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의 자비명상 미술치료

“행복이 있는 곳”

by 엠마


로버트는 두 명의 아이를 한국에서 입양해서 키우고 있었다. 그중 애니는 겨우 두 살 반이었을 때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중학생이 된 애니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부모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로버트 집에 머무는 동안 신세를 진 것도 있고, 애니가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려 자비명상 미술치료를 제안했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기에 번역기를 활용해 명상에 대해 설명하고, 내가 가이드를 어떻게 진행할지를 간단히 알려주었다.


음악을 틀고 깊은 호흡을 유도하며 명상은 시작되었다. 예상보다 애니는 잘 따라왔다. 내가 “릴랙스”, “컴 다운” 등의 간단한 영어 표현을 섞어 가이드를 하자 그녀의 표정이 점차 부드러워졌고, 명상이 끝난 후 “편안했다”는 말을 꺼냈다.


다음은 미술치료 시간이었다. 준비해 간 종이와 재료를 꺼내 들고 “서 있는 사람을 그려보자”라고 말했다. 애니는 망설임 없이 지지대 선만 길게 그은 뒤, 그 위에 아주 작고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 하나를 그렸다.


나는 조심스레 질문했다.

“이 아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기분일까?”


애니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이렇게 적어내려 갔다.

“나는 지금 외로워. 모두가 나를 빼놓고 놀까 봐 두려워.”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이 그림에 무언가를 더해도 될까?”

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가 외롭다고 느꼈던 아이 주변에 가족이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그림을 조심스레 더해주었다.


“이 그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느껴져?”

애니는 그림을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다리 길이가 내가 짧아 보여. 다른 사람들보다 작아.”


나는 “그럼 너도 바꿔볼래?” 하고 물었다.

애니는 웃으며 자신의 다리를 다시 길게 그려 넣었다. 그렇게 가족과 함께 균형을 이룬 그림이 완성되었다.


마지막으로 제목을 지어보자고 하니, 애니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행복이 있는 곳.”


그녀의 그림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작고 조용한 애니의 그림 안에 피어난 ‘행복이 있는 곳’,

그곳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연결이 만들어낸 따뜻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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