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그니 Dec 17. 2016

노트북을 빌려서 게임만 했던 사연

게이밍 노트북 ASUS ROG G752VM

지금까지 게이밍 노트북을 2대 정도 써왔다. 물론 나보다는 게임을 좋아하는 동생이 쓰던 것이고, 둘 다 ASUS 제품이었다. 좋긴 한데, 평가는 '게임이 그래도 돌아가는' 노트북 정도랄까. 이번에 리뷰용 ASUS ROG G752VM 노트북을 전달받았을 때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냥 게임이 좀 잘 돌아갈 뿐이겠지, 그뿐이겠지...


맞다. 노트북 게임 성능을 좀 우습게 보고 있었던 것 맞다. 아무리 그래도 데스크톱 PC를 따라가지는 못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물론 게임이 잘 돌아가면 좋은 노트북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노트북. 아무리 크고 무겁다고 한들, 노트북은 노트북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 편견은 이번에, 완전히 부서졌다.

ASUS rog G752VM


에이수스 로그 G752는 일단 크다. 크고 무겁다. 17인치 디스플레이(풀HD 해상도)를 갖추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무게는 4kg이 넘는다. 스카이레이크 i7 7600HQ CPU와 지포스 GTX 1060 GPU를 탑재하고 있으며, 램 16GB에 128GB의 SSD와 1TB 하드 디스크가 달려 있다. 

디자인 역시, 들고 다닐 물건은 아니지만, 흔히 말하는 포르쉐 디자인이 생각나는 모습이다. 흑철 색 보디에 빨간 불빛이 들어오는. 심지어 키보드 백라이트까지 붉은색으로 들어온다. 같은 디자인의 마우스도 함께 딸려오고, 들고 다닐 물건은 아니지만, 혹시 모르니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도 함께 온다.


게임하다 말고 퍼뜩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찍은 사진


128SSD보다는 1TB 드라이브에 게임 설치를 하길 권한다. DVD도 딸려 있다.


기본적인 부분은 평범하다. 나름 괜찮은 키보드가 있고, 발열도 별로 없고, 게이밍 노트북 특성상 무소음...으로 있었던 적이 없어서 팬 돌아가는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 했다. 배터리는 아예 테스트해 볼 엄두도 못 냈고... 게임을 지원하는 전용 소프트웨어도 있는데, 실 사용 시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적은 없다. 

사실 이 정도 사양이면 뭘 해도 된다. 뭘 해도 되긴 하는데, 아무튼 일단 받았으니, 3D 마크 테스트부터 돌려봤다. 으응? 점수가 나름 훌륭하다?


그래픽스 스코어 11958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막상 게임을 하려고 보니, 깔려진 게임이 없다. 걱정은 안 했다. 나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스팀에 게임을 백여 개 쌓아놓고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스팀을 깔고, 뭘 해볼까 고민하다가 일단 '크라이시스 코어2'를 골랐다. 1이 워낙 발적화...되어 있는 게임이라 사놓고 한 번도 제대로 돌려본 기억이 없어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출시된 지 상당히 오래된 게임(2011)이란 것은 알지만, 모든 옵션을 울트라-로 놓고 돌렸는데도 60프레임 이상을 뽑아준다. 마치 콘솔 게임기를 돌린 마냥, 게임이 부드럽게 돌아간다. 게임이 잘 돌아가니 게임하는 것이 즐겁다. 키보드와 마우스로 하다가 조이패드를 붙였다. 

... 정신 차리고 보니 2시간이 지나가고 없었다. 그때부터 슬슬, 이 노트북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다음엔 테스트를 위해서, '오버 워치'를 구입할 예정이었다. 생각해보니, 이 노트북 돌려주고 나면 할 수 있는 성능의 컴퓨터가 우리 집에 없다. 솔직히 오버워치에 손댔다가 일할 시간도 없을까 봐 두려웠다. 백만 년 전 여친과 헤어지면서 'WOW'를 접을 수 있었던 것을, 구여친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나다.

대신 원래 좋아하는 게임인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을 다시 설치했다. 그냥 습관적으로 설치하는 게임 중 하나인데, 예전에 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돌아간다. 아아, 이거 이렇게 부드러운 게임이었구나... 처음 알았다. 그리고 정신 차려 보니 또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예전에 포스팅이 며칠 동안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노트북 때문이었다. 




그렇게 게임을 하다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부터 게임하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동생을 불렀다. 소싯적에, 다른 사람에게 들은 풍문에 따르면, 모 클랜의 클랜짱을 맡으면서 세계 챔피언까지 먹었던 남자다. 동생 보고 한번 해보라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깔고 조이패드를 빼서 던진다 -_-;. 자기는 마우스 + 키보드가 더 좋다면서. 

그렇게 한나절을 게임하더니, 이렇게 한마디 한다.

"이거 얼마야? 좀 싸게 살 수 있는 방법 없어?"


...있을 리가 없잖아.



아무튼 그렇게 며칠 게임을 하다, 봉인하고 바로 회사에 돌려줬다. 이건 리뷰가 문제가 아니다. 이 노트북, 굉장히 위험한 물건이었다. 자꾸 게임만 하고 있으니 일을 못한다. 나도 다 큰 어른이라 일을 해야 먹고사는데, 이 노트북이 있다가는 먹고사는 일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았다. 다시 한번 나 자신이 유혹에 굉장히 약한 타입이란 것을 깨달았다.

간단히 말해 이 노트북, 아수스 로그 G752는... 크고, 무겁고, (아주) 비싸지만, 좋은 녀석이다. 이렇게 쾌적하게 PC 게임을 플레이해 본 기억이 없다. 집에 데스크톱 PC를 놓는 것이 부담되지만 게임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눈독 들일 수밖에 없는 녀석이다. 정말 생각 이상이었다. 지포스가 그래픽 카드에 뭔 짓을 한걸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게임을 좋아한다면, 한번 큰마음 먹고 질러도 좋겠다. 하지만 내겐 너무 위험하다.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택을 신중하게 고민해 보길 권하고 싶다. 참고로 VR 레디 제품이고, 내장 하드 디스크는 분해해서 다른 제품으로 쉽게 교체할 수 있다고 한다. 빈약한 AS 망은 언제나 걸림돌. 


매거진의 이전글 올해 최고의 디지털 기기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