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 흘러가는 인연을 받아들인다는 것

by 엠마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말이 있다.

인연에는 반드시 때가 있으며,

그때가 도래해야 비로소 맺어진다는 의미다.


이 말은 우리에게

인연의 시작과 끝조차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지혜를 알려준다.


불교의 인과응보설에 따르면,

아무리 애써도 때가 아니면 일이 일어나지 않고,

반대로 아무리 막아보려 해도

때가 맞으면 인연은 일어나고 만다.


그런가 하면,

마음이 잘 맞아 함께 웃던 사람과도

어느 순간부터 어긋나는 일이 잦아진다면

그건 어쩌면 ‘인연의 시기가 다한 것’ 일지도 모른다.


이별은 언제나 아쉽다.

때로는 억울하고,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나 또한 그런 감정을 숱하게 겪어왔다.


하지만 마음 깊이 파인 웅덩이엔

물이 고이고, 오래되면 썩듯이

집착 역시 마음에 고이면 상처가 된다.


결국 붙잡는 것도, 놓아주는 것도

내 마음이다.


인연을 애써 만들거나 억지로 이어가려 할 때

우리는 종종 고통에 빠진다.

그러므로 가장 지혜로운 태도는

‘때를 아는 것’,

그리고 **‘흘러가도록 놓아주는 것’**이다.


시절인연을 받아들이는 삶은

내게 주어진 ‘지금 여기’에 집중하게 한다.

떠나는 인연을 억지로 붙잡지 않고,

다가오는 인연을 억지로 밀어내지도 않으며

그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허용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

인간은 원래부터 혼자였고,

그렇기에 어떤 인연도

내 삶을 온전히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그러니 떠나는 이에게

감사와 축복을,

다가오는 이에게

온기와 여백을.


나와 맺는 인연에는

한결같은 자비를.


그렇게 오늘도

나는 또 하나의 인연을 조용히 보내고,

다음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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