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출시 이전의 휴대폰 시장과 닮은 올해
2017년 세계를 뒤흔들 IT 트렌드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간단히 정리해도 엄청나게 많다. 인공 지능을 비롯해 ICBM이라 불리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에다 로봇, 커넥티드가, 5G 인터넷에 가상현실까지. 지금 IT 산업은 포스트 모바일 시대를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이렇게 된다.
옛 것은 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미친 듯이 질주하는 이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거든...
웹 2.0을 기억하는가? 아마 다들 가물가물할 것이다. 한때 새로운 종류의 인터넷을 의미한다며 떠들어댔지만, 결국 홍보용 문구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엔 4차 산업 혁명이 온다고 난리다. 미국에 있는 한 교수는 '그게 무슨 소리?'라고 했다지만, 아무튼 다들 4차 산업 혁명을 떠들고 있다.
물론 홍보를 위한 말장난이다. 우리는 여전히 1차 산업 혁명 이후 세계에 살고 있으며, 진짜 혁명의 힘은 산업을 확장 시키는 것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세계가 바뀐다. 산업 혁명을 증기 기관이 도입되었다- 정도로 이해하는 것은 정말 씁쓸한 일이다.
하지만 뭔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노린 변화가 진행 중인 것은 맞다. 세계는 옛날부터 조금씩,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이뤄지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한마디로 자동화된 세상이라고 해야 하나. 기계 노예의 꿈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더 싸게 무엇인가를 생산해 더 빠르게 팔고 싶은 욕망이 세상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건 장기 저성장 국면을 맞은 세계가 어떻게든 계속 성장해 보려는 몸부림이라고 해도 좋다. 문제는 그 몸부림의 끝이 어디에 닿게 될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점이겠지만.
올 한해 전 세계가 신기술의 테스트 베드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다.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의 휴대폰 시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좋다.
어떤 기술이 테스트될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는 1년 내내 인공 지능을 비롯해 사물 인터넷, 스마트카, 가상현실, 5세대 인터넷, 가정용 로봇 등등의 소식을 듣게 될 거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듣게 될 소식은 역시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이다.
일단 가상현실 기기들은 확실하게 우리 근처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미 꽤 많은 투자가 이뤄진 상태니, 어쩔 수 없다. 당장 개개인이 하나씩 구입해서 즐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선 가상 현실은 게임기기를 대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VR 방이나 VR 테마파크 형태로 먼저 만나게 될 것이란 말이다.
핵심은 킬러 콘텐츠다. PC 방으로 따지면 스타 크래프트 같은 게임이다. 일단 VR 방을 통해 기기를 보급하고, 소비자들이 ‘아, 이것은 집에서도 즐기고 싶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면 예상보다 빨리 보급이 이뤄질 것이다. 아니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긍정적인 소식은, 작년 말 일본에서 시작된 가상현실 영상 배급 서비스의 반응이 좋다는 것, PS VR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소식은, 최근 중국 쪽에서는 가상현실 관련 스타트업들이 많이 망했다는 것, 하드웨어 쪽으로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서 부품 수급이 좀 어렵다는 사실이다.
아무튼 올해, 확실히 많이 만나보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인공 지능 역시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트렌드다. 하지만 작년과는 조금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작년은, 충격적이긴 했지만 막상 쓰려면 이걸 어디에 써야 하지? 하는 느낌의 인공지능 소식들이 많았다. 바둑에서 이긴다거나 미술 작품을 그린다거나 하는 것은, 보기에는 충격적이어도 막상 어디에 쓰지?라고 물으면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는 홍보용 이벤트였다고 해도 좋다.
올해 인공 지능은 보다 실용적인 형태로 만나보게 될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음성 인식 도우미=스마트 가전이 있다. 구글 픽셀이나 아마존 알렉사 같은 경우가 이 음성 인식 인공 지능 도우미의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로,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인공 지능 서비스를 탑재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홈 기기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100% 다.
100%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기본적인 개발이 작년에 다 끝났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아직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업들의 기술 개발은 조금 더딘 상태에 있고, 인공 지능이 제대로 한국어를 인식하는 날이 언제가 될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인공 지능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도 더욱 많이 만나보게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챗봇 같은 것이 있다. 채팅을 통해서 자동으로 질문에 대답을 하거나, 예약을 한다거나, 언어 공부를 한다거나 하는 서비스는 조만간 본격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다른 한편으론 금융 투자 같은 부분에서도, 인공지능 어드바이저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가정용 로봇도 많이 보급될까? 아쉽지만 가정용 로봇은 당분간 상업용 -_- 로봇으로 더 많이 사용될 전망이다. 집 안보다는 전자 상가나 상점에서 더 많이 볼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것도 미국이나 일본 한정으로 그렇다. 한국은...-_-;
로봇을 이용한 생산 공장의 자동화, 일명 스마트 공장은 이미 굉장히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된 트렌드라면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코-로봇 등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 차이일까.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숫자는 상당히 빨리 줄어들게 될 것이다.
자율 주행 자동차도 로봇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굉장히 많은 콘셉트 카들이 선보이겠지만, 이런 자동차가 당장 판매되어서 도로 위를 굴러다닐 가능성은 아직 없다. 자동차는 교통 인프라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날 하루아침에 바뀌고 이러질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테스트는 꽤 많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런 테스트와 함께 새로운 운송 수단으로 넘어가기 위한 전단계로, 올해부터 전기차는 확실히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제주도는 예전부터 전기차 보급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5월부터 전기차 렌터카 셰어링 서비스도 실시되는 만큼, 제주도에 여행 가는 사람들은 전기차를 한 번쯤 운전하고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몇 년은 정말, 전 세계가 일종의 테스트 베드다-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이것저것 많은 실험들이 이뤄질 테니까. 스마트폰 같은 경우엔 밴더블, 그러니까 접는 스마트폰에 대해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지만, 당장 상용화가 이뤄지긴 어렵다. 하지만 아이폰 10주년이 올해인 만큼, 뭔가 멋진 변화가 일어나길 (근거 없이) 기대하고 있기는 하다.
그 밖에 5세대 인터넷이나, 사물인터넷 플랫폼,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인 미디어를 비롯해 재생 에너지, 우주 개발, 교통, 교육, 의료 같은 사회 인프라를 재구성하는 실험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또 새로운 시대를 책임질 무엇인가가 등장할 것도 같고.
하지만 잊지 말자. 당장 2 년 전에 많이 이야기됐던 O2O 서비스나 핀테크, 웨어러블 디바이스 같은 경우에도 막상 현실에 적용되기 시작하니까 얼마나 많은 허들에 부딪혀야 했는지를. 여러 가지 규제에 가로막히기도 하고, 사람들이 굳이 써야 할 이유를 찾기 못한 적도 있었고, 투자만 받고 도망간 먹튀 기업들도 있었다.
농담 삼아 꿈은 깨지라고 있는 거다-라고 항상 말하지만, 그건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실험이, 멈추지는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