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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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MBY



자연은 신의 피조물일까.


카파도키아의 일출은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본 모든 해돋이를

흐릿하게 만들 만큼 인상적이었다.

색색의 열기구들이 빛이 올라오는 대지 위로 솟아오를 때,

사람들은 웅성이며 감탄했다.

하지만 세상이 빛으로 차오르는 순간,

내려 보이는 바위들의 모습은 뭐라 표현할 길이 없었다.

마치 빛으로 빚은 조각처럼,

끝 모를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그것은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작업을 시작한

어느 끈기 있는 예술가의 걸작이었다.

기원 후에 인간이 만든 성당의 모자이크를 보며 감탄하던 나는

암모나이트가 태어나기도 전에 제작에 들어갔을 법한 작품을 보며

신이 정말 있는 건가. 질문했다.


정말 당신이 있긴 한가요

열을 만들어 폭발을 유도하고 바람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져

이 모든 것들을 꼼꼼히 만들었나요.

그러면 내 안에 이 거대한 산도,

감당하기에 벅찬 모래더미와 스스로도 상처 입히는 날 선 바위까지도

모두 당신이 만든 것인가요


열기구 안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감탄을 질렀다.

서로를 찍어주고 때로 나에게 사진기를 맡겼다.

내게 사진을 부탁한 중년의 여자는 혼자였다.

그녀는 자신이 이스라엘에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그녀의 모습을 찍은 후, 사진기를 돌려주자 물었다.


"신을 만났나요?"


내가 '아니오'라고 말하는 대신 '너는' 이라고 묻자.

그녀는 웃었다.


"신을 만나지 못했다는 건 신이 당신을 믿는다는 의미에요."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어 천천히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녀가 내 눈을 보며 말했다.


"그건 좋은 뜻이에요. 당신이 혼자서 걸어갈 수 있다는 의미니까요."

나는 그녀의 확신에 찬 눈빛과

모호한 언어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신의 대답은 언제나 인간에요. 우리는 사람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거든요."

그녀는 한쪽 눈을 찡긋, 하고는

몸을 돌려 다시 일출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함께 택시를 타고 근처의 지하도시 유적지로 향했다.

그녀는 능숙한 영어로

이 도시의 시민들이 어떤 열망을 품고 있었는지,

그들의 기도와 두려움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설명했다.


나는 좁은 통로를 지나고 계단을 오르며

신이 이 무른 땅을 만들어 인간에게 내어줄 때,

인간이 어둠을 찾아 구원을 기도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느냐고

질문했다.


그녀는 잠시 멈춰서서 내 쪽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이마가 땀으로 반짝거렸다.


“신은 모든 걸 알고 있었겠죠.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찾게 만들었을 거예요.”


다시 신에게 묻는다.


내가 여기에 올 것을 당신은 알고 있었나요.

내 앞에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나는 모릅니다.

다만 이곳을 만든 자들 만큼 강해지기를 바랍니다.

나는 땅 위에 솟아난 저 바위들처럼

당신이 만든 모든 바람 속에 매만져질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


만난 적 없는 신에게 말을 걸다가 금세 하루가 저문다.

노을을 본다.

바위를 물들이는 노을은 바다의 그것과 다르다.

어둠이 오는 길을 막으려는 듯 거칠고 강하게 버틴다.

네가 약속한 울루루의 노을도 이랬나.

지키지 못할 약속들이 어둠 속으로 흩어진다.


아름다운 여행이다.

이제 돌아가야 한다.

억겁의 세월 전에 만들어진 저 바위처럼

그저 시간을 받아내는 존재로서 일어선다.


너는 원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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