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명상 미술치료, LA에 첫발을 내딛다

by 엠마


드디어 기다리던 녹화 날이 밝았다.

혹시라도 약속 시간에 늦을까 일찍 서둘렀더니, 평소엔 멀쩡하던 다이슨까지 말썽을 부렸다. 애태우다 결국 대충 핀만 꽂고 문을 나섰다. 그런데 날씨는 왜 이렇게 뜨거운지… 9월 방송이라 챙겨 입은 검은 원피스에 복사열이 온몸을 달궜다.


“릴랙스, 릴랙스…”

호흡을 고르고, 들숨과 날숨 사이에서 긴장을 풀었다. 전날 머릿속에 정리해 둔 인터뷰 답변을 하나씩 꺼내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한인회 건물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작고 아담했다. 약속 시간보다 20분이나 일찍 도착해 가벼운 담소를 나눈 뒤, 곧바로 촬영이 시작됐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숨을 고르자, 신기하게도 답변이 술술 이어졌다.


몇 번은 다시 찍을 줄 알았는데, 감독이 “한 번에 오케이!”를 외쳤다. 너무 허무해서 “한 번 더 찍어야 하지 않겠냐”라고 묻자, “한 번에 끝난 사람은 처음”이라며 웃었다. 그렇게 인터뷰 녹화를 마치고 나오니 허무함과 함께 묘한 후련함이 찾아왔다.


하지만 곧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실습 시간을 20분으로 줄여 달라는 요청이었다. “20분이 넘어가면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아쉬웠지만, 편집이라는 숙제를 남겨두고 한인회를 나왔다.


“그래, 오늘은 그냥 즐기자.”

마중 나온 사촌 크리스와 함께 그의 집으로 향하며, 전날 보지 못해 아쉬웠던 그리피스 천문대에 들렀다. 그곳에서 제임스 딘의 흔적을 보고, 할리우드의 상징 로고를 눈에 담았다. 천문대 내부를 둘러보다 보니, 우주 속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한때는 이렇게 작은 내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결국 인간이 아무리 애써도, 우주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천문대를 내려와 화려한 할리우드 거리의 불빛을 받으며 크리스의 집으로 향했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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