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양강 체재가 어이없게 무너졌다. 갤럭시 S22에 들어간 GOS(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탓이다. 발열과 배터리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넣은 기능이, 이런 사태를 부를 거라고 누가 알았을까? 비싼 가격에 제 성능을 내지 못한다고 원성이 자자했다. 벤치마크 사이트 긱벤치에서는 성능 조작으로 퇴출 당했다. 소비자와 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값비싼 삼성 대표 스마트폰이, 이런 서비스가 없으면 안전하게 쓸 수 없는, 설계가 잘못된 제품이었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삼성은 스스로 제 발등을 찍었다.
문제는 항상 곪았다가 터지는 법. 과연 이번 사건만 문제였을까. 아니다. 판매가 4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은 예전부터 애플에 계속 밀리고 있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2021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2020년보다 5% 늘어난 60%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삼성은 3% 줄어 17%밖에 되지 않는다.
화웨이를 제외하면 고급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줄어든 유일한 회사다. 전체 판매량은 1위이기에 애플과 동급이란 이미지가 있지만, 이번 사건은 그 이미지를 나락으로 보냈다. 이제 삼성은 애플보다 급이 떨어지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다.
애플 1강 체재가 시작됐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쪽에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이에 크게 격차가 벌어졌다. 당분간 스마트 기기 시장은, 애플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다른 회사가 따라가는 형태로 전개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간단하다. 애플은 “혁신적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최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회사다. 이 문구 앞에 ‘마진을 위해’라고 붙여 놓으면, 애플의 모든 사업을 이해할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이 가진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새끼 치듯 사업을 전개한다. 아이폰 액세서리인 에어팟과 애플 워치를 추가로 팔고, 앱스토어 수수료를 통해 추가 이익을 얻는다. 아이패드는 사실상 대화면 아이폰이고, 아이폰 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맥 컴퓨터를 사야 한다.
애플 페이, 애플 카드처럼 향후 아이폰 기반 모든 결제 수수료를 자기가 먹고 싶다는 욕망도 숨기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잘 관리되는 애플 생태계고, 나쁘게 말하면 애플이 만들고 관리하는 독점 시장이다.
독점 시장은 깨끗하고 안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이런 일이 일어난다. 지난 3월 21일에는 갑자기 앱스토어 같은 주요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네덜란드에선 새로운 앱스토어 결제 방법을 제공하라는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있다. 매주 500만 유로의 벌금을 통보받지만, 우회 결제 허락하느니 벌금을 내겠다는 태도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작년 9월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 통과됐지만, 마지막까지 이행 계획안을 제출하지 않다가, 구글을 본뜬 4% 인하 방안을 내놨다.
마진이 좋아진다면 독재 정부에도 협조하지만, 마진이 나빠진다면 정당한 법 집행도 무시한다. 애플은 그래도 된다. 쌓아놓은 현금은 두둑하고, 이제 누구도 애플을 쫓아올 수 없을 테니까. 재밌게도,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에서 다른 우회 결제 방법을 알리면 앱을 삭제하면서, 구글 플레이에 등록한 애플TV 앱에선 스스로 우회 결제 안내를 한다. 수수료를 내기 싫어서. 이런 애플의 황금시대, 언제까지 계속될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진영은 폴더블 스마트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직 퀄컴의 프로세서 설계 능력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만듦새가 부족함이 있지만, 애플이 따라오기 힘들다. AR 글래스로 시장이 옮겨갈 수도 있다. 메타가 집중하고 있는 부문이고, 팀 쿡 역시 아이폰 다음 미래가 증강현실이라 생각한다.
미국, EU를 비롯해 여러 국가에선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시장은 살아있는 생명 같아서, 반격은 반드시 온다. 어떤 미래가 온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서 빨리 지루한 1강 체재를 끝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고로 시장은 셋이 치고받을 때가 가장 재밌으니까.
* 노블레스맨 4월호에 보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