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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Dec 02. 2018

살색을 클릭하지 않을 수 있을까?

웹서핑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

인터넷 검색은 항상 정해진 패턴을 따른다. 처음에는 ‘검색하고 싶은 단어’로 시작한다. 기무사에서 위수령 발동을 검토했다-는 말을 듣고 ‘기무사 위수령’을 검색하는 식이다. 보통 언론 기사나 커뮤니티, 블로그 글이 검색된다. 대충 글을 읽는다. 읽다 보니 옆에 뜬 사진에 눈이 간다. ‘XX의 수영복 자태’, ‘XX가 인스타에 올리자마자 지운 사진’ 등등. 


유튜브도 다르지 않다. 처음엔 관련 영상을 본다. 옆에 뜬 ‘다음 동영상’ 목록이 눈에 띈다. ‘모델 선생님이 성교육하는 일본 학교’라는 제목이 딱 떠 있다. 인스타그램이라고 다를까. 사진을 올리면 누가 팔로잉을 한다. 미녀다. 클릭한다. XX 만남 어쩌고-하는 사진이 붙어 있다. 우리 검색이 늘 이렇다.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다 살색을 클릭하고, 다시 정신 차린다. 1~2분이면 끝날 일을 한 시간째 하고 있다.      


Stock Photos / Stokkete / Shutterstock


검색과 클릭은 내 욕망이다


음, 고백하자면, 관련 영상이나 광고는 내가 본 것을 반영한다. 내가 클릭할 만한 것을 골라 띄워준다는 말이다. 검색과 클릭은 내 욕망이다. 그러니까, 내 탓이다. 내 탓만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고 주장해 본다). 정보는 명령이다. 쾅-하는 소리가 들리면 저절로 그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처럼, 우리 감각은 주어진 정보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때문에 난리가 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네이버에서는 뉴스 편집 때문에 욕을 먹기 싫어, ‘뉴스캐스트’란 서비스를 내놓았다. 네이버는 기사 유통만 책임지고, 어떤 기사를 실을지는 언론이 스스로 결정하란 취지였다. 어떻게 되었을까? 네이버 1면이 세미 포르노 허브나 다를 바 없게 됐다. 살색이 클릭을 부르기 때문이다. 좋은 기사가 더 많이 읽혀야 한다고 외치던 언론사 스스로 저지른 일이다. 엉큼한 것은 우리나 언론이나 다르지 않다. 결국, 네이버는 3년 만에 뉴스캐스트를 폐지했다.      


Stock Photos / Reviako Inna / Shutterstock


욕망은 균형을 잡아야 한다


욕망은 균형을 잡아야 한다. 도파민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만 배를 채워주진 못한다. 디지털 문화는 이런 균형을 잡기 힘들게 만들었다. 중독이라 부르기는 힘들지만, 조금 삶을 낭비하게, 누군가는 많이 낭비하게 만들었다. 어차피 바쁜 사람은 여전히 바쁘고, 바쁘지 않은 사람에게 시간을 때울 수 있도록 해줬을 뿐이다-라고 하기도 한다. 


틀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다. 많이 찾을 수 있게 된 정보는 ‘많다’라는 자체가 문제가 되기도 하니까. 글 하나를 써도 찾아봐야 할 자료가 늘었다. 중복된 내용도 많고 틀린 내용도 걸러야하니 과부하가 걸린다. 집중력은 준비가 필요한데, 이리저리 관심을 뺏기다 보면 내가 뭐 하려고 했는지 까먹기도 한다.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하니 목이나 허리가 아픈 것은 덤이다. 


 Stock Photos / Dmytro Buianskyi / Shutterstock


이익은 구조를 설계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대책은 많다. 디지털 디톡스를 해라, 스마트폰을 가까이 두지 마라, 사용 시간을 제한해라 등등 여기저기서 잔소리가 쏟아진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나치다. 시간 낭비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나쁜 것’으로 몰아간다. 전형적인 학부모나 사장님 마인드다. 놀지 말고 일이나 공부나 하라는 말이다. 


디지털 기기로 인한 집중력 저하가 분명 나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게임이나 SNS 등은 우리가 돈과 시간을 더 많이 쓰도록 설계되어 있다. 당연히 이익은 그런 구조를 설계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뭐든 적당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을 해친다. 자기 삶을 자기가 주도해야 한다고 쉽게 떠들지만, 이런 시스템 속에 자기 의지만을 강조하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다. 살색을 클릭하기 전에 거기에 살색을 놔둔 사람이 있다. 살색을 클릭한 건지 클릭하게 만든 건지 그 경계는 모호하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 라고 쓰면 클릭할 사람 많다. 클릭한 사람 탓일까 클릭할 사진을 넣은 사람 탓일까? 

Stock Photos / Dmytro Buianskyi / Shutterstock



살색을 클릭한 건지 클릭하게 만든 건지 그 경계는 모호하다.     


다행히 시대가 바뀌면서 삶이 조금 더 재밌어졌다. 가끔 그립기는 하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던 시대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절대 아니오’다. 그럼 균형을 맞출 방법이 있을까? 다이어트와 똑같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좋은 정보를 골라 먹을 것(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을 찾아야 한다.). 살색이 덕지덕지 붙은 사이트는 피할 것(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써도 좋다). 가급적 눈에 보이지 않게 할 것(쓰지 않을 때 스마트폰은 가방에 넣어두면 좋다.). 운동하는 시간을 늘릴 것. 사람과 눈 맞추며 얘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것. 1+1, 묶음 할인 판매의 유혹을 피할 것(이걸 쓰면 요런 이익을 더 줘요~하는 팝업이 뜨면 닫아버리는 습관 기르기). 


Stock Photos / oneinchpunch / Shutterstock


솔직히 말하면, 살색을 클릭하며 돌아다녀도 괜찮다. 미리 그러기로 시간을 정해뒀다면, 아무 문제 없다. 문제는 클릭하고 싶지 않은데 클릭해서 시간이 낭비될 때다. 최근 해외에서 ‘유료 구독’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살색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방편이기도 하다. 디지털 라이프를 조금 더 단순하게 만들어 주니까. 아, 사실 스마트폰 알람만 꺼도 많이 좋아진다. 아까도 말했지만, 정보는, 명령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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