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훅 하고 사라지다

by 엠마

얼마 전까지 가슴에 가득 차 있던 감정이

어느 순간, 훅 하고 빠져나갔다.

놀라울 만큼 갑작스럽고, 또 시원한 순간이었다.

뭐가 그렇게 아쉬워서

그토록 꽉 쥐고 있었을까?

이제 와 돌아보면

그건 애정이라기보다,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집착이었던 것 같다.

집착이 시작되면,

정견(正見)—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눈이 흐려진다.

보이고 싶은 대로만 보게 되고,

결국은 나 자신까지 왜곡하게 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이해와 방관의 감정은

의외로 굉장히 개운하다.

마치 꽉 끼던 신발을 벗어버린 것처럼,

답답했던 마음의 문이 확 열리는 기분이다.

생각이 생각을 부르고,

그 생각이 또 다른 감정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언제부턴가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을 잠시 놓아보니

그 안에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숨어 있었다.

비워내야 보인다.

놓아야 비로소 내 안에 여백이 생긴다.

그리고 그 여백 안에서

나는 처음으로,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숨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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