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이제 다 내려놓아야지

by 엠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기다릴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론 꽤 부자라고 생각했다.

미래를 상상하고,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내 안의 힘이라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하나둘, 거절의 순간들이 쌓였다.

애써 붙들던 자존감이라는 말조차

마음의 벽 위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괜찮아, 넌 소중해.” 그렇게 다독이던 문장이

내 안의 상처 앞에서는 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절망이라는 늪이,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내 다리를 잡아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마저

모래처럼 흩어지는 기분.

그때, 다정한 나의 친구가 조용히 말해주었다.

“끝난 것과, 기다리는 것은 달라.”

그 말 한마디에

숨죽였던 마음이 스르르 울었다.

지금 이 순간은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라고—

기다림의 자리엔 여전히 가능성이 숨 쉬고 있다고—

그 말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너의 속도는 괜찮은 거야.”

나는 자꾸 빠른 속도로 생각하고,

빠른 결과를 기대하고,

느려진 내 걸음에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내 속도보다 반 박자 느리게,

천천히 나를 치유하고 있었다.

이제 나는

다시 내 마음을 조심스럽게 안아본다.

달래듯, 어르듯,

상처받은 내 마음을 두 손으로 감싸 안는다.

무언가를 붙잡으려 애쓰는 대신,

흘러가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며

이 말만 남긴다.

“이제 조금 쉬어도 괜찮아.

기다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나는 지금도 잘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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