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휴직일기

휴직일기 prologue

휴직 시작을 기념하여

by 잘코사니
휴직의 이유 1번과 2번

남편 육아휴직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여전히 남자들의 육아휴직은 쉽지 않다. 당장 벌이가 줄고, 복귀 후의 안정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익숙하지 않은 육아와 가사노동은 어떤 면에서는 출퇴근하는 일상보다 더 힘들 것이 분명하고, 그로 인한 갈등이 생길 여지도 다분하다. 휴직이 쉽지 않은 이유는 많지만, 그럼에도 휴직을 결정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이유도 단순 명료하다.


아내와 함께 날마다 도은이가 자라는 모습을 목도할 시간은 앞으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5월 1일 자로 시작하는 휴직계를 제출하니, 올해 부여된 연차를 소진하라고 해 이미 2주 전부터 회사를 나가지 않고 있다. 이미 휴직이 시작된 기분이지만 정확히는 휴가기간이었던 2주 사이에 생긴 이런저런 일들과 그로 인한 생각들을 기록해둔다.

- 생각보다 회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 내가 없으면 금방이라도 큰일이 날 것 같은데, 별로 그렇지 않은가 보다. 하긴, 사람 하나 없다고 일이 생기면 그건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회사가 문제일 것이다.

-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휴일이다. 심지어 일요일이다. 그런데 이 날부터 휴직계를 냈다. 5월부터 바로 휴직해버릴 테다, 하는 마음이 너무 강렬하여 달력도 제대로 보지 않고 휴직계를 던져버렸던 내 탓이지만, 괜히 하루를 손해 본 기분이라 울적했는데 다행히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러기엔 출근을 하지 않는 아침잠이 너무 달콤했다.

- 도은이가 갑작스럽게 어린이집에 가게 생겼다. 대기로 걸어두었지만 순서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공립어린이집에서 5월부터 입소가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아내와 하루 정도 고민 끝에 보내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도은이가 요즘 들어 부쩍 또래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이(라고 아내가 그랬)다. 조금 갑작스러워서 바로 보내지는 못할 것 같지만, 어찌 됐든 입소를 확정 지었다.

- 아내가 도은이 출생 이후(20년 8월) 거의 날마다 쓰던 일기를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 아내가 결혼기념일 선물로 받고 싶다고 해서 만들었는데, 무려 200장에 육박하는 책을 받아보고 나도 기록을 좀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열심히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 이 글을 끼적이는 동기가 되었다.


휴직일기라는 이름으로 (날마다 까지는 자신이 없으니) 되는대로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그 생각을 하고 실로 오랜만에 브런치 어플을 켰더니, 쓰다 멈춰진, 내 특기인 용두사미의 흔적들이 보인다. 이 육아일기의 미래가 보이는 것도 같지만, 마음을 다잡아 본다.


여하간에, 휴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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