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기다릴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론 꽤 부자라고 생각했다.
미래를 상상하고,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내 안의 힘이라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하나둘, 거절의 순간들이 쌓였다.
애써 붙들던 자존감이라는 말조차
마음의 벽 위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괜찮아, 넌 소중해.” 그렇게 다독이던 문장이
내 안의 상처 앞에서는 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절망이라는 늪이,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내 다리를 잡아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마저
모래처럼 흩어지는 기분.
그때, 다정한 나의 친구가 조용히 말해주었다.
“끝난 것과, 기다리는 것은 달라.”
그 말 한마디에
숨죽였던 마음이 스르르 울었다.
지금 이 순간은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라고—
기다림의 자리엔 여전히 가능성이 숨 쉬고 있다고—
그 말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너의 속도는 괜찮은 거야.”
나는 자꾸 빠른 속도로 생각하고,
빠른 결과를 기대하고,
느려진 내 걸음에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내 속도보다 반 박자 느리게,
천천히 나를 치유하고 있었다.
이제 나는
다시 내 마음을 조심스럽게 안아본다.
달래듯, 어르듯,
상처받은 내 마음을 두 손으로 감싸 안는다.
무언가를 붙잡으려 애쓰는 대신,
흘러가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며
이 말만 남긴다.
“이제 조금 쉬어도 괜찮아.
기다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나는 지금도 잘 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