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엄마는 작은 방에 모로 누워있다.
오늘 밤은 유난히 작아 보이는 등.
아빠가 회식에 참석하느라 늦게 오시기로 한 밤.
아빠의 인생은 언제나 회식의 연속이었다.
밤이면 모여서 먹어대는 그 시절의 문화는 젊은 엄마를 잠 못 들게 했다.
아빠는 늘 술에 깊이 취했고 그래서 늦었다.
아빠의 밤은 엄마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었다.
젊고 아름다웠던 엄마는 조용히 책을 읽었다.
아빠가 오거나 혹은 돌아오지 않던 밤.
새벽에 사우나에서 바로 출근하겠다며 전화가 걸려 오면
엄마는 읽던 책을 덮고 부엌으로 나갔다.
사춘기를 겪으며 엄마와 멀어지기 전까지,
나는 엄마의 밤을 꿈과 현실사이에서 관찰했다.
그것은 고요한 절규였다.
어렸던 나는 그저 머리맡에 켜진 불빛 덕에 무섭지 않아 좋았다.
그렇게 엄마는 밝은 밤을 수없이 보내었다.
오늘도 엄마의 뒷모습은 작고, 고독하다.
“엄마. 자?”
수술 후로 종종 옆으로 누워 잠을 자는 엄마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다.
이제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을 수 없어 나지막한 침대 아래로 다리를 내려놓는다.
그 아래 안아 그녀의 얼굴을 올려본다.
긴 속눈썹, 두건을 쓴 작은 머리통, 여윈 얼굴선.
“같이 잘까?”
“아니. 불편해서... 왜 잠이 안 오니?”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엄마, 많이 아파?”
“응. 좀 아프네...”
나는 문득 어릴 때처럼 엄마를 불러보고 싶어졌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한다.
“왜에. 왜에. 왜에.”
“그냥... 엄마 좋아서.”
나는 우리의 어리고 젊은 날의 대화를 흉내 내 본다.
엄마는 아픔을 덮지 못해 흐리게 웃는다.
그 고통을 알 길이 없어 그저 가늠해 볼 뿐이다.
그 미소가 거두어지는 것이 아쉬워 다시 말을 잇는다.
“엄마. 사랑해.”
“그래... 나도 사랑해.”
우리는 운다.
엄마는 몸의 통증을 눈물로 받아낸다.
우리는 오랜 시간 사랑해 온 관계니까.
한 번쯤 함께 울어도 되겠지.
엄마의 보이지 않는 통증이 아파 안을 수가 없다.
내 손길이 혹여 어느 뼈라도 하나 상하게 할까 두려워.
나는 그저 그녀의 주름진 손가락을 쓸어내며 운다.
“엄마. 사랑해. 우리 오래오래 함께 살자.”
“그래. 사랑해.”
묻고 싶다.
엄마 나 사랑했어? 얼마큼 사랑했어?
다시는 듣지 못할까 봐 절박하게 매달려 묻고 싶다.
눈물을 닦고,
눈물을 닦아 주고
뒤돌아 나온다.
작은 등이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