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만남 — 사막을 지나 마음을 잇다

by 엠마


혼란과 불안으로 가득했던 공포의 밤을 뒤로하고,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기 위해 짐을 정리했다. 놀랍게도, 단 하루 만에 두려움은 추억이란 옷을 갈아입고 우리에게 웃음을 안겨주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불안도 지나고 나면 이야기감이 된다고. 이번 일이 꼭 그랬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총기가 허용된 사회, 그것이 주는 이점보다 인간 사이의 신뢰와 안전감이 무너지는 실(失)이 더 크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 혼란 속에서도 내 마음에 깊은 감사를 안겨준 이들이 있었다.

바로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사촌 미영 부부. 그들은 일부러 LA까지 내려와 우리를 마중해 주었다. 미영은 6살 때 이민을 간 후, 결혼 후 한국에서 단 한 번 만난 것을 제외하곤 연락이 끊긴 사촌 동생이었다. 그랬기에 이번 만남은 더더욱 뜻깊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새삼 와닿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길은 끝없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5시간 여정이었다. 이전에 크리스가 보여준 해변 도로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건조하고 황량한 대지 위를 달리며, 미국의 또 다른 얼굴을 본다.

중간에는 그 유명한 인 앤 아웃 버거도 들렀다. 햄버거 하나를 앞에 두고, 우리는 잊고 지낸 옛날이야기들을 꺼냈다. 낯설 법한 사막의 길도, 이야기를 나누며 달리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사실 이 여행은, 딸의 실수로 잘못된 티켓에서 시작된 여정이었다. 처음엔 그 일이 속상하고 걱정스러웠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소중한 인연들을 다시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지금은 오히려 감사함이 더 크다.


어쩌면 인생은, 그렇게 예기치 않은 길에서

진짜 소중한 만남을 선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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