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이 영화 재미있다며 보라고 권합니다. 놉(Nope)이라는 영화입니다. 찾아보니 공포 영화라서, 공포 영화 안 본다고 했더니 UFO 영화라고 합니다. 사람이 UFO랑 싸워서 이기는 영화라고. 너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봤습니다. 결론은…. UFO(?) 영화이긴 한데,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 저는 IPTV로 보긴 했는데. 현재 네이버 시리즈, 웨이브, 티빙에서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22.09.18 기준).
* 네이버는 소장 11,900원/ 대여 8,000원. 티빙, 웨이브는 14,900원/ 10,000원입니다.
저는 왜 잘 봐 놓고 화를 내는 걸까요? 친구가 한 말이 참이면서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처음부터 참 잘 속인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인트로에 뭔가 등장하기에 무슨 중요한 내용인가? 했더니, 유니버설 로고 뜨고, 제작사 로고 뜨길래 아 요즘은 특이하게 자기소개 영상 만드네- 그랬다가, 보다 보니 그게 진짜 사건...
영화도 그렇습니다. 크게 세 파트로 나눠서 진행되는데요. 서스펜스 코미디 드라마 같은 초반, 공포 스릴러 느낌 나는 중반, 괴수 액션 영화 같은 후반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 장르가 공포 하나라고 할 수는 없지만, SF 서스펜스 코미디 호러 액션 영화는 됩니다.
처음에는 공포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좀 쫄면서 보고 있었는데…. 별일 없더라고요. 오히려 중반쯤에 깜짝 놀란 부분이 하나 있었죠. 그래도 신기한 게, 별일 없는 부분인데 계속 긴장하면서 보게 됩니다. 많이는 아니고 살짝 쫄깃하달까요. 아마 그래서, 이걸 괴수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렇게 다 보고 나니, 진짜 친구가 한 말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UFO(?)랑 사람이 싸워서 이기는 영화 맞네요. 왜 제가 좋아할 거라고 한 건지도 알겠습니다. 괴수물 로봇물 뭐 이런 큰 거 나오는 영화 좋아하니까요. 그렇지만 그 UFO가 그 UFO가 아니고 그 괴수나 그 로봇이 영화에 나오는 UFO가 아닐 뿐.
재미있는 건, 보고 나서 엔딩이 잘 이해가 안 돼서 다른 사람 리뷰를 검색하게 됐는데, 검색하고 나니 또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는 겁니다. 영화 보고 궁금증이 생겨 다시 보게 되는 영화가 좋은 영화이긴 한데요. 리뷰 보고 나니 궁금증이 배로 늘었습니다. 이거 의외로 복잡한 구석을 많이 숨긴 영화였더라고요(전 조던 필 감독 영화를 처음 봤습니다. 공포 영화 안 봅니다.).
예를 들어 감독은, 이 영화를 스펙터클에 대한 영화인 것처럼 얘기합니다. 보고 나니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게, 우리가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우리를 보는 것처럼, 우리가 스펙터클을 소비할 때 그 스펙터클도 우리를 먹이로 삼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러니하게, 영화는 그런 스펙터클을 제공하면서, 그 스펙터클을 소비하려는 사람을 비판하고는 있지만.
기왕 스펙터클을 제공할 거, 어디 저기 황량한 말 농장 말고 도심 한가운데 등장하거나, UFO랑 군대랑 대치하고 그러면 재밌을 거 같은데, 그럼 마이클 베이 영화가 됐겠죠. 사실 UFO 입장에서도 도시는 위험합니다. 소화 시키지 못할 것 투성이니까요. 다시 보면서 내가 작은 건프라를 하나 삼켰다면 얼마나 괴로웠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끔찍하더군요. UFO 심정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아, 그런데, 왜 자꾸 UFO가 뭐를 먹는다고 얘기하냐고요? 그게- 그렇습니다. 여기 나오는 UFO 특징이 그래요. 우리가 아는 그 UFO가 아니라서, 아무 정보도 없었던 저는 정말…. 뒤통수를 한 대 단단히 맞았습니다.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했는데, 조던 필 감독이 원래 그런 감독이래요.
이런저런 해석이 많은데, 저는 현대판 오즈의 마법사-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즈의 마법사가 돌풍에 휘말려 오즈에 떨어진 도로시가 갖은 모험을 하고, 도로 캔자스로 돌아오는 내용이라면- 이 영화에선 아버지에게 상처 받아 말 목장을 떠났던 여자 주인공(키키 파머, 에메랄드 헤이우드 역)이, UFO를 발견하고 갖은 고생을 한 끝에 물리치고, 가족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요. 아예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삼은 장면이나 대사도 많았고요.
물론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지만, 다시 보면 또 다른 게 보일 거예요. 아무튼, 평소에 안 보던 스타일 영화를 보니 신선하기도 하고, 아 영화가 원래 이런 맛도 있었지-하는 생각도 들고, 그랬습니다. 마지막 부분 해석은, 따로 글 하나 쓰고 싶을 정도로요.
아무튼 재밌습니다. 요즘 영화들 매너리즘에 빠졌다, 뭐 신선한 거 없을까-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