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썼다.
처음엔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털어내듯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면 그게 생각이 되고,
생각은 나의 언어가 되었다.
그렇게 쓴 글이 어느덧 서른 편을 넘겼다.
누군가는 읽어주고, 누군가는 응답했다.
글을 쓰는 일이 혼잣말 같았는데, 어느새
내 이야기에 조용히 귀 기울여주는 동반자들이 생겼다.
돌이켜보면, 내 일상도 그리 나쁘지 않다.
크게 가진 것도 없고, 대단히 성취한 것도 없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마음을 나누는 지금은 충분하다.
예전에 어느 스님이 법문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고 살면, 걸릴 게 없습니다.”
그 말이 처음엔 무겁게 들렸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수도자의 삶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이라면 내일 죽음을 맞이해도 억울하지 않을 것 같다.
경솔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마음은 진심이다.
죽음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삶도 가벼워진다.
나는 얼마나 많은 것에 집착하며 살아왔던가.
무언가 되려고, 더 가지려고, 붙잡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솔직해지니 갈 것도 없고, 잡을 것도 없다.
그저 지금, 여기에서.
이 순간의 숨결과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단순한 충만함이, 지금의 나를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