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이찌엔, 타이완

대만 한달살이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이별 의식

by 김나물

대만에서의 한 달 살이가 드디어 끝이 났다. 오늘은 그 마지막 날이다. 처음 딸과 떨어져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을까 걱정했던 때가 있었다. 이 감옥 같은 방에서 과연 내가 혼자 긴 시간들을 버틸 수 있을까. '나는 왜 돈을 더 많이 벌어서 해변가 호텔이나, 멋진 야경의 호텔 방을 잡지 못했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시장 한번 갈려고 하면 치이는 오토바이에, 차에... 걸어 다니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한국 돌아갈 시간이 며칠 남았나 손가락으로 하루하루를 셌다. 아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내일이 오는구나, 그러다 보면 한국에 가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감옥 같던 방이었는데, '나름 혼자 지내기 딱 적당한 사이즈네'란 생각이 들더니, 돈을 더 많이 벌어도 여기에 머물러 오지 않았을까란 생각에 이르렀다. 시장 가는 조용한 뒷골목을 발견하고 나서는 시장 가는 일이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어눌한 중국어로 매번 아이스아메리카를 주문했던 카페에서는 내가 입을 떼자마자 '어 이미 알고 있었어'라는 듯이 주문을 재빠르게 받아준다. 어느 단골 식당 직원과는 별 말을 나누지 않아도 알지? 알아! 하는 눈빛 교환을 한다. 나름의 루틴이 생기더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빠르게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다가온 한달살이의 마지막 날. 어제부터 나는 혼자만의 이별 의식을 치르고 있다. 특별할 건 없다. 매일 가던 식당에 가서, 좋아하는 메뉴의 음식을 시킨다. 그리고 나오면서 그저 마음속으로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넨다. 이런 아쉬움을 담은 인사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맘껏 애정을 실어서 인사를 해줄텐데 말이다. 혼자 걷던 산책로에 다시 한번 가 벤치에서 시간을 한참 보내며, 풍경을 눈에 담았다. 배불러서 더는 못 먹겠는데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들러 음료도 시켰다. 인사말을 대신해서. 이게 나의 이별 의식이다.


그런데 문득 이별해야 할 리스트들이 마구 떠오른다. 볶음밥이 엄청 맛있었던 노포도, 돼지고기볶음밥 식당도, 친절하게 나를 맞이해 주던 시바견을 키우던 식당도, 바디랭귀지로 당황함을 표현했던 세탁소 사장님도, 브런치 식당의 시원한 홍차 한잔도, 좌회전을 못해 혼난 자전거 타기도...


혼자만의 이별 의식이 너무 거창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을 내려놓기로 한다. 버리고 떠나자. 짜이찌엔 타이완, 짜이찌엔 타이난.


그동안 나의 한달살이를 함께 해줘서 고마웠다. 덕분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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