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사하다 부끄러운 글을 찾았습니다
요즘 글이 뜸합니다. 이게 다 이글루스 블로그 서비스가 문을 닫아서 그렇습니다. 안그래도 정신 없는 세상, 이십년 묵은 블로그를 이제와서 어쩌라고요. 이전 작업을 하는데, 그게 다 수작업이라 힘이 부칩니다. 많은 이글루스 블로거들이 그냥 블로그 포기하고, 그동안 즐거웠어요 저는 떠나갑니다- 하는 게 눈에 보이네요.
아래는 그런 이사 과정에서 찾은, 싸이월드 시절 실연 당한 남자의 경험담(...)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것도 생활문화사가 됐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며, 가볍게 읽고 웃어주세요. 하, 이 놈 참 찌질했구나-하고 비웃으셔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지나고나면 다 추억이더라고요. 진부하게.
그리고 알아요. 당신도 이랬을 거라는 거. 지금쯤이면 한참 미화되긴 했겠지만.
예전에 나우 시절에는, 실연을 당하게 되면.. 몇일간은 그 사람의 pf를 줄기차게 때려보고…
그 사람이 잘가는 동호회의 게시판에서 그 사람이 올린 글을 줄창 읽어보며…
그 사람이 잘 가는 동호회에서 user 때리며 어디에 있는 괜히 쫓아다녀보고.. 그랬었다…
그러다 어쩌다가는 쪽지를 주고 받으며 대판 싸우기도 하고
전자 우편을 통해 잘못했어 엉엉, 하고 글을 날리기도 하고..
그러다 아이디를 유보하고 잠수하거나.. 친구의 아디를 갖고 들어오거나…
그러다 아예 통신망을 옮겨 하이텔 -_- 동호회에 정을 붙이며 살아가는 애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싸이월드에서 실연을 당하게 되면…
어떻게 사람들은 대처할까…
우선 미니 홈피의 배경음악이 바뀐다…–;
슬픈 음악… 헤어진 날의 이야기들이 BGM으로 깔린다..
프로필 사진도 프로필도 바뀌기 시작하며…
미니룸이 칙칙하게 변하는 것도 딱 이 맘때다…
그 다음은 1촌명이 바뀐다..
내 사랑.. 울 이쁜이.. 울 아가.. 이런 거에서..
좋은 사람.. 이젠.. 그냥 친구…뭐 이런 것으로 바뀌거나..
아니면.. 아예 삭제-_- 당하기도 한다…
둘이서 자주 가던 클럽에선 한명이.. 점점 안보이기 시작하며…
상대방의 친구들끼리 모여있던 클럽은..
어느 순간 비밀 클럽으로 변하며 접근 자격을 봉쇄당한다..
1촌 쓰기의 1촌 평이 지워져 버리고…
만약 상대방이 그나마 맘 좋은 사람이었다면
행복하라는 메세지 하나 받고…
미니 홈피 게시판의 글도 지워지고..
어느 순간.. 상대방의 미니 홈피 사진첩에 박혀 있던..
둘이 찍은 사진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이 맘 때쯤.. 아주 깜찍하게도..
나 외로워~ 슬퍼~ 힘들어~하는… 일종의 비굴 모드로 접어들지 않고…
예전부터 솔로였던 것처럼.. 처음부터 애인따윈 없었던 것처럼..
모든 흔적을 지우고..
변신-_-해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아예 싸이에 로긴을 하지 않고..
외부에서 접근해서 자주가던 클럽의 글만 읽으며..
필요한 오프 모임은 친절한 친구의 문자 메세지를 통해
참석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어제, 1촌명-_-을 바꾸자는 편지를 받았다.
그 아이의 미니 홈피에서 나는 사라지고 없었다.
글도, 사진도, 모두…
나는 마지막 예의로, 찌꺼기 같은 내 흔적을..
그 애의 미니 홈피에서 모두 삭제해 줬다..
…이젠, 노래 가사처럼, 처음부터,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줘야겠지…
언제 어디서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그 애의 예의바른 인사가…
참… 나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