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나를 구했다.

by 엠마

예술은 나를 구했다

상담 현장에서 미술치료를 시작하면 내담자들은 흔히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저 그림 못 그리는데요…”

그 말 속엔 부담과 두려움이 가득 담겨 있다.

돌이켜보면 나도 처음엔 그랬다.

자신 없는 분야라 망설여졌고,

하얀 종이 위에 선 하나를 그리는 것조차

어쩐지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붓을 들고 선을 긋고 색을 칠하자

하얀 종이 위의 선과 색들이

마치 생명을 가진 듯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느낀 놀라움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나는 그저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거울을 보듯 깊숙이 갇혀 있던 내 마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렇게 나는 미술이라는 예술 작업과 만났다.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마음이 부서진 날들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며

나를 지켜나갔다.

처음엔 그것들이 나를 구해줄 거라 믿지 않았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숨이 막히지 않기 위해서

작은 종이 위에 마음을 쏟아냈다.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다.

그렇게 적어낸 단어들이,

흘려보낸 색들이,

내 안의 어둠을 조금씩 걷어내고 있다는 것을.

예술은 나를 위로하지 않았다.

대신 나에게 묻고 또 묻게 했다.

“지금의 너는 어떤 색을 입고 있니?”

“그 고통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니?”

나는 그 물음에 답하려 애쓰는 사이

조금씩 나를 돌보는 법을 배웠다.

나를 미워하지 않는 법,

나를 다그치지 않는 법,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법까지.

예술은 나를 구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다른 이의 삶에도 작은 등불이 되어주길 바라며

오늘도 다시 붓을 들고,

단어를 적고,

가만히 호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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