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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Mar 14. 2022

세상에서 가장 빠른 5분

아침 알람

"딩디디딩 딩디디딩"

손이 더듬거리며 침대 헤드에 올려져 있는 핸드폰을 찾아낸다.

꼭 이럴 때는 한 번에 찾아지질 않는다. 몇 번이고 더 더듬거려야 손에 핸드폰이 닿는다.

잽싸게 알람을 끈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오분 간격으로 알람을 네 개를 맞춰 놓았다.

어차피 또 울릴 텐데 하며 또 잠에서 깨질 못하고 그사이에 또 잠이 들었다.

눈만 감았는데 또 울린다.

'아, 진짜 뭐야, 알람 고장 난 거야?' 하며 시계를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오분이 지나 있다.

알람 끄는 속도만 빨라졌다.


잽싸다 못해 알람 소리를 빨리 끄는 요령까지 생겨,

울리자마자 끄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말 다 했다.

엄마는 늘 핀잔 이시다.

아기 엄마가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아침마다 늦장 부린다고

근데 아기 엄마라도 아침잠이 좋은 걸 어떡하냔 말이다.


나를 닮아 우리 집 삐약이들도 아침에 깨우려면 전쟁이다.

"일어나자"

"엄마 조금만 조금만 더 잘게요"

"엄마, 조금만 쉬고요. 나 일어났는데"

눈도 안 뜨고 저런 소리만 하고 있다.


학창 시절 엄마가 나를 깨운다고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면

왜 6시 30분에 일어나려고 했는데  20분에 깨웠냐고 말도 안 되는 소릴 해가며 온갖 짜증을 다 냈었더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그때마다 엄마는 내게, 저주를 퍼부었다.

"나중에 꼭 너 닮은 아이 낳아서 고생해봐라!"

엄마 때문이다. 지금 아이들을 깨우는 게 힘이 드는 건, 엄마 때문이다. ㅋㅋㅋㅋㅋㅋ


그래, 아직 미취학 아동인 내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5분을 조금 더 즐기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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