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팬택, LG, 소니... 그리고 애플
솔직히 말하자면,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별다른 일이 생기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연초부터 인공 지능과 가상현실이 무섭게 떠오른 탓도 있지만, 시장 자체가 정체기에 들어선 만큼 뭐 재미있는 일이 더 있겠는가-하고 생각한 탓이다. 하지만 2016년 상반기, 꽤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한 일들이 몇 가지 일어났다.
먼저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갤럭시 S7과 G5의 등장 때문에 존재감이 약해 보이지만, 2016년 상반기 스마트폰 트렌드의 중심에는 여전히 '중저가형/보급형' 스마트폰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 전자의 2016년형 갤럭시 A/ 갤럭시 J 시리즈, LG 전자의 K/ X 시리즈까지 굉장히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 2016 1/4분기 기준으로 보급형 스마트폰은 세계 시장의 70%, 한국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팬택의 신제품은 그런 중저가형 스마트폰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 지를 확실히 보여준 제품이다. 1년 7개월 만에 돌아온 ‘IM-100’은, 작은 차이를 큰 차이로 만들어 내면서 괜찮게 팔리고 있다. 7월 10일 기준으로 초도 물량 3만 대가 모두 팔렸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인기 비결은 '조그 휠'로 차별화한 디자인과 '스톤'이라는 매력적인 액세서리다. 이통사들이 저가 요금제에도 꽤 많은 보조금을 줌으로써 힘을 실어준 것은 물론이다.
이 기세를 끝까지 몰고 갈 수 있을까? 아쉽지만, 올해 다른 팬택 스마트폰 출시 계획은 없다. 팬택도 스마트폰 자체보다 이번 론칭으로 회사가 살아있음을 알리고, 투자를 받아 웨어러블과 사물 인터넷 제품 개발/생산을 해내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성공적으로, 팬택은 살아났다. 좀 더 홍보에 힘을 쓰면 올해 목표인 30만 대 판매도 꿈만 같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팬택은 불안하다. IM-100의 인기가 짧은 반짝임일지 아닐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불사조처럼 되살아났다는 말을 해주기엔 아직 이르다. 그렇지만 앞으로 1년 후, 팬택의 이름 앞에 자연스럽게 불사조란 말이 붙기를 바래본다.
삼성전자는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올렸다. 지난 7월 7일 발표한 2분기 잠정 실적을 보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으로 8조 1천억 원을 거뒀다. 8조원라는 숫자가 은근히 중요한 것이, 지난 2014년 초 영업 이익이 8조 원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자, 해외 매체부터 삼성의 위기라는 기사를 줄기차게 쏟아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문제도 있었다. 수요 예측의 실패부터 지나치게 여러 종류를 찍어내던 스마트폰 전략까지.
갤럭시 S5/S6의 실패가 뼈 아팠던 것일까? 절치부심 끝에 삼성은 갤럭시 S7을 만들어내고,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도 갤럭시 A/J 시리즈로 정리했다. 계열별로 비슷한 디자인 속에서 차별화하는 전략을 사용해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였다. 결과는 대성공. 삼성은 예전보다 더 적은 폰을 팔고도 더 많은 수익을 얻는다. 미래 먹거리인 커넥티드 카와 바이오산업에 확실히 전력을 다할 힘을 얻었다.
... 물론 그 영광이, 언제까지나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LG전자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총체적 난국이었다. 물론 성과는 좋았고, 프리미엄 가전제품은 생각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다줬다. 그러니까 LG전자는, 모바일만 봐서는 모르겠지만, 많은 이익을 거두는 회사다. 문제는 언제나처럼 모바일이다. G3 때 잠깐 잘 나가는 것 같더니, 아니나 다를까 DTD였다. 그나마 2015년은 화룡의 저주(스냅드래곤 810 발열 문제)에서 자유로운 회사가 없었다는 변명거리라도 있었지만, 올해는...
게다가 G5처럼 초기 반응이 좋았던 폰을, 잘못된 가격 책정과 홍보, 마케팅으로 날려 버렸다. 초기 불량으로 인해 들어간 AS 비용도 너무 컸다. 프렌즈 시리즈는 구입 총비용을 올려버리는 지뢰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뷔페라도 차린 것처럼 이렇게 저렇게, 하나씩 모자란 X 시리즈를 계속 찍어내고 있는 것을 보면 안쓰러울 정도다.
결국 예상대로 조직 개편이 시작됐다. 이제 모바일은 LG전자의 핵심 사업 취급도 받지 못한다. 자동차 부품과 가전제품 사업에 밀려, 예전 삼성전자 PC 사업부가 그랬던 것처럼,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스마트폰 사업이기는 하지만, 현재 경영진의 마인드로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2016년의 절반이 남았다. 하반기에도 여전히, 새로운 플래그쉽 스마트폰 발표가 차례차례 예정되어 있다. 우선 소니의 새로운 플래그쉽 스마트폰인 ‘소니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가 오랜만에 한국 시장에 출시되었다. 아직 반응은 관망세에 가깝지만. 그동안 쌓인 불만의 누적치가 아직 해소되지 못했다. LG V10의 후속 기종은 어찌 될지 흘러나오는 얘기가 별로 없고...
8월 2일, 미국 뉴욕에서는 갤럭시 노트 신제품 공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알려진 대로 갤럭시 노트 5에서 6을 건너뛰고 바로 갤럭시 노트 7이란 이름을 달 이 제품은, 홍채 인식 기능 탑재 등을 제외하면, 갤럭시 S7이 그랬던 것처럼, 갤럭시 노트5를 강화한 형태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발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에 무리하지 말자.
아이폰 7도 9월 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어폰 단자도 사라지고 더 얇아지며, 듀얼 카메라, 무선 충전 기능이 탑재되고 방수 방진 기능도 들어간다고 한다. 프로 모델이 나올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디자인 상으로 큰 변화는 보기 어렵다. 오죽하면 이번엔 아이폰6S S 같은 느낌의 제품이 출시되고, 아이폰 10주년인 내년에 진짜 멋진 제품이 등장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생겼겠는가.
다만 어떤 폰이 나오는 가와 상관없이, 트렌드는 분명하다. 중저가 스마트폰이 고급화되면서 더 많이 보급되고, 팬택의 스톤이나 삼성의 기어 VR처럼 스마트폰 액세서리가 핵심 마케팅 포인트로 사용될 가능성도 크다. 가상현실을 잘 구현할 수 있는가-가 구매 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 블루 오션/레드 오션 상관없이, 이젠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포인트를 가진 제품만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