성비 최강자로 알려진 샤오미 포코폰 F1이 한국에 정식 출시된다. 6GB 램 + 64GB 저장공간 단일 모델로 43만 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예판은 11월 12일부터 이동통신 3사, KT M 모바일 및 CJ 헬로모바일, 11번가, 지마켓 등에서 시작되며, 공식 출시일은 11월 19일이다. 


한국에는 40만 원짜리 플래그쉽 스마트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포코폰 F1은 은근히 뒷 이야기가 많다. 아직 당신이 모르고 있을지도 모를, 샤오미 포코폰 F1의 진짜 정체를 한번 밝혀보자.



1. 포코폰 F1의 포코는 무슨 뜻일까?


포코(POCO)는 스페인어로 작다는 뜻이다. 포코 글로벌 제품 총괄 제이 마니(Jai Mani)는 '작은 희망에서 시작해 큰 꿈을 꾼다'라고 거창하게 설명했지만, 말 그대로 '작은 폰'이란 의미다. 영어로 하면 '리틀 폰' 정도 될까? 이름은 작지만 크기는 작지 않다. 6.18인치 화면을 가졌다. 배터리도 4000mAh나 된다. 다만 샤오미 안의 작은 사업부로 시작했기에, 이런 이름이 붙지 않았나 싶다. 



2. 포코폰 F1은 중국폰일까?


출시 행사 때도 '중국폰'이라서 보안 문제가 걱정된다는 질문이 나왔다.  대답은 당연히 '안전하다'지만 어차피 못 믿을 사람은 못 믿을 거고. 외부 업체에 검증을 맡긴다고는 한다. 재미있는 것은, 포코폰은 샤오미폰이긴 하지만 중국폰은 아니다. 중국에는 출시 계획도 없다고 알고 있다. 포코폰 F1이 노리는 것은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와 (아마도) 남유럽, 그리고 (언젠가는) 미국이다. 


샤오미는 2015년 인도에 처음 진출할 때, 10만 명이 넘는 고객에게 선주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물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출시 첫날 1만 대 밖에 공급하지 못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공급망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샤오미 답지 않은 실책이다. 이후 인도 정부의 국산 장려(?) 정책에 발맞춰 샤오미는 인도에 6개의 공장을 짓고 새로운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했으며, 포코 폰 F1은 그 공급망에 기반해 생산된다. 


간단히 말해, 샤오미가 인도에서 생산한 폰이다. 포코를 총괄하고 있는 제이 마니는 샤오미의 인도 제품 매니저였다.


https://twitter.com/IndiaPOCO/status/1032177736444329984 


3. 포코폰 F1을 왜 만들었을까?


포코폰 F1은 가격 대비 성능이란 점에서, 처음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렇지만 궁금한 점이 있다. 왜 이제 와서 굳이 샤오미에서, 샤오미 브랜드도 아닌 포코라는 하위 브랜드로 이런 스마트폰을 만들었을까? 이제까지 샤오미는 다양한 가격대의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굳이 이제 와서 왜?


제이 마니는 샤오미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포코 폰 F1과 샤오미 미 시리즈는 다르다고. 미 시리즈가 일반적은 플래그쉽이라면, 포코는 딱 하나-스피드-만을 철저하게 강조한 개성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이 폰은 저가에 강한 성능을 끌어내기 위해, 필요 없는 군더더기를 다쳐냈다. '장식 같은 기능'이 이 폰에는 없다. 그저 빠르고, 배터리가 오래가고, 정확하게 반응하고 움직이며, 싸다. 기본에 충실한 폰이라고나 할까. 


물론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다 믿어줄 만큼 우리는 순진하지 않다. 포코폰 F1은 인도 시장에서 '원플러스' 스마트폰에 대항하기 위해 나온 폰이다. 중국 스마트폰 회사 오포의 자회사인 원플러스는, 인도 프리미엄 시장(3만 루피 이상 스마트폰)에서 삼성과 애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꽤 괜찮은 스마트폰을 애플과 삼성보다 싼 값에 팔았던 것이 먹혔다. 


샤오미는 미 믹스 2 등을 출시해 이 시장에도 진입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인도 소비자는 샤오미폰을 쓰다가 더 좋은 스마트폰을 사고 싶을 땐, 원플러스로 갈아탔다. 포코폰 F1은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폰이지만, 우선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원플러스를 제쳐야 한다. 다행히 판매 성적은 매우 좋다. 출시 첫 주에만 7만 5천대가 넘게 팔았다.


4. 어떻게 이 가격에 만들었을까?


포코폰 F1 출시가는 인도 시장 기준 20,999 루피부터 시작한다. 한화로 약 33만 원, 달러로 약 300 달러 정도다. 공식 출시가가 조금 비싼듯하게 보이는 것은 그냥 그러려니 하자. 어차피 직구로 사도 41만 원 정도 한다. 아무튼 애플과 반대 의미로, 가격으로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 대체 어떻게 이 가격이 나왔을까?


아까 말한 대로 필요 없는 것을 모두 쳐냈다. 바디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고(유리보다 훨씬 값싸다), 카메라엔 손떨림 방지도 들어가 있지 않다. NFC도 없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샤오미 공급망'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폰은 다국적 팀에서 개발했지만, 뒷배경에는 여전히 '샤오미' 회사 그 자체가 버티고 있다. 



(아마) 가장 비싼 부품일 퀄컴 스냅드래건 845 프로세서. 작은 회사라면 적당한 물량을 적당한 가격에 사지도 못한다. 포코폰은 샤오미 창고(?)에서 빼왔다. 샤오미는 퀄컴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다. 다른 부품 - 램이나 저장 장치,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도 마찬가지다. 


포코폰은 샤오미 미 8에 쓰던 전면 카메라 모듈을 그대로 사용한다. 후면 카메라는 샤오미 미 믹스 2S에 들어간 부품이다. 따라서 딱히 새로 튜닝할 필요가 없었다. 판매와 AS는 기존에 있던 샤오미 인프라를 (당연히) 그대로 이용한다. 심지어... 1000여 개가 있는 샤오미 인도 AS는 굉장히 빠른 처리 속도를 자랑한다.



굳이 따지자면 재활용 폰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덕분에 다른 회사는 내놓을 수 없는 가격대의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었다. 포코폰 F1에서 자랑하는 성능은 사실 스냅드래건 845 성능이고, 자랑하는(?) 카메라는 미 믹스 2S가 자랑하는 내용과 거의 판박이다. 



... 아, 참고로, 이런 시스템이면 다른 가격대를 맞출 수도 있을 텐데 20,999 루피를 맞춘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말한다. 그냥 그 가격에 내면 재밌을 것 같았단다.

Our goal to start with was to hit this ($300) price as we thought it would make it interesting.



5. 사후 지원은 어디까지? 유튜브 풀 HD로 볼 수 있을까?


저가 스마트폰, 또는 직구 스마트폰을 살 때 포기하는 두 가지가 있다. 사후 지원과 애프터서비스다. 포코폰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올해 안에 안드로이드 9.0 파이를 먹이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에서 애프터서비스는...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자. 지켜봐도 크게 기대하면 안 될 듯 하긴 하지만.



다른 문제는 Widevine L1 DRM 이 없어서 넷플릭스 같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고화질로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참고로, 유튜브는 상관없다. 다행히(?) 명확하진 않지만,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6. 카메라는 괜찮을까?


믿지 마라. 발매 후 실제 구입해서 써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생각보다 괜찮다. 배터리는 진짜 오래간다. 카메라는 기대하지 마라. 물론 낮에 찍으면 괜찮다. 다만 밤에 찍으면... 사진을 어두울 때 찍을 일이 많으면... 슬프지만, 몇십만 원 더 써서 다른 폰 사라. 반복한다. 카메라는 믿지 마라. 



상당히 괜찮은 부품을 쓰고도, 왜 저조도 사진이 엉망인 지는 나도 궁금하다. 실 사용자들이 다들 그렇게 얘기하니 안 믿을 수도 없고. 물론... 일반적인? 평범한? 그런 용도로는 당연히 차고 넘친다. 이미 스마트폰 사면서 낮에 찍는 사진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까지는 왔다. 낮 사진이 문제 있다면 그건 아예 폰을 제대로 못 만드는 회사고.


7. 그래서 살까, 말까?


포코폰 F1을 만지작 거리면서 떠오르는 사람은, 30/40대 결혼한 남성이었다. 배터리 오래가고, 화면 적당하고. 다른 기능 무난하면서, 싸고 성능 좋은 게임용 서브 폰을 원하는 사람. 그런 폰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제품이 딱이다. 다른 것 쳐다볼 필요 없이 포코폰 F1을 사면 된다.



그 밖에 자잘한 몇 가지 문제도 있다. 샤오미가 내세우는 MIUI는 포코폰용으로 새롭게 튜닝됐는데, 여전히 쓰기 쉽다고 말하긴 어렵다. 중국폰(...)들은 설정을 세세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그런 점이 우리에겐 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한다. 만듦새는 괜찮은데, 저렴해 보이는 본체에는 케이스가 필수다. 


후면 카메라와 지문 센서는 너무 붙어 있어서, 반드시 카메라에 지문이 묻는다. 카메라에 달린 AI는 아직도 장난감이다. 쓰는 경우보다 안 쓰는 경우가 더 나은 때가 많다. 속도에 올인한 탓에 균형 잡힌 스마트폰이라고는 못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오미 포코폰 F1은 당신 지갑에서 몇십만 원을 절약해주는 스마트폰이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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