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삶

대만의 하이브리드 종교

by 김나물

딸과 여행을 하던 중에 하루는 밤거리를 산책 삼아 걸어 다녔다. 말도 안 통하는 타국에서 여자 둘이 늦은 시간에 동네를 돌아다니다니. 혹시라도 해코지하는 누군가를 만날까 봐. 문득문득 뒷골이 싸늘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금세 보이는 제단을 보며 안심을 한다. 우스개 소리로 농담도 했다. 이렇게 골목 곳곳에 제단이 있는데 그 옆에서 삥 뜯기는 힘들지 않겠냐. 마치 동네 지구대 옆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참고로 나는 무교다.


어느 날 토요일 딸과 나는 어김없이 정처 없이 아침 산책을 나갔다. 우리는 아침을 해결한 후 목적 없이 거리를 돌아다녔다. 뜻하지 않게 만난 토요일 아침 절은 북적북적했다. 신자들과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좇듯 우리도 정신이 홀려 따라갔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탈을 쓴 젊은 남자 신자들은 여느 청년들처럼 웃으며 브이자를 그려줬다. 흥이 장난이 아니네. 전문 신자야, 뭐야? 옆에 있던 엄마대로 보이는 분이 아이들을 챙기는 걸 보니, 아직 어린 친구들인가 보다. 아직까지도 무슨 축제였는지는 모르지만, 이들은 더 큰 장소로 가려는지 큰 트럭까지 이동한 후, 그곳에서 자신들의 물건들을 싣기 시작했다. 싣는 와중에 무당으로 보이는 여성이 기도를 하는지, 신내림을 받는지 잠깐 정신을 잃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것도 길거리 한복판에서. 정확히는 도로였다. 어디 종교행사나 가야 볼만한 것들이 거리로 나와서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더욱이 신기했던 것은 어느 토요일 오후 맥도널드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나오던 때였다. 나오는 길에 탁자 하나가 놓여있어서 무슨 일인가 둘러봤다. 맥도널드 앞에 노점이라...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제단이다.


자본주의 최대의 상징인 맥도널드 앞에 맥도널드 잔을 이용해 제단이 세워져 있는 걸 보니 기묘한 아이러니함이 느껴진다. 아직까지는 자주 가던 스타벅스 앞에서는 보지 못했다.



대만은 종교가 사람들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나라이다. 한 길 건너, 골목 곳곳에 제단이 있다. 일본에 여행을 갈 때도 동네 곳곳에 신사들이 있어서 산책 삼아 신사를 가기도 했다. 일본 사람들 역시 늦은 저녁에 공원 산책 오듯 신사에 앉아있다가 가는 것을 본 적도 있다. 하지만 대만처럼 이렇게 동네 곳곳에 한 길 건너, 골목 구석구석에 사원들이 있는 것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길을 가던 어떤 여성분은 바쁘게 길을 걸어가다가도, 아주 빠르게 신사를 향해 인사하는 걸 놓치지 않고 지나간다. 담배까지도 제단에 바친다. 인간이 신이 되는 도교의 영향이 있나 보다.


지난여름워크숍에서 만난 대만 대학생이 종교적 삶에 대한 주제로 연구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종교 노동에 동원되는 신자들에 관한 연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비단 종교 행사뿐만 아니라 이 많은 신당들이 운영되려면 그것을 운영하는 신자들의 무급 노동이 필요할 터다. 그리고 그런 종교적 노동은 단순히 노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종교가 이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밖에 없겠다. 여러 종교가 공존을 넘어, 하이브리드 되어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모양새가 나에게는 마냥 신기했고, 그런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던 대만 학생이 떠오른다.


하긴 어찌 보면 날 서서 경계를 짓는다는 게 그리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인간에서 승격해 신이 된 자에게 평소 좋아하는 담배도 피워 받치니. 종교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이 더 신기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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