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느끼다
어떤 차원의 기억들은 잊혀지는 편이 좋다. 찌질하게 매달렸던 과거 연인에 대한 기억이라든가, 술 먹고 보인 추태라든가 하는 것들은 말이다. 하지만 결코 잊히지 않아야 할 것들도 있다. 이 책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잊고 싶어 하는, 어쩌면 당사자들도 잊고 싶어 할지 모르는 슬픈 기억을 2년 만에 끄집어 올린다. 세월호. 여전히 바다에 잠긴 그 배를,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으로 침몰한 기억을 끌어올린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굳이 그러고 싶어 하지 않을 거다. 세월호가 아니어도 이미 충분히 세상은 피곤하니까. 간직해봐야 좋을 것 없는 기억들은 그거 말고도 넘쳐나니까. 그래서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싶어 하지 않을 거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을 읽었다. 600쪽이 넘는 꽤 많은 분량 때문이 아니더라도, 쉬이 읽히지 않았다. 책의 뒷부분에 쓰여있듯 "읽는 동안 덮어버리고, 집어던지고, 찢어버리고 싶은 순간이 수시로 찾아왔"다. 다행히 그런 순간에도 잠시 덮었을지언정 책을 던지거나 찢지는 않았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독후감(讀後感)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 (결코 쉽지 않았을)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기록에 근거한 사실들로 촘촘히 엮은 텍스트 덕에 세월호 사건 전반을 조금 더 상세히 알게 되었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바로 '안다'는 지점, 이 지점이 이 책의 존재 목적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유가족들을 비롯한 직, 간접적 피해자들의 세월호에 대한 기조는 '잊지 말아 달라.'였다. 하지만 서두에도 말했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어간다. 잊고 싶어서 잊는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잊는다. 그게 사람이니까. 그래서 세월호와 관련된 이슈에 '질린다'거나, '정도가 심하다'는 반응이 왕왕 등장하고, 이런 반응들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고백하자면 나도 그런 과정에서 결코 떳떳한 사람은 아니다. 질리지 않았을지언정 관심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다'라는 지점이 중요하다. 잘 알지 못했기에(정확히는 잘 알고 싶지 않았기에)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잊지 말아 달라."고 말하면, 쉽게 질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물론 앞서 밝혔듯 선뜻 손대기 쉬운 책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피곤한 요즘 사람들에게 극심한 감정 소모를 요구하는 책인지라, 큰 인내심을 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안다면 굳이 기억해달라 부탁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기억하게 될 테니까. 바쁜 일상에 휘둘리며 기억의 우선순위에서는 많이 밀려나겠지만 꽃피는 봄이 오면, 가끔 노란색을 마주하면 무언가 떠오를 테니 말이다. 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