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최고 최악의 디지털 기기들을 뽑아 봤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마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결산, 디지털 기기도 예외는 아니다. 디지털 기기 결산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 해의 트렌드를 살펴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기기들이 우리를 즐겁게 만들었는지를 살펴보고, 내년에 새롭게 발표될 제품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올해 결산의 특징은, 매년 빠지지 않고 들어가던 애플 제품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슬슬 지루한 회사가 되어가려 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기존 메이저 스마트 기기 제조사들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반면 DJI 등 새로운 시장의 확실한 강자로 자리매김한 기업도 있었다.
2016년 한 해를 빛냈던 최고의 디지털 기기들과 최악의 기기들,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부터 살펴보겠다.
* 선정은 워싱턴 타임스, 탐스 가이드, 피씨 월드 등 해외 매체에 올라온 리스트를 참고로 해 이뤄졌으며, 국내 IT 칼럼니스트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구동성으로 올해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꼽힌 제품은, 바로 구글 픽셀이다. 구글이 직접 만들었다고 내세우면서 나온 이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기준을 아주 높이 올려버렸다-라는 평가를 받았다.앞으로 나올 고급형 스마트폰들은 누가 나오건 상관없이, 모두 구글 픽셀과의 비교를 절대 피할 수 없다.
1-1. 2016 최고의 스마트폰 카메라 : 갤럭시 S7
갤럭시S7은 올해 초에 출시된 제품이지만, 형제기의 자폭으로 인해 졸지에 스테디셀러가 되어버린 스마트폰이다. 스펙은 이제 최신 스마트폰에 비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카메라 성능은 발군이라는 평가다. 처음 나왔을 때는 카메라가 정확하게 찍히지 않는다고 해서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카메라 성능으로 1년을 살아남다니 세상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
1-2. 2016 최고의 중저가 스마트폰 : 원 플러스 3T
해외 한정이긴 하지만, 최근 출시된 원 플러스 3T 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400달러 가격대의 스마트폰 가운데에선 가장 균형 잡히고, 최고라는 평가다. 특히 저가형 스마트폰에서 흔히 보이는 '몹쓸 카메라'가 달려있지 않다는 평. 물론 400달러라는 가격대를 생각했을 때 좋다는 얘기다.
이구동성으로 올해 최악의 제품, 최악의 스마트폰으로 꼽힌 것은 역시 갤럭시노트7이었다. 출시 초기까지만 해도 올해 최고의 스마트폰 후보에 있던 제품이다. 출시 이후에는 스마트폰이라기보다는 폭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역사상 최악의 제품을 꼽을 때에도 반드시 후보에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된 제품.
2-1. 2016 최악의 전략 스마트폰(국내) : LG G5
해외에선 아예 판매량이 저조해 입에도 오르내리지 않았지만, 국내 IT 칼럼니스트들은 모두 최악의 스마트폰으로 거론한 것이 바로 LG G5. 제품 자체는 장/단점이 있었지만, 그것보다 제품을 둘러싼 전략이 역대 최악이었다는 평가. 현재 해외에선 가격 할인과 더불어 1대를 사면 1대를 더 주는 마케팅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벼랑 끝에 있던 LG 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를 수렁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지만, 자업자득.
올해 가장 예상하지 못 했던 사건 중 하나는, 매년 쪼그라들던 PC 시장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작년에 비해 감소 폭이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감소 폭이 줄어든 이유는 바로 게이밍 PC 시장의 성장. 게이밍 PC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것이 바로 '오버 워치'를 비롯한 신규 인기 게임들이었고, 엔비디아에서 출시한 지포스 GTX 10 시리즈 그래픽 프로세서다. 가상 현실을 제대로 지원할 뿐만 아니라 이전 제품보다 1.5배 정도 성능이 향상되고, 가격도 싼 것은 10만 원대부터 있기 때문에 올해 큰 인기를 모았다. 당분간 게이밍 PC의 표준 스펙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3-1. 2016 최고의 PC : MS 서피스 스튜디오
많고 많은 게이밍용 PC와 노트북이 있었다. 오랜만에 신제품이 출시된 애플 맥북 프로도 있었다. MS 서피스 스튜디오는 이런 제품들을 제치고 올해 최고의 PC로 선정되었다. 일반인들을 위한 PC라기보다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PC 지만, 현재 PC 시장의 주 고객이 게이머와 전문가인 것을 감안하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28인치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PC 자체가 20도 각도, 그러니까 제도판과 같은 형태로 눕는다.
노트북 쪽은 지포스 10 시리즈 GPU를 탑재한 게이밍 노트북을 제외하면 델의 XPS 13, MS의 서피스 북, LG 그램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대부분 리프레시 제품인데다 다른 혁신적인 변화가 없어서 딱히 뽑을 만한 제품은 없었다.
여러 매체에서 가장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구글 홈 vs 아마존 에코의 대결이었다. 일단 디자인이 더 좋고 더 저렴하며, 더 똑똑하다는 점에서 구글 홈이 뽑혔다. 다만 다양한 서드 파티의 지원을 받는 것은 아마존 에코의 장점이다.
매빅 프로는 정말 멋진 드론이다. 접으면 A4 용지 크기로 작아지지만, 이렇게 작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가 있다. 최대 7km 거리까지 날아다니며, 사용 방법이 쉬운 것도 장점이다. 비행시간은 상대적으로 긴 27분.
5-1. 2016 최악의 드론 : 고 프로 카르마
DJI 매빅 프로 바로 전에 나오면서, 새로운 드론 세대를 열 것으로 기대받았던 제품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배터리 문제가 발생하면서 출시 16일 만에 전량 리콜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
인공지능 가전제품들과 마찬가지로, 가상현실 기기들도 경쟁이 치열했던 분야다. HTC 바이브와 소니 PS VR이 최고의 자리를 놓고 다퉜다. 일단은 PS VR의 승리. PS4 게임기용으로 출시된 VR 헤드셋으로, 별도의 PC를 갖추지 않아도 게임기만 있다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PS4 역시 최근 전 세계에 5천만 대 이상 판매되었다고 밝힌 만큼, 내년 가상 현실 시장을 견인할 제품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내년에는 데이드림 vs PS VR vs HTC 바이브 vs 기어 VR2 vs 오큘러스의 본격적인 대결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 밖에 최고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았던 제품이 있다. 먼저 공중 부양 전구 플라이트(Flyte)다. 전원 공급도 무선으로 받는다.
그 밖에 자동으로 끈을 묶어주는 운동화 ‘나이키 하이퍼 어댑트’도 올해 출시되었고, 베젤리스 스마트폰 형태를 제시한 샤오미 ‘미믹스’도 많은 주목을 끌었다. 다른 제품들처럼 시장을 견인하거나 그러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나올 미래 제품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 해를 결산하다 보면 많은 것들이 보인다. 일단 뽑힌 제품들 가운데 우열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재미 삼아 읽어준다면 좋겠다. 모두에겐 각자의 최고/최악의 제품이 있으니까. 올해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 최고의 제품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그런 것을 한번 생각해보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올해 최고의 제품으로 선정한 것들 가운데 한국에서 사기 편한 것은 별로 없다. 시대는 포스트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모바일 시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아니, 아직 모바일 시대도 제대로 정착하지 않았으려나?
개인적인 2016 최고/최악의 제품 리스트는 다른 글로 따로 적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