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의 외로움 속에서 피어난 마음

by 엠마


사촌을 기다리기 위해 LA 한인회관 근처에 있는 갤러리아 타운을 찾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정말 미국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말, 한국 음식, 한국 사람으로 가득했다. 마치 한국의 한복판에 들어선 것 같았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니, 그곳을 채우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70~80대 어르신들.

홀로 식사를 하고 계신 한인 노인들의 얼굴에서는 낯선 땅에서의 세월, 그리고 짙은 외로움이 느껴졌다.


문득 경애 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여긴 70년대에 오면 70년대, 80년대에 오면 80년대에 멈춰 있는 곳 같아.”


그 말 그대로였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과거에 고정된 듯한 이 도시의 풍경은, 누군가의 꿈과 애씀이 박제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기에 다소 낡고 오래된 분위기였지만, 그 안에는 아마도 누군가의 간절함과 고군분투가 녹아 있었을 것이다.

조국을 떠나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

그 안에 담긴 외로움과 피로, 희망과 절망을 이 공간은 조용히 품고 있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첫발을 디딘 나는, 아직 이곳이 주는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어딘가 올드하고 정체된 듯한 이 도시의 느낌에 다소 실망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준비한 자비명상 미술치료가 이곳의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외로움은 말이 없고, 노년의 마음은 더 조용하다.

그들의 이야기되지 못한 기억과 감정, 그 속에 피어나는 침묵을 자비롭게 껴안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이방인도, 어르신도, 젊은 세대도 조금은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


낯선 이국 땅에서 만난 내민 얼굴들.

그 얼굴 속의 삶을 읽으며, 자비명상 미술치료의 가능성은 이곳에서도 충분히 숨 쉬고 있음을 느꼈다.

매거진의 이전글애니의 자비명상 미술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