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음악이 필요하니까
어제는 무척 피곤하고 힘든 날이었습니다. 지난 며칠동안 무리했던 탓인지, 하루종일 속이 뒤집힐 것처럼 아프더니, 버스에서 내려 집을 향해 걷는데 왜 그리 춥게 느껴지던지요. 이빨이 부딪힐 정도로 덜덜 떨면서 걸어오는데, 뭔가 한심해서, 눈물이 날 뻔 했답니다.
...아마, 아이팟에서 들려오는 음악이 없었더라면, 정말 울어버렸을 지도 몰라요.
세상살이는 원래 만만하지 않아-라고 쉽게 말합니다. 그래도 삶에서 부딪히게 되는 불안과 스트레스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 될 지 알 수 없는 것에서 오는 흔들림. 그렇게 겨우 하루하루 버텨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
그럴때마다 나는 음악을 듣습니다. 그리고 따라 불러봅니다. 옛날 옛날 지구상에 존재했을 누군가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삶을 버텨냈던 것처럼, 음악을 그냥 듣는 것과 부르는 것은 정말 많이 다르거든요. 듣기에는 그냥 좋았던 음악이, 따라 부를 때는 내 마음이 되버리고 맙니다.
... 그것이 노래가 가지고 있는 마법.
나는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다잡고, 흔들리는 다리를 단단하게 붙들어매고,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삶에는 그래서 주제가가 필요합니다. 내 인생을 관통하는 메인 테마라도 있었으면 좋겠지만, 인생은 "이미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이야기이기에 그건 어렵겠지요?
하지만 때마다 부를 주제가는 필요합니다. 힘들 때는 힘들다고, 아플 때는 아프다고 말해줄. 멀쩡한 얼굴로 맨정신에 나 힘들어-라고 칭얼거리는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렇게 대신 마음을 말해 줄, 마음을 붙잡아 줄 나의 주제가.
요즘 제 주제가는 마야의 "나를 외치다"와 SG 워너비의 "사랑했어요", 고토 마키의 "スッピンと淚(맨 얼굴과 눈물)"입니다. 싸이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은 유리상자의 "기억력"이지만...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꼭 한 번씩 듣게 되는 노래이기도 합니다(플레이 리스트에 군데군데 박아놨답니다. :).
사람과 사람의 관계, 가까이 다가오는 만큼 멀리 도망치고 마는 사람의 마음. 관계와 관계에서 받은 상처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과 삶의 사이에서 걷는 나의 하루. 그 모든 것들을 노래에 담아 흥얼거리며, 하루를 버텨갑니다.
혹시, 당신에게도 주제가가 있나요?
...
그렇다면 언제, 노래방이라도 같이 가요 :)
* 눈치채셨겠지만, 2007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