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 13년전 들린 덮밥집과 선샤인시티 전망대

피치 항공을 이용한 1박 4일 도쿄 여행기 #2

by 자그니

어딜가다 뭐가 됐든 잃어버리거나, 놓고 오는 사람이 있다. 그게 나다. 뭐 하나 빠뜨린 것이 없이 떠나면 그게 이상하고, 뭐 하나 놓고 오는 것이 없으면 그것도 이상하다. 이젠 뭔가를 빠뜨리거나 놓고 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지경에 와버렸다.


이번 도쿄 여행의 목적 중 하나도, 지난 겨울 도쿄 여행때 놓고 왔던 전자책 리더기 '크레마 카르타'를 되찾는 것이었다. 물론 참을성 없는 나는 그 사이 새로 한 대를 더 구입한 상태이긴 했지만, 그래도 찾을 수 있다면 찾아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중고로 팔 수도 있고... 흠흠.


아무튼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정확히는 아키하바라 다음 정거장에 있는, 도요코인 아키하바라 근처 지점 -_-으로. 10시 47분에 출발해 환승후 호텔에 도착한 시각은 11시 32분. 구글 맵은 도착 예정 시간까지 정확하게 알려줬다.


DSC_0336-768x432.JPG


호텔에 도착후 나 작년에 묶었다, 뭐 놓고 갔다, 찾을 수 있는가-하고 물어봤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없다고 한다. 이 무슨 청천벅력 같은 소리요. 내가 아는 일본 호텔은 이런 곳이 아니오!라고 외쳤으나 호텔 직원은 아무튼 없다고 한다.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요즘 일본 호텔에 많이 있는 외국인 직원, 리사짱(... 프론트 직원이 정말 그렇게 불렀다.)이 도와 줄 일이 없냐고 묻는다. 내 얘기를 듣더니 자기가 기억하고 있단다. 그러면서 찾으러 안으로 들어간다. 10분 경과후 멀쩡한 모습으로 배터리가 나간 크레마 카르타를 들고 온다. 역시 이런 면에선 괜찮은 일본 호텔이다. 그리고 프론트 직원은, December 라 그래서 12월인줄 몰랐다고 리사짱에게 하소연을 했... 그게 그거잖아!!


DSC_0338-768x1365.JPG


마계 도시 아키하바라


그 다음 발길을 옮긴 곳은, 당연히 아하바라. 사실 아키하바라가 취미 성지로 바뀌고, 재개발이 끝난 이후엔 잘 안갔다. 예전처럼 돌아다니다 듣도보도 못한 제품을 구입하는 재미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키하바라 옆에 와놓고 아키하바라도 안가면 이상하다. 마치 내가 내가 아닌 것만 같다. 그래서 갔다. 추적추적 비도 오는데, 추적추적 걸어서. 뭐, 짐작했겠지만-


길.을.잃.었.다.


틀림없이 나 여기서 2주간 살았는데. 매일 자전거타고 돌아다녔는데(바로 앞 문단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구글 맵을 봐도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으하하하. ㅜ_ㅜ 이게 다 위치 확인을 JR 전철 선로를 보면서 했는데, 내가 있는 위치가 하필 JR 이 교차하는 지점이었던 탓이다. ... 라고 일단은 우겨보겠다.


DSC_0347-768x1365.JPG

12시 30분. 빗 속에서 아키하바라 근처를 헤매다가 도착한 곳은 아키하바라 남단의 다리 밑. 대체 언제 다리를 건넜는 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 새 강을 건너 아키하바라 밑으로 내려와 있었다. 할 수 없이 다시 강을 건너 아키하바라로 갔다. 왔는데 딱히 뭔가 하고 싶은 것은 없다. 배고프니 잠깐 서서 먹는 소바집에 들려 소바를 먹고, 비 오니까 소프맙이나 잠깐 들렸다가 스카이트리로 가자고 생각했다.


DSC_0354-768x432.JPG


오후 2시 30분. 30분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시간이 흘렀다. 아, 맞다. 여기, 마계도시 아키하바라지. 마지막으로 요도바시 카메라에 들리자 생각하고 들어갔다. 오후 4시. 눈 깜짝할 사이에 3시간 반을 여기서 보냈다. 스카이트리를 곱게 포기하고 오늘의 숙소인 '북앤베드 도쿄' 호스텔로 향했다. 사실 너무 졸렸다.


이케부쿠로여, 내가 왔다


오후 4시 30분 숙소가 있는 이케부쿠로에 도착. 세상에. 13년만에 왔는데도 길을 알아보겠다. 그래도 그때하공사는 다 끝났구나. 숙소 체크인 후 바로 쓰러져 잤다. 5시 30분 기상, 숙소 이탈. 이케부쿠로를 잠깐 산책하며 추억을 만끽하다, 일본 식도락 사이트에서 추천 받은 곳에서 탄탄멘을 먹고 이번에 새로 단장한 선샤인시티로 향한다.


DSC_0383-768x432.JPG


...망할. 13년 전에 선샤인시티 가면서 밥 먹었던 덴동집이 그냥 그대로 있다. 어찌된거냐, 일본. 개인 가게도 아니고 체인점이, 2003년에 있던 그자리에 2016년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니. 아하하하... 무.섭.다.


DSC_0390-768x432.JPG


새로 바뀐 선샤인 시티 전망대에 올라갔다. 영어로 된 팜플렛을 들고 있었더니 일본어로 된 팜플렛을 드릴까요? 한다. 나 일본어 못하는데요...o_o;; 라고 했더니 그 사람들이 웃는다. 일본에서 자주 반복되는 이상한 시추에이션. 일본인들이 뭐라고 하면 그걸 알아듣고 일본어 못합니다/ 일본인이 아니에요-라고 대꾸하는...


아무튼 새로 바뀐 선샤인 전망대는, 단순히 '구경'을 하는 곳이 아니라 '경치를 즐기는' 컨셉으로 바뀌어 있었다. 가상현실 체감 기기도 많고, 사진 찍을 것도, 사진 찍을 곳도 많고, 노골적으로 그렇게 놀라고 장려하는 느낌이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적어서 야경이 화려하진 않다. 하지만 도쿄 타워와 스카이 트리를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유일한 야경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재미있었다는 이야기.


... 혼자 가서 쓸쓸했다. ㅜ_ㅜ


DSC_0393-768x432.JPG


8시 30분. 전망대에서 홀로 나와 숙소로 향했다. 아시다시피 이케부쿠로도 유흥가로 꽤 유명한 지역이..지만, 내가 중간에 들린 곳은 북오프. 을녀 로드-라고 해서 여성향 작품(?)들이 즐비한 거리도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늦어 못봤다. 참고로 선샤인시티 근처다. 9시 30분, 숙소로 귀소. 귀소 후 잠깐 쉬다가, 블로그에 올릴 글을 썼다.


남들 책 읽는데, 나는 블로그를 하고 옆에 앉은 친구는 공부...를 했다(이상하게, 도쿄 게스트 하우스에는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꽤 있다.). 글을 다 쓰고 나니 12시 30분. 밖에 나가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잔 마시고, 침대에 돌아와 휴대폰 충전이 끝나면 태블릿 PC 충전을 하자고 잠시 기다리다- 그대로 골아떨어졌다. 일어나 보니 한 손에는 스마트폰, 한 손에는 태블릿PC를 들고 이불도 안덮고 쓰러져 있었다.


DSC_0443-768x432.JPG


그렇게,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 to be countinue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