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시내에 다녀오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카카오T 앱을 꺼내 부르려는데, 뒤에서 가만히 보고 계시던 어머니가 툭-하고 한마디 하신다.
그 앱 쓰지 말자. 나쁜 놈들이라고 하더라.
칠순이 넘으신 분이 하시는 말이기에 깜짝 놀랐다. 대체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어머니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21년 9월 YTN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를 적절한 조치라고 답변한 사람이 51%였다. 반대는 35.3%에 그쳤다. 같은 달 머니투데이가 실시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7.7%가 규제에 찬성했다.
어쩌다 카카오는 사회악처럼 취급받게 된 걸까. 판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한 건 2016년 경부터였다. 카카오가 갑자기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당시 78개였던 계열사는 2021년 기준 158개 사에 달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SK의 127개보다 많다.
사업 영역도 무차별적으로 늘어났다. 의료(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부터 시작해 영유아(카카오 키즈노트), 스크린 골프(카카오VX), 미용실(와이어트), 어학(야나두), 장례(고이장례연구소)까지 메신저와 금융, 음악, 전자상거래, 광고, 게임 같은 주요 사업을 제외하고도 정말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했다. 오죽하면 ‘카카오 당하다’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거기까진 그러려니 했지만, 2020년에 보여준 모습은 가관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들 힘들어하던 시기, 카카오는 카카오톡 대화 목록에 큼지막하게 광고판을 붙였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같은 테크기업이 (잘 되진 않았지만) 형식적으로라도 사람들을 도울 고민을 할 때, 카카오는 광고로 수익이 올랐다고 북을 치고, 그래서 주가가 올랐다고 나발을 불었다. 다들 초상집인데 혼자 잔칫집을 차렸다.
나중에 결국 하긴 했지만, 방역 당국이 요청한 ‘QR 체크인’ 기능을 카카오톡에 넣어달라고 했을 때, 그거 못한다, 카카오페이 앱에 넣어야 한다고 했을 때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카카오가 중국 텐센트의 위챗처럼 슈퍼 앱이 되길 원했기 때문일까?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가만 보면 그렇지도 않다. 카카오 계열사들은 사실 제대로 사업을 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 눈에 보이는 카카오 계열사는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커머스,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등에 불과한 이유다.
가만 보면 카카오의 관심사는 제대로 된 사업이나 수익이 아니다.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해 우회 상장을 했던 것처럼,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자산을 불리는 일에 더 관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카카오게임즈와 뱅크가 상장에 성공했고, 다른 주요 회사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 카카오를 움직이는 건 고객이 아니라, 뒤에 있는 투자자들이다.
상장을 잘하려면 몸집을 불려야 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그런 욕심에, 카카오는 쉽게 건드리면 안 되는, 소비자 주머니를 건드렸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 호출 서비스’ 요금을 올린다는 발표가 큰 반발을 불렀다. 사람들이 카카오에 가지고 있던 불만이 폭발했다.
카카오는 구글이나 애플, 삼성이나 현대와 경쟁하는 기업이 아니다. 작은 회사나 자영업자, 프리랜서가 밀집한 콜택시, 커머스, 콜센터, 미용실, 웹툰 등을 건드리는 기업이다. 그냥 건드리는 게 아니라, 혁신을 내세우며 미끼를 제공해 시장을 장악한 다음, 독과점 상태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한다.
비난이 거세지자 골목 상권에서 철수하겠다, 요금을 내리겠다 등 ‘상생안’이란 걸 발표했지만, 그걸 믿는 이는 적다. 다들 이슈에 관한 관심이 사라지면, 다시 갑질을 시작할 거라 여긴다.
뒤에 있는 투자자들이 이익에서 눈을 돌릴까? 적당히 챙겨 먹는 선에서 끝낼 수 있을까? 글쎄. 나중에 시간이 증명하겠지만, 아직 카카오의 관심사는 우리가 아니다. 그럴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여전히 더 많은 수익, 더 큰 몸집, 더 높은 주가를 생각한다.
기업이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냐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린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사회악이다.
기업이 마음대로 판을 짜게 놔두면, 소비자가 불행해진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용자와 상생할 생각이 없다면, 성장에 따르는 책임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면, 그런 기업을 용납할 이유가 있을까?
* 노블레스맨 2021년 11/12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