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음, 아마 모르시는 분은 드물겠죠.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가정도 꾸리고 동생도 갱생 시키고 아버지의 죽음도 지켜보는 영화입니다. 이번에 문득 생각나서 다시 봤는데, 여전히 좋네요.
*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유튜브, 웨이브, 네이버에서 대여나 구매할 수 있고요. 가격은 각각 대여가 1,000원/ 1,200원/ 1,200원, 구매가 3,500원/ 4,000원/ 5,000원입니다.
* 예전엔 플랫폼이 달라도 가격은 같았던 거로 기억하는데, 요즘엔 플랫폼마다 차이가 좀 나네요. 그런데도, 대여가 아니라면 원래 쓰던 플랫폼에서 사시는 게 좋습니다. 관리하기 편하거든요. 대여는 상관없고요.
영화를 다시 보면 좋은 게, 예전에는 보지 않았던 장면들이 보입니다. 사실 어바웃 타임도 2013년 영화라, 이제 기억에서 좀 가물가물하잖아요. 전 어둠 속의 식당 신이 꽤 기억에 남았는데, 그게 생각보다 비중이 적은 장면이어서 보다가 당황했답니다. 심지어 예전에 찼던 분이 남자 주인공(도널 글리슨, 팀 레이크 분)을 꼬시는 장면은 아예 기억에 없었고요.
아무튼 다시 보니, 한국인들이 이 영화를 그렇게 사랑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다 들어가 있어요. 올바른 주인공, 갈등 없는 좋은 관계, 따뜻한 가족, 출생의 비밀(?)까지. 이렇게 달콤하게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쓰는 각본이 원래 이렇습니다. 그래서 사랑받죠.
물론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으니, 이런 달콤한 이야기에는 그저 흐뭇한 웃음을 지을 뿐입니다. 세상은 저렇게 달콤하지 않다는 걸 아니까요. 예를 들어, 남주의 마지막 선택, 아버지를 못 보는 대신 셋째를 택한 것을 보면서, 혼자 속으로 이렇게 중얼 거렸습니다.
...너, 그 선택, 죽을 때까지 계속 곱씹게 될 거야...
영화에서도, 사실 시간 돌리기는 재미를 위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간단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진짜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죠. 남주가 여주(메리)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근성이 필요했고, 동생을 갱생 시키기 위해서는 남주와 여주의 근성(...)이 필요했고, 셋째를 낳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시간 여행이 아니었어요.
본질적으로 미래는 시간 여행자라도 결정할 수 없습니다. 내 뜻대로 돌아가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고,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요.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미래의 본질이기에, 삶이 주는 건 지금 여기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선택지뿐입니다. 게임처럼 루트 A 대신 B를 고르면, 다음에 B-1, B-2가 펼쳐지는 게 아니란 말이죠.
결국 영화는 흔한 교훈을 건네며 끝납니다. 하루하루를, 마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열심히 즐겁게 살아가라는. 우리 삶이 알고 보면, 시간 여행이라는. 하지만 나쁘지 않잖아요? 삶에는 이야기가 필요하고, 어바웃 타임은 배고픈 영혼에 바치는 달콤한 사탕입니다. 누군가는 디저트 같은 영화라고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또 소울푸드가 될 수도 있겠죠.
다시 보게 되는 영화는, 늘 그런 영화 아닐까요? 잊고 있던 어떤 감정, 어떤 소중한 것을 일깨워주는, 흔한 영화. 이걸로 배가 채워지진 않겠지만, 허기는 조금 가실 수 있는. 사는 데 지쳤다면, 뭔가 외롭게 불안하다면, 오늘 밤 이 영화를 권합니다. 달콤한 따뜻함에, 좋은 꿈 꾸실 수 있을 거예요.
추신. 아 근데 왜 내가 사는 건 영화 속 싱글 작가님에 더 가까운 거죠. 인기만 빼고요. 그런 건 원래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