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를 보고 선택했던 영화
제목도 그렇게 매력적이다 느끼지 못했고, 구혜선 감독이라 해서,
솔직히 크게 끌리는 영화는 아니었다.
주연에 '조승우'라는 이름이 떠 있는 걸 보고, 믿고 봐도 할만한 영화인가 보다 하며 그저 편하게 시작했던 영화인데, 내게 주는 울림이 생각보다 너무 커서 며칠째 영화의 잔상이 머릿속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조승우 배우는 이 영화에서 단지 얼굴로만 연기를 하게 된다.
조승우 배우를 보고 행동 하나 없이 얼굴 표정으로만 그 많은 감정을 끌어내는데, 그저 감동이었다.
이 영화의 설정 자체가 완전한 인간 형태의 사람의 뒷머리에 하나의 얼굴이 하나 더 붙어 있는
따라서, 한 몸에 얼굴이 둘 인, 인격이 둘인 샴쌍둥이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다.
조승우 배우는 뒷머리에 함께 하는 역할로 나온다.
처음에는 설정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아, '이건 뭐지' 하며 그저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영화를 시청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꺼이꺼이 하며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유아기의 상현이와 동현이가 복숭아나무를 향해 뛰어가는 장면의 연출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내용을 모르고 영화를 시작하는 나로서는 아이가 뛰어가는 실루엣이 멀어지면서도 나는 왠지 아이의 앞모습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뛰어오는 건가? 멀리 가는 건가?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영화를 보고 있는데,
영화 내용이 얼굴의 앞과, 뒤에 다 사람의 형태라는 것을 알고 나니, 그런 섬세한 작업까지 엄청난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혜선 감독이 영화를 진심을 담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다시 보게 되었다.
신분증을 잃어버렸다는 승아에게 동현이가 놀이동산에 직접 가게 된다.
본의 아니게 인파 속에 휘말리게 되었고, 그건 동현이가 걱정되었던 승아는 급하게 동현이를 찾는다.
그 와중에 어린아이의 손에 의도치 않게, 옷에 달려 있는 모자로 가려져 있던 형, 상현이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는데,
승아는 그 모습을 처음 보았고, 상현이는 승아의 놀란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순간 상현이의 복잡 미묘한 감정은 고스란히 조승우 배우의 표정에서 드러나게 된다.
당황하고, 놀랍고, 승아를 보게 됨에 반갑고, 무섭고, 두려운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조승우 배우의 표정으로만 표현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샴쌍둥이가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된 많은 기자들이
상현, 동현의 집에 몰려들게 되는데,
동의 없이 모자를 벗겨 그 뒤에 숨어있는 상현을 발견하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상황에까지 미치게 된다.
사진에 둘의 모습이 제대로 담기지 않자,
화를 내듯이 고개를 돌려 보라며 소리 지르는 기자들을 피해 동현이는 벽에 얼굴을 파묻게 되는데,
머리 뒤에 자리하고 있어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는 상현이의 얼굴은 그대로 노출 되게 된다.
혐오스러워하는 기자들의 눈빛을 그대로 바라보며, 억지로 그의 얼굴을 돌리려 하는 기자의 손길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말 그대로 동생 뒤에 달려 나가라고 울부짖는다. 그의 처절함이 분노가 내게도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이 역시 조승우 배우의 표정에서만 이루어졌다.
어릴 적 올랐던 복숭아나무에서 추락을 당해,
동현이 뒤에 있던 상현이는 사실상 사망했다. 제거하는 수술을 하게 되는데,
떼어내고 영안실에 누워있는 아니, 놓여있는 상현이의 얼굴을 보며 아버지가 말씀하신다.
"우리 상현이, 이거 말고 더 가져갈 것이 없나?"
"상현아 너는 뭘 좋아하니? 글 쓰는 걸 좋아하니? 책 읽는 걸 좋아하니? 무슨 책을 좋아하니?
상현아, 넌 무얼 좋아하니? "
그저 동생 뒤에서 살아가던 상현이에게 생전에 그런 걸 물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닫고
그제야 상현에게 질문 공세를 퍼붓는 아버지를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실은, 아버지는 둘을 너무 사랑해 떼어내지 못하고 30여 년을 그렇게 지내게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뒤에 있던 상현이를 떼어내면 동현이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었는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저 둘이 지내도록 했던 아버지는, 둘에게 죄인처럼 지낼 수밖에 없었다.
자꾸 나는 상현이에게 감정이 이입이 되었다.
의식과 의지는 있지만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삶,
그저 동생 몸에 기생해 살아야만 하는 삶,
어떠한 움직임도 해보지 못하는 삶.
그의 마음에 마음이 가 쓰라리고 또 쓰라렸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외적인 인격 이외에 내적인 인격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로
우리와, 영화에서 보이는 상현, 동현 샴쌍둥이라고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